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델만 사무실이 교보빌딩에서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이 2003년 여름이었다. 명동 바로 건너편이고, 조선호텔 바로 옆이지만, 명동으로 건너가거나 조선호텔 내부의 시설을 이용하기 전에 주위에 깔끔하게 차 한잔 마실 곳이 별로 없었다.
당시에 시내에 다른 빌딩들이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1층에 스타벅스나 커피빈등이 들어서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었었다. 에델만 사무실이 있는 빌딩은 최근 리노베이션을 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통 리노베이션할 기세가 없었다. 1층 로비에 작은 휴게실(그렇다고, 손님 모시고 가서 만나기도 민망할)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곳에 스타벅스나 커피빈과 같은 소위 "깔끔하고 세련된" shop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었다.
한 2-3년 되었나본데, 몇 몇 직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빌딩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알면서도 "우리 빌딩 1층으로 스타벅스가 들어온데..."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잠시나마 기뻐했던 직원들은 내가 농담한 것을 알고는 "또 썰렁한 농담"했다면서 구박을 했다. 그 뒤로도 한 번 더 그런 농담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에델만이 있는 빌딩은 아니더라도 조선호텔 바로 옆으로 2005년 스타벅스가 정말 생겼다. 그리고는 직원들이 가끔씩 아침 출근길이나 점심식사후 커피를 마시는 곳이 되었다.
올해 들어와서는 정말 거짓말처럼 에델만 사무실이 있는 바로 그 빌딩 1층, 바로 그 공간에 커피빈이 생기고, 외부로는 데크까지 만들어 요즘 야외에 앉아서 차를 즐기거나, 때로는 회의를 하는 에델만 직원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4년 사이 생긴 이런 변화를 보면서, "(농담삼아 이야기하던 소망이었는데...) 정말 말한대로 이루어지기도 하는구나..."하고 생각하며, '말하기'라는 것이 때로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희망을 현실로 이루어 줌을 새삼 느꼈다.
2. 한 6-7년 전 쯤 되었을까. 한 기자의 소개로 자기 개발 전문가로 활동을 하던 분과 셋이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장충동 족발집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분이 이야기하던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것을 그 무엇이든 한 번 리스트로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것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에 그 이야기가 나의 흥미를 당긴 것이었을까? 살을 빼는 것에서부터 커리어에 대한 것까지 수십가지를 적어 놓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한참 잊어먹고 있었다. 얼마 전 방 청소를 하다가 2000년 즈음에 적어놓은 그 리스트를 다시 발견하고는 청소를 잠시 중단하고 읽어보았다.
그 중 나의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2005년까지 PR회사의 최고 경영층이 되는 것"이라는 항목이었다. 내가 에델만의 사장이 된 것이 2004년 8월초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살빼기 등의 목표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그것도 내 커리어에서 중요한 성취를 적어놓은 대로 이룬 것이었다... (또한, 이번에 에델만을 떠나 반 년 동안 나만의 시간을 얻은 것 역시, 나의 수첩에 오랫동안 적어 오던 것이었다.)
3.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형성된 나의 요즘 생각은 이렇다. 어떤 일을 이루기를 머릿속에서 '희망'하는 것과, 이를 구체적으로 '글로 적어 놓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커다란 차이란 실질적으로 그것이 발생하는가, 아닌가의 확실한 차이다.
오늘 "2Do Before I Die"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았다. 부제로는 "The Do-It-Yourself Guide to the Rest of Your Life"라고 되어있고, Michael Ogden과 Chris Day라는 30대 두 청년이 처음으로 쓴 책이다. 분량이 많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맘에 들었던 구절들에 밑줄을 그었다:
3.1. 6-7년 전에 그러했듯, 다시 내 삶에서 하고 싶은 것을 그저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리스트를 보다 본격적으로 적어봐야겠다.
3.2. 그리고, 그 리스트를 가끔씩 살펴보며, 나의 삶(과거나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도)에 대해 자주 생각을 해 봐야겠다.
3.3. 리스트를 살펴볼 때, 조금씩 수정과 보완을 해 나가야 하겠다.
3.4. 리스트를 작성하고, 또 보면서, i) 나의 삶의 우선 순위 희망은 무엇인지; ii) 삶의 균형상태는 어떤지, iii) 또, 나는 삶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얼마나 '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3.5.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action을 얼마나 취했는가,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리스트 개발과 관리가 그러한 action을 촉발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6. "You will do foolish things, but do them with enthusiasm." (Colette)
3.7. 저자 중의 한 사람인 Michael Ogden이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출발점이 흥미로왔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그의 아흔 한 살 먹은 할아버지와 만나서, 두 시간에 걸쳐,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workaholic이라고 자평하던 할아버지가 자신의 인생에서 좋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들을 두 시간동안 하면서, 자신의 career에 대해서는 정작 2분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커리어상으로 성취하고 싶은 것도 있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커리어 이외의 나의 삶에서 내가 성취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정작 생각도 하지 못하고(사실은 안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3.8. "...I began to see time as something to work with, not fight against." (p. xiv)
3.9. 책에서 이야기하듯, 우리가 업무 다이어리에 매일 아침 적곤 하는 to do list는 매일 오후 쯤 되어 일을 마치고 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도 별 탈이 없는 리스트이다. 그러나, 내 삶에서 성취하고자 개발하는 꿈의 리스트는 내 평생 간직하고 싶은 리스트이다.
3.10. "Everything starts with an idea." (p. 192)
3.11. "It's not just the goals themselves that make the experience worthwhile. It's the mad pursuit of them that often resonates over time." (p. 196)
4. 그 동안 나의 경험과 책을 통해 느낀 바를 바탕으로 오늘 새로운 worksheet를 만들어서, 참고로 여기 올려본다. 그 제목은 Lifetime Worksheet - "The List: I want to Make It Happen." (파일을 클릭한 후, '저장하기'를 선택하여 저장 후 열어야 제대로 보인다)
참고로 worksheet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 해 본 다면:
/ 이 리스트는 평생을 자신이 간직할 것이므로 Lifetime Worksheet라 이름 붙였다.
/ to do list, dream list등으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보다 실제로 이루고자 하는 욕심을 담아 "I want to make it happen" 리스트라고 불렀다.
/ 요즘 "죽기전에(before I die)"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이 여러 권 있던데(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등등), 나는 그보다는 "내가 사는동안(throughout my life)"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다.
/ 제일 중요한 부분은 'what do I want to make it happen?"이다.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자신이 삶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주욱 적어나가는 것이다. 아마도 열 개 정도는 지금 당장 적어나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 중에는 '이태리에서 이 주 동안 보내기' 혹은 '학위 하나 더 따기'라는 다소 장기적인 목표도 있을 수 있지만, '주말에 교보문고 개장시간에 가서 4시간 동안 책구경하기'와 같이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이내에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도 포함될 수 있다.
/ 이러한 리스트를 100개까지 적어본다.
/ 가능하다면 by when?란에 언제까지 달성하고 싶은지 년도를 적어본다.
/ Personal notes부분에는 이러한 소망과 관련하여 자신만의 생각이나 아이디어(예를 들어 성취방법 등)가 있을 때 자유롭게 적는다.
/ Priority란에는 a-b-c 등급으로 매겨본다.
물론, 워크시트의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공책에 리스트만 적어나가도, 그리고, 그것을 가끔씩 보며, 자신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느새 그 꿈들로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이번 주말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포도단식과 함께 구본형씨가 진행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워크샵에 참여한다. 금요일 저녁이후로는 물만 먹으라고 지침이 왔는데, 벌써부터 사실 배가 고프다. 그래도 한 번 이박 삼일간 충실히 따라보고자 한다.
2박 3일간의 워크샵을 통해 내 몸은 비우고, Lifetime Worksheet에 들어갈 꿈들은 채워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MakeItHappenThroughoutMyLife.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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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7/05/12 23:04목적 없는 삶이란 참으로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위해
우리는 때때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진호님. 감사합니다. 답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캠프에서 이제야 돌아왔답니다. 바쁘게 살다보면 때때로 방향을 잃기 쉽지요. 이번 캠프에서 그런 목적에 대해 집중하며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2007/05/14 14:57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7/05/14 09:10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7/05/15 07:49증말 바쁘세요. 포도단식까지...쩝...그거 비싼돈 내고 그럴필요있나? 그냥 포도 한 삼사만원어치 사다놓고 아파트에 들어누워 있으면 안되나요? 무식한 소생이..궁금해서 올림. ^^;;
2007/05/14 10:10격리된 곳에 가서도 통닭생각 나두만... 집에서 포도사놓고 하면, 나 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은 바로 교촌치킨으로 전화돌리지요
2007/05/14 14:58왠지 이번 주말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적어보고 싶어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해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말로 혹은 글로 구체화시키는 작업 조차 시도하지 않고 그냥 막연한 꿈으로 내버려 두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일상 속에서 많은 생각, 다짐을 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듯.. 생각은 말로 표현할 때 더욱 구체화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 갑니다.^^
2007/05/17 23:44태연의 꿈이 말로, 글로, 그리고 현실로 더욱 구체화되길!
2007/05/18 00:49이 포스트는 제가 처음 김호님 홈에 찾아왔을때 보고, 동감하고 (늘 그 리스트를 만들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또 실천하시는 김호님 모습에 자극받고, 그런 이유로 여러차례 다시금 보던 포스트였습니다. 저도 계속 이 리스트를 작성해가고 있는데 어제는 문득 이걸 작성해감과 동시에 'Gratitude' 리스트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라왔던 것들 중 이미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적어보고, 또 감사하고, 또 그만큼 리스트에 새로 적는 많은 것들이 일어날것을 믿고 그렇게 말이죠.
2007/10/20 00:22아. 좋은 이야기네요. gratitude list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감사한 것에 무심할 수 있는데, 좋은 툴이 될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2007/10/20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