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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30년이 넘도록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다 은퇴하셨다. 아버지 방은 두 면이 모두 책으로 꽉 차있고(그것도 반 이상을 정리하셨는데도 그렇다), 한 면은 스테레오가, 또, 방 한 편으로 의자와 책상(책상 위는 늘 책들로 어지럽다. 나의 책상이 늘 그렇듯...:), 그리고 바닥에 상이 놓여져있다.

나는 매주 일요일 아침 식사를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하는데, 아침에 도착하면 종종 성경을 읽으시거나 기도를 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때마다 꼭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상 위에서 기도를 하시거나 독서를 하시곤 한다. 은퇴를 하시기 전에는 주로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원고를 쓰시느라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하시는 모습이 내게 익숙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런데, 은퇴 후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주로 상 앞에 즐겨 앉아서 성경을 읽으시거나 기도를 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아버지께 멋진 상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한 4~5개월 전인데, 어떻게 디자인할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었다. 스케치만 4주 동안을 하다가 어느날 2가지 종류의 다른 원목을 4개의 판으로 자르고, 이를 결합하는 형태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각 판의 한 귀퉁이를 잘라내고, 이를 엇갈려 붙이는 형태로 만드는 것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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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Red Oak와 White Oak의 두 가지 나무를 쓰려고 했으나, 나무를 주문할  당시, white oak가 없었다. 선생님께서 maple을 써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시길래,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 써 보았는데, 오히려 색다른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더 좋았다. Oak와 maple로 상판과 다리를 서로 엇갈리도록 하였다.

이번에는 얇고 긴 Oak와 Maple을 사서, 이를 수평으로 붙여서 하나의 커다란 판을 만들고, 이를 잘라서 썼다. 목공소에서는 '집성'작업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그만큼 정성은 더 들어간다.

그림에 보이는 것은 초벌로 기름을 발라 놓은 상태이며, 향후 며칠에 걸쳐 두 번 더 기름을 발라야 완성이 된다. 아무쪼록, 이 상에서 아버지께서 책도 읽고, 기도도 하시면서, 아버지의 '때'가 내가 만든 상에 잘 묻어나길 바란다.

아버지께서 사십대셨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사십대가 되었다. 이제, 칠십이 넘으셨지만 앞으로도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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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효자시라니깐...진짜...

    2007/06/16 19:18
    • 김호  수정/삭제

      내가 워낙 불효자였으니, 늦게라도 효자가 되고 싶은 심리는 아닐까? 혹은 내가 나이가 먹어가는 증거일수도 있고...

      2007/06/17 08:23
  2. 최소윤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아카데미 20기 최소윤입니다.
    아버님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닮은 글도
    그 마음을 닮은 상도 선생님을 꼭 닮은 것 같아요.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참, 이메일을 찾을 수 없어 싸이에 쪽지 보냈습니다.

    저를 기억하실지..

    런던, 할리데이비슨 선배..^^

    2007/06/18 01:03
    • 김호  수정/삭제

      네. 싸이에서 쪽지 확인하고 연락드리지요.

      2007/06/18 07:44
  3. 이명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상이 정말 이쁩니다.실력이 정말 뛰어나신듯 합니다.
    더욱이 상이 의미가 있어 더 이뻐보입니다.

    2007/06/18 13:16
    • 김호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네, 제겐 의미가 있는 상이었지요.

      2007/06/18 18:16
  4. Rachel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사장님을 꼭 닮은 상인데요? ^^
    저도 나중에 한국 돌아오면, 꼭 목공일을 배워봐야겠어요~

    2007/06/18 17:22
    • 김호  수정/삭제

      레이첼. 이제쯤이면 에델만을 나와 미국으로 떠났거나, 떠날 준비 중이겠네요. 건강하게 다녀오고, 남편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2007/06/18 18:17
    • 이정환  수정/삭제

      레이첼차장님은 아직 에델만에 근무중이시랍니다.^^ 머지않아 떠나시게 될 것 같아요. 저에게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 과외선생님이기도 하셨던 레이첼차장님입니다.

      2007/06/21 01:08
    • 김호  수정/삭제

      아. 그렇군요. 알려주어 고맙습니다.

      2007/06/21 02:08
  5. mjuhn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따듯한 마음을 읽었습니다. 내 마음이 푸근해지는데 김사장 부친의 기쁨이야..!

    2007/06/19 00:47
    • 김호  수정/삭제

      안 그래도 아버지께서 오늘 전화하셔서, 이제 기름이 모두 마르고 오늘 처음 써보았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시더군요:)

      2007/06/19 18:29
  6. 이정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저는 일요일 점심을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는데, 저에겐 그것이 사소한 일일지 몰라도 부모님께는 한 주의 기쁨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일지도 모르는데요.. 소중히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제가 간과했습니다.

    선배님! 정말 감동을 느낄만큼 멋지신 것 같습니다.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취미를 갖게되신 것도 축하드리지만, 그 열정을 통해서 다른 사람, 그것도 선배님의 아버님께 더 큰 기쁨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선배님께 본받을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본받겠습니다.

    2007/06/21 01:05
    • 김호  수정/삭제

      부끄럽게...:) 저는 그동안 정환에게 많은 도움 받았지요 뭐. 잘 지내고, 가끔 연락 주고 받읍시다.

      2007/06/2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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