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전시회 가봤다”라고 이야기하면 좀 있어 보일만한(?) 미술 행사들이 요즘 넘쳐나고 있습니다. 과천 현대 미술관에서는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전이,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는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와 로베르 콩바스(Robert Combas)전이(여담입니다만 두 전시 모두 관람하는 비용인 만원인데, 로베르 콩바스전만 보면 7백원이라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특히 콩바스 전이 더 좋았던 저에게는 이런 격차가 솔직히 좀 불만이었습니다), 덕수궁 미술관에서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전이, 서울대 미술관에서는 앤디 워홀(Andy Warhol)전등 유명 미술가들의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예술의 전당에서는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루브르 전(솔직히 루브르 전은 명성에 비해 전시는 다소 실망이었습니다)이 현재 진행 중이고, 또 이미 끝났습니다만, 얼마 전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전이 국제화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보통 예술가 개인의 전시회에 가면 입구에 작가의 일생을 요약한 자료가 벽에 크게 쓰여져 있습니다. 그림을 보기 전에 간략하게나마 작가의 인생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그림을 볼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니키 드 생팔의 사격이니 괴물 등의 작품들은 그녀의 어린 시절 정신적 상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저 낯설고 의아하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런데, 니키 드 생팔 외에도 장 미셀 바스키아, 앤디 워홀, 르네 마그리트 등등 천재적인 작가들의 인생살이를 살짝 들여다보다가 흥미로운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에 모두 남다른 어두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스키아는 흑인으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한 설움이 있었고, 끝내 마약복용으로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을 마감 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어머니가 자살을 하였고, 니키 드 생팔은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 성적 학대를 당했습니다. 앤디 워홀 역시 한 때 정신병을 앓았고, 장 뒤뷔페는 사회적으로 정신병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들 천재 작가들의 전시를 보면서, '예술가들에게 있어 어두움이란 필수 조건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천재적인 작가들의 미술품 앞에서 이런 의문을 갖고, 예술에 대한 시각이 저보다 더 넓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얻은 결론은 그들의 천재성은 개인적인 아픔을 아름다운(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아름답게 생각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예술 작품으로 바꾸어 표현하는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상처가 없으면 예술도 없다'라는 말도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 모두가 예술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천재적인 화가들의 삶의 아픔과 작품을 엿보며 우리 인생에 충분히 배울 교훈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가 없는 개인이나 가족은 어디 있고, 실수나 위기가 없는 조직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문제나 실수를 통해 더 어두움이나 불투명 속으로 빠져들기 보다는 긍정적 수단(자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삶의 미디어?)을 통해 투명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특히 니키 드 생팔은 신경쇠약을 미술을 통해 극복하려 했다고 하더군요). 새해에는 모든 것이 잘 되기만을 바랍니다. 이런 희망은 누구의 삶에나 때로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삶을 더 풍요롭게 의미로 채워가는 것은 바로 이런 어두움을 밝음으로 전환시키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지요. 2007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삶의 밝고 또 힘든 점을 사랑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지혜롭게 삶의 도전을 이겨나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s
Annes. 오랫만이에요. 잘 지내지요? 그래요. 일하다보면 힘들때가 있지만, 힘든 것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긍정적으로 승화하는 경우도 있지요. 어차피 삶이 늘 즐거울수만 없는 것이라면, 되도록 긍정적으로 보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이툰 부대에 자원한 동생이 있다니, 정말 자랑스럽겠는데요? 흔치 않은 좋은 동생을 둔 것 같습니다.
Posted by: 김호at 2007-02-06, 14:02


Comments
오랫만에 와서 마음에 와닿는 글 읽고 갑니다. 저도 그림 보러 가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그쪽 지식이 부족하여 그림을 자기만의 생각대로 해석한 책들을 보고 그 그림을 본다던지 아니면 반대로 할때 더 큰 즐거움을 얻곤 했습니다.

어쨋든 오늘 글은 작은 일에 힘들어하는 나를 돌아볼수 있는 계기가 되겠는데요?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요즘엔 신입사원 면접에서 면접자들에게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라고 하면 대부분 평탄하게만 자라와서 거의 대답들을 잘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취업안되었을때요'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_^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습니다. 자이툰 부대에 지원해서 이라크에서 열심히 파병근무중인 동생에게 갑자기 이 글을 보고 더욱 힘을 실어주고 싶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osted by: 아녜스at 2007-01-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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