저는 레이건 대통령을 멀리서라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얼마전 외대에 특강을 갔을 때, 한 학생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질문을 하길래, "정치적인 평가나 성향을 떠나서, 커뮤니케이터로서 레이건을 (존경보다는) 좋아한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존경이라는 표현보다 '좋아한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제 머리나 가슴속에 남아있는 그의 표정이나 어투는 매우 따뜻하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여서 '좋아한다'라는 표현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의 훌륭한 '이미지 메이킹'때문에 그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저는 그가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진다"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지요)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그에 대해 몇 가지 추억이 있습니다.
/ 그에 대한 첫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7년 가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박사과정 첫 학기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Richard Kielbowicz라는 교수님이 커뮤니케이션 이론 수업 중에, 레이건 대통령에 대해 짧게 언급을 하면서 "Great Communicato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수업을 마치고는, 레이건 대통령이 great communicator라 불리는 이유가 궁금해졌고, 도서관에 가서 그에 대한 자료를 이것저것 살펴보고, 그 학기에 레이건에 대한 발표를 했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깊은 연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레이건 대통령의 사진이나 스토리를 우연히 신문에서 접하거나 하면 아무래도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레이건 대통령과 "끈"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었을까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인터넷으로 회원 가입비를 지불하고 레이건 대통령 기념 도서관의멤버로 등록을 하고는 이런 저런 뉴스를 받아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래서였는지, 몇 년전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하며 Simi Valley라는 곳에 있는 레이건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도서관 회원이라며 무료로 들여보내줄 때 뿌듯한 보람도 느끼며.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은 언덕에 위치해있었는데, 주변은 매우 조용하고, 언덕 아래로 풍경을 굽어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그가 쓰던 각종 물건이며, 비디오 자료를 보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 에델만에서 일하면서 꼭 한 번 직접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에델만 워싱턴 오피스에서 부회장(Vice Chairman)으로 일하고 있는 마이클 디버(Michael Deaver)인데, 그는 30년 가까이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했고, 특히 1967년 새크라멘토에서 주지사 참모로 레이건 대통령과 일하기 시작하면서 1987년까지 그를 그림자처럼 보좌했습니다. 1981년 3월 암살사건 당시 레이건의 바로 왼쪽편에 서있던 사람도 마이클 디버였습니다.
작년 워싱턴에서 에델만 전세계 사장단 회의가 있을 때, 회의 시작 전날, 아태지역의 사장단 몇 사람과 워싱턴 오피스의 임원진과 교류를 위한 작은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때, 마이클 디버와 함께 같은 미팅룸에서 만나서 인사를 할 수 있었는데, 제게는 마치 레이건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 처럼이나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사람 좋은 인상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된 그의 책 "미국을 연주한 드러머, 레이건(A different drummer)"의 서문을 쓴 낸시 레이건은 "레이건에 대한 글을 쓰기에 마이크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다"라고 평을 했습니다. 그만큼, 레이건의 무대 뒤의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제가 위에서도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마이클 디버는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합니다. 저서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이 책에서 레이건 인기의 신화가 그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직업적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잘못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라고. 그에 따르면, "사람들과 마음을 통하게 하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사람은 나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이 아니라 레이건 자신"(13쪽)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동감입니다.
이 정도가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제 개인적 추억입니다...
그에 대한 엇갈린 정치적 평가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과 공감하는 커뮤니케이터로서 그만한 능력을 가진 대통령이 올 해말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Communication is not only somebody talking but somebody being willing to listen." Ronald Reagan's Speech; June 10,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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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의 자료를 통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궁금해하며 언제 시간나면 쭈욱 함 공부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이건에 대한 사장님의 추억을 공유하며, 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조금 더 가져가네요! 도움되는 글 쌩유임다!
2007/04/15 00:54언제 레이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네!
2007/04/15 02:06사장님, 레이건 대통령의 8년간의 일기가 책으로 나온다네요. 리더십 커뮤니케이터로서 그를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듯 합니다. 참고 링크 :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7/ ··· 410.html
2007/05/05 23:57그리고, 미국에서 5월 3일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토론회가 있었는데, 10명의 후보가 1시간 30분 동안 레이건을 닮고 싶다라는 말을 20차례나 했다네요. 역쉬 연구해볼만한 분인듯 함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5050086
좋은 정보 감사. 저도 공화당 대선주자들 이야기를 비행기안에서 읽고는 반가웠습니다. 나오면 한 번 사봐야겠네요. 땡큐! 참고로, 저는 '사장'이 아니라 '코치'입니다
2007/05/06 13:47어쩌다보니 본 포스팅이 제 포스팅에 언급되어버렸습니다^^; 트랙백을 걸만한건 아니지만 알려드려야 할것같아서 리플하나 남깁니다.
2007/05/07 02:01도모에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모에님 블로그에 가서 읽어보았습니다. 좋은 독서 되시길. 그리고, 이렇게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05/07 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