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의 경력 vs. 38세의 나이

NextPR 2006/12/18 00:00 Posted by 김호

언제나 그렇듯, 연말이 되니 세월이 참 빨리 흐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해에는 또 한 살의 나이를 먹고, 일 년의 경력을 더하게 되지요. 올 한해 동안에는 국내기업의 컨설팅 프로젝트 몇 군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6개월간의 프로젝트를 종료하면서 망년회겸 함께 식사를 하며, 고객분들과 즐거운 저녁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동안 고객사의 카운터 파트너로 함께 하신 선임자분은 그 기업에서만 38년을 보낸 분이었습니다. 그 분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는 38세 먹은 젊은 사장이었구요. 함께 하신 분들은 모두 10년, 20년, 혹은 30년 넘게 그 직장에서 일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 분들과 식사를 하고, 소주를 걸치면서, 세삼 오랜 경력과 그로부터 나오는 지혜에 대한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요즈음에는 저와 같은 30대 임원이나 사장을 보는 것이 그리 큰 뉴스는 아닐 정도로 흔해졌습니다. 새로운 지식과 열정으로 무장한 젊은 임원이 자신의 나이보다는 능력에 의거해 발탁되는 문화가 과거 연공서열에서 오는 폐단을 줄여가는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곳에서 묵묵히 오래동안 일을 해 온 분들의 경험이나 지혜를 우리 사회가(혹은 '젊은이'들이) 무조건 "낡은"이라는 단어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최신 지식을 빠른 시간안에 흡수하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먹음"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경험과 지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단지 이론처럼, '시스템'만 가지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20-30년 넘게 한 분야에서 한 직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일해오신 분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느낀 것은 이러한 분들의 지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90년대 말 미국 중서부의 한 대학 캠퍼스를 가본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유명한 대학 건물이 있었는데, 그 곳은 역사가 깊은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내부만 최신 시설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예전의 건물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불과 제가 중고등학교, 혹은 초등학교때 있던 건물들은 더 이상 자취가 사라지고 없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아예 건물 전체를 허물고 다시 새로 새우는 것이지요. 그래서, 서울 거리에는 정겹게 "때묻은" 전통있는 건물이나 식당들을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집니다. 혹시, 우리 사회에서 건물을 모두 헐어버리듯, "나이 들고" "경험이 많은" 분들의 지혜를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생겨나는 지혜가 무엇이고,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진정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만큼이나 한 직장에서 경험을 가지신 그 분과의 저녁 식사와 소주 자리는 참 특별했고, 또 정겨웠습니다. 오랫만에 즐겁고,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Comments
사장님 왔다갑니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맞으시길...
Posted by: 정용민at 2006-12-22, 15:12


Comments
저의 "게으른" 블로그에 종종 들려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narang님께서도 새해 보다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정말로.
Posted by: 김호at 2006-12-20, 22:12


Comments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PR계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사장님 글 때문에 종종 들리곤 합니다.
내년에 항상 좋은 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narangat 2006-12-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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