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이번 주말 날씨는. 토요일에는 리움에서 열리는 앤디워홀 팩토리(Andy Warhol Factory)전을, 일요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오르세미술관展과 종군사진기자로 이름을 날린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Slightly Out of Focus"展을 보았다. 보면서, 보고나서 느낀 몇 가지 점들:

/ 오르세 미술관展: 최근 서울에서 있었던 유사 전시회,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루브르전시회나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반고흐에서 피카소까지"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전시 작품의 수준이 더 좋았다. 그러나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의 동선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난, 이런 미술 전시회를 자주 찾는 편이고,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난 왜 즐기나? 한가람 미술관 3층의 오르세 미술관전은 12,000원이나 주고 찾으면서, 1, 2층의 한국 미술 전시회장은 왜 그냥 건너뛰나? 

만약, 내가 오르세 전시회에서 본 작품들이 인정받기 이전의 시대에 살았다면, 나는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며 보고 다녔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즐겨 보는 작품들은 이미 보통 전세계적으로 "볼만한 작품"이라 전문가들이/남들이/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것들이다. 유명하며 잘 나가는 작품들을 보러다니기를 좋아한다. 현재 한국이나 외국 미술 작품 중 아직 인정받지 못했지만, 향후 수십년에서 수 백년이후에 인정 받을 작품을 골라내는 안목은 없다.
하긴, 내가 그 정도의 안목을 가졌다면, 아마도 PR일보다는 화랑을 하거나 전문 컬렉터 쯤 되었겠지... -- 그러나 '유명한 작품'이라고 무조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밀레의 만종이나 점묘화들 보다는 드가의 작품, 예를 들어, 이번에 전시된 <오페라좌의 관현악단> 같은 작품이 난 더 좋다.

어쨌든, 오늘 내 자신에 대해 결국 나는 전문가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이래... 유명한 작가래..."라고 인정하는 전시회를 쫓아다니는 정도의 예술에 대한 안목을 가졌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주말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진정한 웃음과 가식적인 웃음의 차이는 눈 표정에서 드러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오르세미술관展을 보면서는 유난히 작품 속 인물들의 눈 표정을 보았다. 웃고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리고는 명화 속에 나타난 사람들은 표정이 정말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눈 표정을 중심으로. 눈이 마음의 창이라는 말은 그냥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 로버트 카파의 경우에는 오늘 전시회를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줄 몰랐다. 함께 가자고 한 친구의 말을 듣고, 그리고 가서 직접 보고는 대단한 사람인 줄 알게 되었다. 1944년 6월 6일 프랑스 오마하해변에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찍다가 전쟁의 긴장감속에서 손이 떨려 찍은 사진이 라이프지에 실렸다. 이 때 "Slightly out of focus"라는 캡션이 이 사진에 달렸고, 또 유명해졌다. 그 사진과, 이 설명을 읽으며, '역시 사람들은 진실된 표현에 열광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 Andy Warhol... 네 개의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나는 스타를 사랑한다(I Love Stars)'이다. 그 설명글에 적혀있는 첫 마디가 맘에 이렇게 걸렸다. "스타는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다(Stars are manufactured by the mass media)."

흠... 스타는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라... 그 동안 PR은 일정부분(그것도 많은 일정 부분) 매스미디어를 통해 제품 브랜드를, CEO를... 스타로 만드는 작업을 앞장서 해왔던 것은 아닌가?

그러면, 그의 철학을 따른다면, PR도 매스미디어를 통해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인가? PR = Fantasy Factory?란 말인가... 내 머리는 그림 감상을 하며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스타를 만든다는 점 보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맘이 좀 불편했다.

솔직히, 그런 면이 다분히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PR에 대한 정의 혹은 설명 중 'P할건 P하고 R릴건 R린다'가 보여주듯, PR은 과장(exaggeration)과 숨김(hiding)을 실행해왔다. '메시지 통제(message control)'라는 이름으로. 누가 자기 브랜드의 약점이나 부작용을 PR을 통해 알릴 것인가? 장점을 '부각'한다는 것은 일정부분 '과장'을 전제로 한다. 나 역시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PR작업의 일부분을 담당해왔다. 있는 것보다 더 잘 보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 아닐까? 물론, 없는 것을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면, 매스미디어와 개인미디어가 혼재하는 사회, 개인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사회, 그리고 더 이상 과장이나 숨김보다는 투명성(transparency)이 점차 지배력을 넓혀가는 사회에서 PR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한 가지 시나리오 - PR은 "대행"부분에서 진정한 "컨설팅"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을 지 모른다. 투명성의 사회에서는 진실을 대행하기 보다는 (CEO가 product manager가 HR담당자가) 스스로 이야기해야 할 기회가 더 많아 질 것이라 보는데, PR하는 이들의 역할은 "I speak for you" "I build relationship (with journalists) for you"로부터 "I help you to better speak to your audience" "I help you to build a better relationship with your stakeholders by yourself"로 변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보자. CEO들은 과거 PR담당자의 주도 하에 브리핑받고 1년에 몇 차례 중요한 인터뷰를 수행하면 되었다. 앞으로 CEO의 blogging은 늘어날 것인가? 당연히 이런 현상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적어도 향후 5-10년 동안 CEO blogging은 늘어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현상과 관련, PR하는 사람의 역할은 무엇일 것인가? 블로그를 설치해주는일? (돈 안된다) 블로그를 대필해주는 일? (대필하는 사실 안 알렸다가 위기를 자초하거나, 투명하게 대필한다고 알리면 별 신뢰를 못받지 않을까?) 블로그에 대한 반응 모니터링 해서 보고하는 일? (그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PR담당자의 핵심 역할은, 적어도 CEO블로깅과 관련해서는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시대는 좀 기다려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아직 진정한 CEO블로깅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앤디 워홀. 지난 번에는 땅콩 이야기로 날 궁금하게 만들더니(아직도 그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스타 이야기로 나에게 좋은 생각 거릴 던져 주었다.

Thank you Mr. Warh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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