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용민 팀장님이 6월 14일과 22일에 올린 "외국기업에서 PR하기"와 "외국인들과의 워크샵 느낌"을 흥미롭게 읽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회사가 미국 정부로부터 큰 프로젝트를 맡게되었다는 미국의 보도자료를 '글자 하나 더하거나 빼지말고' 그대로 번역해서, 한국의 언론에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더군다나 '한국 언론들이 큰 관심 가질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그들에게는 엄청난 뉴스로 느낄 수 있겠지만, 한국의 홍보담당자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이기 때문이다.

'전략적'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상대방(audience)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취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국에서 흥미롭거나 재미난 뉴스가 한국에서도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맥락(context)을 무시한 '비전략적' 사고이다.


2. 그러나, 일부 외국업체나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PR 행태를 '씹고' 말기에는 찜찜한 점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혹은 활동하려는, 한국 대기업들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침, BM의 아태지역 Lead Digital Strategist인 Charlie Pownall이 최근 올린 블로그 <
Beautiful Dreams in Seoul>은 위에서 지적한 우를 우리의 대표 기업들도 비슷하게 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Pownall의 요지는, 디지털 인프라 기반에 있어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대표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영문 홈페이지의 내용은 타깃으로 삼아야 할 외국의 오디언스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국문 번역등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의 어느 기업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두 가지의 "외국인 오디언스 입장에서 말이 안되는" 영문 컨텐츠를 예로들어 지적하고 있다:

"Here’s a delightful example: Wherever you find [company name], you will see your beautiful dreams.

Or another: We share the same dream of finding the road to happiness and a future full of hope. [Company name] is with you every step of the way

Do people really buy this? And how does it go down in the foreign markets which many Korean companies are actively targeting......"



3. 우리나라 대기업치고 요즘 '글로벌'을 전략으로 삼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연히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야하고, 우리나라에도 세계 최고로 인정을 받는 브랜드들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을 외치는 우리의 대기업들이, 인터넷 세상에서 브랜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서 제대로 된 영어 컨텐츠 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4. 비슷한 맥락에서, 과거 한 잡지의 부탁으로 <
한국의 CEO들이 실천하지 않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란 글을 게재한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한국 대기업의 영문 웹사이트 문제만을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다만, 나 자신이 영문 표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만큼의 영어실력이 없으므로, 과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에델만의
Steve Bowen(Blog: Corporati)이사와 이메일을 통해 간략한 인터뷰를 했다. Bowen이사는 BM과 에델만 말레이시아 오피스에서도 일했으며, 기아자동차의 해외홍보 담당 역할을 맡기도 했던 영국인 PR베테랑으로, 에델만 전체 네트워크에서도 English writer로서는 뛰어남을 인정받는 프로페셔널이다. 그에게 부탁한 또 하나의 이유는 Pownall의 지적이 한 두가지의 잘못된 사례를 가지고 부풀린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보웬이사에게는, 한국 대표 기업의 영문 웹사이트를 몇 가지 살펴보고, 외국인 타깃 오디언스의 입장에서 영문 컨텐츠의 질(質)에 대한 검토를 해달라는 것과, 한국에서의 해외 홍보 경험을 기반으로 그의 견해를 묻는 것이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바쁜 일정 중에 인터뷰에 응해준 보웬이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 그가 한국의 대표 기업 영문 웹사이트를 검토하고 난 전반적인 의견은 Pownall의 의견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주었다.

(국문) 홈페이지를 만들 때, 당연히 한국 오디언스를 먼저 생각하고 만드는 것 까지는 좋으나, 영문 홈페이지 제작시,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한국의 기업을 표현하기 보다는, 한국어 홈페이지를 단순 번역함으로써,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그 기업이 무슨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기 힘든 표현,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말이 되지 않는 표현', 그리고 오탈자도 종종 발생하여, 영문 컨텐츠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솔직히 말해주었다.

/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업 중 하나인 POSCO 영문사이트 중,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섹션(Investor Relations)을 가보자. 투자자를 상대하면서 '정확성'은 기본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개의 Annual Report를 다운로드(download)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6개의 버튼은 모두 Dawonload라고 오타로 표시 되어있다.

/ 단순히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과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 등과 같이 한국어를 프로페셔널한 수준에서 구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영문 웹사이트를 만들 때, 사용하는 영문 컨텐츠는 도저히 프로페셔널 수준이라 보기 힘들며, 단순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해외홍보의 전략적 맥락(strategic context of international PR)을 생각지 않고 단순 번역에 그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 보웬이사로부터 받은 예들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잘못된 표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 것까지는 보웬 이사에게 부탁하지 않았고, 여기에서는 문제점이 있는 표현을 나열하는 것에 그친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표현들:

. "We at KEPCO are doing our best to realize our management policy of "Clean Company, Active KEPCO" and to emerge as a world class power generator that grows together with customers." (영어의 맥락에서 Clean Company나 Active KEPCO를 policy로 내세우는 것도 이상하려니와, 영어 표현 자체로도 잘못된 표현이라고 그는 알려주었다)

. "Driving the nation forward"

. "Roar of a steam locomotive once shook the Earth to haul modern society. Now the world’s pulse solemnly beats with a semiconductor." (
하이닉스 반도체 영문 웹사이트 중)

. "We have set our strategic business focus for 2007 as "Materializing our Strengthened Sales Competencies and Further Reinforcement of our Future Growth Drivers". In this regard, we will do our best to level up our "Global Standard Competencies" through continued system improvements and business expansion throughout the year." (
국민은행 영문 웹사이트


보웬 이사가 예로 제시한 국민은행, 하이닉스 반도체, KEPCO, POSCO는 모두 Fortune 2000대 기업에 들어가는 우량기업이다. 그에 따르면, 위에서 제시한 '말이 되지 않는' 영문 표현을 한국의 대기업 홈페이지에서 찾는 것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기술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홈페이지에 담길 컨텐츠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그는 한국 대기업의 홈페이지가 거의 대부분 윈도우 환경에서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어, 외국에서 Mac을 쓰는 사용자나, Linux 등의 기반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그리고, 너무나 많은 pop-up을 쓰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5.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한국기업의 단점을 살펴보는 작업이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결코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행동에 옮기면 될 일이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본의 문제이고, 개선을 위해 큰 투자를 해야하는 문제도 아니고 컨텐츠에 대한 전략적 관심의 문제이다.

95년 미국에 처음 유학을 가서, 미국의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시험을 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의 첫 생활이 모두 어색하기만 할 때, 운전면허를 위한 필기시험을 한국어로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반가운 마음에, 한국어 시험을 쳤다가 창피하게도 떨어진적이 있었다. 도무지, 시험 문제에 나온 한국어 번역을 이해하기가 나로서는 쉽지 않았다. '한국어 같지 않은' 한국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영어로 시험을 보아 통과한 적이 있다. (영어를 잘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닌 것으로 판단됨:) 한국어 시험 문제를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서는 "도대체 어떤 x이 번역을 한거야?"라는 말이 떠나질 않았다.

마찬가지로, 조금 과장된 상황일 수 있겠지만, 미국 기업이 미국 언론을 위해 만든 보도자료를 미국에 있는 유학생에게 번역해달라고 한 후, 이를 그대로 우리나라 기자에게 보낸다면 한국의 기자들은 엄청 짜증날 것이다. 혹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서 사업을 하면서 자신들의 본사 사이트 컨텐츠를 한국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채, 엉터리 번역을 해서 내놓는다면, 한국의 오디언스들은 짜증날 것이다.


6. 글로벌化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애쓰시고 있을 국민은행 강정원행장님, POSCO 이구택 회장님. 하이닉스 김종갑 대표이사님, 한국전력 이원걸 CEO님.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CEO 여러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단한 글로벌 마케팅 전략도 세우시겠지만, 그보다는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 기업의 얼굴을 대표하는 홈페이지의 영문 컨텐츠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전략적인 관심을 먼저 가져주시면, 여러분 기업에 일차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TV 광고 한 번 정도 안 하시는 정도의 비용도 채 안되는 투자로도 훨씬 더 질 높은 영문 컨텐츠를 가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그런 작업을 할 역량이 있다거나, 그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상업적인 코멘트로 오해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7. 마지막으로, Steve Bowen이사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 그리고, BM의 Pownall의 지적 몇 가지를 옮기면서 글을 마친다:


"......Bottom line - a lot of Korean companies talk about wanting to be be global.  Well here's the news - Korean companies are global.  They are some of the biggest global players out there.  They just don't act global.  They invest a lot of money and effort into developing highly technical, well designed websites and next to nothing in ensuring that the message the website sends is compatible with the audience.
 
I could go on. And on. What frustrates me about Korean companies is that they could be so much better if they benchmarked themselves against other global companies.  It's almost like a company investing hundreds of thousands of dollars developing and producing the most high quality product packaging available but spending nothing on producing a good product to put inside it.  There are some great stories to be told about great Korean companies, but no-one is telling them." (Steve Bowen 이사와의 전자우편 내용 중)


"Going global seems to be having little effect in many instances - their communications remain formulaic, prosaic and occasionally just plain weird.

New technologies provide a real opportunity for companies to engage people, build loyalty and create evangelists through open, direct communication. Will the chaebols take the plunge?" (Pownall의 블로그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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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30 08:10 2007/06/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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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정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저 오타부분에서 무척 찔렸어요^^;;; 국내에서 공부한 토종이라서 정확한 영어구사는 항상 저에게 과제인데 많은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PR담당자에게 언어는 아무래도 단순한 의미전달보다 세련되고 정확한 어휘구사가 더 요구되겠죠? 공부 많이 해야겠네요.

    2007/07/01 01:10
    • 김호  수정/삭제

      발은 괜찮은지요? 저도 영어로 보도자료 쓰라고하면 못하지요. 중요한 것은, 만약 미국의 오디언스를 타깃으로 한다면, 그 쪽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아는 사람에게 검토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미국 사람이 한국에서 보도자료를 내보내려한다면, 우리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아는 사람에게 검토를 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말 잘 보내세요.

      2007/07/01 05:34
  2.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외로 한국기업의 영문 사이트를 꼼꼼히 읽어보는 재미가 있네요...역공부랄까??? 암튼 재미있는 나라같습니다. 대한민국...

    2007/07/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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