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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by Hoh, Halifax, July 5, 2007

Serendipity.

내가 살면서 매료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우연한 행운'이다. 사실, 나는 이것이 우연함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믿는다. 오늘은 그런 기쁨을 경험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Dr. Howell과의 뜻하지 않은 대화 때문이다.

7월 5일. 5박 6일 동안의 Cape Breton 여행을 접고, 6시간을 운전하여 다시 Halifax로 돌아왔다. 내일 모레 새벽 비행기를 타려면,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이다.

며칠 전, 안내 책자를 통해 Halifax공항 근처 숙소를 검색하다가, Oakfield시의 The Lakefront Hideaway Bed and Breakfast라는 곳이 왠지 끌렸다. 나의 이름인 호(湖)가 '호수'를 뜻하기 때문이다.
 
60-70대의 어른들이 많은 경우 그렇듯, 우리 부모님도 사주에 따라, 나에게 '물'이 있어야 좋다고 해서, 물을 뜻하는 이름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호(湖)'라고 정했다고 한다. 또한, 어머니는 내게 '물'처럼 살면 좋겠다고 하신 적이 있다. 물은 어떤 모양의 용기에도 담길 수 있듯, 살면서 어떤 환경이 닥치더라도, 잘 적응하면서 살라고 하신 말씀이었다. 그래서인지, 난 집을 정할 때나, 여행 중 숙소를 정할 때, 되도록이면 물(水)이 보이는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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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by Hoh, Great Lake, July 5

사실 호텔이나 inn이 아닌 bed & breakfast에서 지내본 적이 없어, 이럴 때 지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이 곳은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Grand Lake라는 호수를 바로 앞에 보고 있다. 마음씨 좋게 보이는 노부부가 오래 동안 살던 집을 개조하여 3개의 방을 숙소로 제공하고 있었다.

짐을 풀고, 나를 안내한 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이 집의 유래나 역사에 혹시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였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아주머니가, 자신의 남편이 이 곳 Saint Mary's University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내년에 은퇴하고나면, 또 다른 호수가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고 알려주었다. 마침, 집에 돌아온 Dr. Colin Howell 에게 블로그를 위해 간단한 인터뷰를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역사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Consiliencing communication에 뭔가 도움이 될 단서를 찾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흔쾌히 승락하여, 거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웰 박사는 역사학자로서 처음에는 medical history에 대한 연구로 시작하여, 최근에 와서는 Sports history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포츠가 각 나라의 문화/사회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해왔다고 설명해주었다. Blood, sweat, and cheers: Sport and the making of Modern Canada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스포츠를 "social technology"라는 용어로 표현을 하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뷰의 포커스를 social technology에 놓게 되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중 메모한 것을 근거로 재구성 한 것이다.

1. "Social technology"라는 용어가 생소하면서도, 흥미롭게 들린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정의를 알려달라
-- "Social technology"란 나와 몇 명의 학자들이 사용하는 개념으로, "사회를 탈바꿈시켜가는 매커니즘(a mechanism for social transformation)"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정치, 교육, 저널리즘 등이 모두 우리 사회의 social technology의 예라고 볼 수 있다.

2. 당신은 역사학자로서 스포츠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Social technology로서 스포츠를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모든 social technology는 우리 사회속에서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해가면서 순기능과 함께 부작용(side effects)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보자.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가져다주고 협동심등의 긍정적 기능도 가져오지만, 프로페셔널 스포츠의 지나친 상업화, 선수들의 각종 약물 복용 등의 부작용(side effects)을 가져오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러한 상호작용에 촛점을 맞추고 연구를 한다.
 
3. 그렇다면 내가 하고 있는 PR도 하나의 social technology로 볼 수 있는가?
-- 물론이다. 조금 전 우리가 이야기나눈 것처럼, PR이 우리 사회에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져다주거나, 캠페인을 통한 사회기여등의 순작용이 있는가하면, 거짓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4. PR을 하나의 직업이 아닌 social technology라는 보다 큰 맥락에서 살펴본다는 것이 매우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social technology의 순작용과 부작용 사이에서, 이를 보다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who is it for?"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what is it for?"라는 질문을 가져보도록 해라. 당신이 이야기한 것 처럼, 한 기업의 위기관리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한다고 치자(who is it for).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프로젝트가 '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아야 한다.
-- 현대 사회는 전문가들(experts)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큰 파워(power)를 갖는 사회이다. 전문가들은 그들이 내리는 의사결정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사회의 이해(social interests)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프로페셔널들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감(responsibilities)을 갖고 활동할 때,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Dr. Howell과의 뜻하지 않은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뻥"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의 "깨달음"을 주는 즐거운 시간이었고, 최근 고민해왔던 mission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에 대해 썼던 블로그들(하나, , )을 다시 읽어보았다. "Benedict and Shambhala - 종교와 포용력? 그리고 Halifax에 온 이유"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었다.  

"PR의 위기관리가 조직의 이슈나 위기를 다루는데 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이 사회의 이슈나 위기, 예를 들어, 질병, 기후변화/기후온난화, 범죄등을 예방하거나 줄이는데, 커뮤니케이션캠페인의 형태로 보다 활발히 적용될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위기관리의 궁극적 mission이 아닐까?)."

PR컨설턴트로서,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위해 일해왔다. 이는 프로페셔널로서 당연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Dr. Howell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장된 이미지 메이킹' 혹은 '기사 빼기'로서 PR의 가치가 정해지고, 그 기능을 하던 시대가 있어 왔다. 또한, Dr. Howell의 말처럼, 전문가가 사회의 파워를 장악하던 시대가 최근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변화가 오고 있다. 'web 2.0'으로 부르던, 무엇으로 부르던 간에. 그 변화는 소수의 전문가가 장악하던 파워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널리즘과 PR에서 social media의 등장은 그러한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PR의 경우, 이러한 변화 이전의 시대에는 'who(my company, my client) is it for?'라는 질문만 만족시키면 되었다. 그러나, web 2.0의 시대에 프로페셔널들은 who is it for?라는 질문만을 만족시키고, what is it for (the society; the public)?는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클라이언트를 위한 PR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투명성(transparency)이 사회의 중심 패러다임이 되어가면서, what is it for를 만족시키지 못한 부분(사회에 끼친 부작용)이 즉각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그런 생각을 한다. Grunig이 PR의 4개 모델을 제시했을 때, 4번째 모델인 two-way symmetrical model (Uses communication to negotiate with publics,resolve conflict, and promote mutual understanding and respect between the organization and its public(s).)은 그야말로, PR의 현실 세계에서는 이론가들이나 이야기하는 '군자같은 소리'였었다. 그러나, web 2.0시대의 변화를 생각하다보면, 이상적이던 네번째 모델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여행 중, 친구가 선물한 Morgen Witzel의 Builders & Dreamers: The making and meaning of management의 번역판인 <경영과 역사>를 읽고 있다. 그 중 4장인 '마케팅, 원점으로 돌아오다'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마케팅에서 경제적인 기능 못지않게 사회적인 기능이 다시 중시되고 있다. 결국 마케팅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에서 마케팅의 사회적 기능이란 매스 마케팅에서 벗어난 개별화된 마케팅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이 장을 읽으면서, PR에 있어서 commercial function(>who is it for?)과 social function(>what is it for?)을 생각하게 되었다. "Social media"가 힘을 발휘해가고 있는 이 시대에 PR역시 social function의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Web 2.0이 가져오는 변화는 결국 PR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는지 모른다. 마치 구본형씨 책에서 읽었던 '변화라는 것은 본래의 자기로 되돌아가는 과정'인 것 처럼 말이다.

밤이 깊었다. 소나기가 호숫가의 물을 때리면서 내던 요란하던 소리도 그쳤다. 조금 전, Dr. Howell 교수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옆에 와서, 잠시 이야기하다가 갔다. 오늘 저녁, 그와의 우연한 만남에, 그리고, 필연적인 대화에, 깊이 감사한다.

Serendip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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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6 08:43 2007/07/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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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픈검색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만남과 멋진 대화를 나누셨군요!
    "프로페셔널들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감(responsibilities)을 갖고 활동할 때,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는 정의를 가지고 보았을때, 요즘 세상에 진정한 프로페셔널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슴이 아프군요, 특히 정치판에서......

    2007/07/06 15:11
    • 김호  수정/삭제

      이번 12월에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리더가 되셔야 할텐데요...

      2007/07/07 10:35
  2.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목(木)이라던데 선배랑 잘 어울리는건가 모르겠네...이거..후후후...Don't eat ice cream for you!! specially high fat one~ :)

    2007/07/06 23:23
    • 김호  수정/삭제

      그래서 항상 '목'에 힘주고 다니는구나... (미안. 썰렁 조크:) 조금전에도 박사님이 아이스크림 먹으며 "good night"하고 갔는데... 쩝.

      2007/07/07 10:36
  3. 쥬니캡  수정/삭제  댓글쓰기

    social technolgy라 멋진 단어네요. 코치님도 정리해주신 글을 보면서 기술의 변화가 사회

    2007/07/08 03:46
    • 김호  수정/삭제

      댓글이 잘린 것 같습니다. social media와 대비해서 한 번 생각해볼만한 용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7/07/0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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