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지기 친구와 어제 부산에 내려와서, 여유롭게 바닷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 아침엔 모처럼, 함께 운동을 하고, 사우나를 함께 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호텔방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인터넷을 보다가 뜻밖의 기사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윤석화의 학력위조 기사였다.

난 윤석화의 연극을 본 적은 없지만, 지난 번 <
Mission: 직업, 커리어의 또 다른 이름?>을 통해 말했듯이, EBS-TV에서 도올 김용옥과 함께 열정적으로 삶의 철학에 대한 그의 강의를 듣고,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날로, 그가 말했던 대목을 내 노트에 적어 놓았었다.

신정아씨 사태 이후, 줄줄이 여러 사람들의 학력위조가 나왔지만, 그리 놀랍거나 실망스러울 것도 없었다. 내 자신이 평소 잘 모르거나, 그리 기대가 크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윤석화씨가 홈피에 올렸다는 글을 읽고는, 놀라움, 그것도 실망스러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석화씨의 경우는 나에게 달랐다. 그녀의 삶에 대한 열정과 배포, 그리고 성취에 일정 부분 존경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화 학력위조 전문이 담긴 기사는 여기에서, 그녀가 홈페이지에 올린 고백은 이 곳에서)

타짜에서 김혜수가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듯, 이대 졸업, 혹은 잠시 다녔다는 사실만으로도 파워가 있긴있나보다. EBS-TV의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강의를 넋놓고 보던 학생들은 지금 어떤 느낌일까... "세상은 그런거야..."라고 생각할까?


1. 위기관리의 제 일 원칙이라 할 수 있는 Don't Lie에 또 하나의 원칙을 덧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큰 의미에서는 어차피 포함되는 것이지만, 이런 사건들이 계속 나오니...)

"Correct publicly, as soon as possible, if you already lied to the public."


2. 또 한편으로, 위기는 큰 맥락에서 기회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신정아씨의 사건은 결국, 우리 사회의 이곳 저곳, 그것도 대개 "높은 곳"에 있던 사람들의 거짓말을 끄집어 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학력위조"가 우리 사회에서 줄어드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다.


3. 나를 포함해서, 세상 살면서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난 솔직히, 친구들에게 장난끼 섞인 거짓말을 즐기는 편이다. 거짓말에도 좋은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색할 수 있으나, 내가 생각하기에 거짓말이 정말로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bad lie)는, 세 가지 정도의 요소가 있지 않을까 싶다:

/ Intention: 거짓말을 하는 의도이다. 애교를 부리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자신의 어떤 성취(취업 등)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 Time: 보통, '장난끼' 섞인 거짓말이나 애교섞인 거짓말은 곧 탄로가 나도록 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고나서, 바로, 길지 않은 시간내에,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실을 밝혀야 한다. 몰래 카메라가 사람들에게 그나마 애교로 보일 수 있는 것은 이런 요소 때문이다. 윤석화씨는 왜 30년이나 기다려야 했을까...

/ Public: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농담삼아 거짓말하는 것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윤석화씨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미래의 연극배우가 되려고, 그녀를 role model로 삼았던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나부터 bad lie를 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적어도 bad public lie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이제 호텔을 나서보련다.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마가린 바르기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Digg에 번역해 투고하기 dzone에 번역해 투고하기 붐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08/15 11:52 2007/08/15 11:52

TRACKBACK :: http://hohkim.com/trackback/31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엔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목 받는 사람들의 학력위조라는 측면에서 더 관심의 대상이 되는것 같습니다...늘 글 잘 읽고 있습니다..팟케스팅 목소리가 너무 좋으십니다..

    2007/08/15 13:06
    • 김호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엔시스님. 리더란 주목받고,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만큼, 부정적 영향도 클 수 있다는 점이 이런 경우겠지요.

      2007/08/16 02:35
  2. 길이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간판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학력위조가 드러난 사람들 모두 해당 분야에서 어느정도의 나와바리(죄송)가 있는 사람들이고 또 성과도 있는 사람들로 기억을 하는데 왜 학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할까여? 형님..정말 우리나라는 간판이 그렇게 중요한가여? 간판없음.. 밥 숟가락에 밥 한 톨 못 놓는 나라인가여?

    학력위조 뉴스가 뜰 때마다 개인보다는 사회 system이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물론 개인적 영달을 위해 학력위조란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그 기득권(?) 에 들어가려면 자격이란게
    필요하니까 위조를 했을거라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07/08/15 13:59
    • 김호  수정/삭제

      현실적으로 '간판'이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지요. 업(業)보다는 직(職)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분위기도 있구요. 제가 생각하기에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로는, 간판중시풍조를 짚는 것은 괜찮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간판을 속임수로 만들어내는 개인이 가장 큰 책임을 진다는 점입니다. 둘째로는,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자기만의 간판을 (위조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고졸이지만, 자기만의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자기만의 더 나은 간판을 만들어낸 것 아닐까요? 그런 사람들이 더 언론에 나오고, 더 환영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7/08/16 02:40
  3. COMI  수정/삭제  댓글쓰기

    놀랐습니다, 정.말.로.
    윤석화씨 홈페이지는 안열리는군요. 사이트 폐쇄일까요?
    이제라도 솔직하게 고백한 걸 좋게 생각해야할지...
    아무튼, 씁쓸합니다.

    2007/08/15 15:00
    • 김호  수정/삭제

      네. 저도 하루종일 좀 씁쓸했습니다. 좋아하던 인물이라 더 그랬지요. 오늘 오전만해도 접속할 수 있던 사이트는 무슨 이유인지 들어갈 수 없더군요...

      2007/08/16 02:41
    • COMI  수정/삭제

      방금 MBC 뉴스에서 윤석화씨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이라 시간차가 있습니다, 아마 한국에선 어제 방송되었겠지요, 15일 9시 뉴스.
      그런데, 이미 누군가가 방송사에 학위 의혹을 제보해서 이미 이대로부터 사실 확인 공문을 받았답니다. 그리고나서 바로 윤석화씨가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는 보도를 보자 더욱 씁쓸해집니다. 박정자씨의 충고였든 본인 스스로의 결단이었든 결국 언론사와 이대의 확인 사실이 밝혀진 걸 알고 고백한 건 아닐까 싶은... -_-;;
      지금 상황에서 윤석화씨는 위기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일까요? 언론이 먼저 폭탄을 터뜨리기 전에 언론에 알림으로써 주도권을 갖고 통제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물론 진작에, 40살 이전에 고백했으면 좋았겠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정말 현명하게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일까요...

      2007/08/16 15:01
    • 김호  수정/삭제

      본인이 왜 지금 시점에서 사과를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처음부터 밝혔으면 더 좋았겠지요. 만약, 언론으로부터의 취재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과한 것이고, 그런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첫번째 사과문에서 밝히지 않았다고 본다면, 글쎄요. 한 60점짜리 위기관리 밖에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07/08/16 17:37

◀ Prev 1  ... 455 456 457 458 459 460 461 462 463  ... 735  Next ▶
BLOG main image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웹 2.0시대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이젠 Cool Communication입니다. (photo by 지호준)
by 김호

공지사항

카테고리

Everything (735)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21)
김호의 위기관리 (76)
NextPR (159)
Leadership Communication (71)
Story (42)
hoh's halftime (120)
non-blogging (8)
Anything (42)
Communication POV (58)
h_podcasting (23)
h_link (32)
CAREER (15)
OLDIES BUT GOODIES (2)
PERSUASION (21)
PUBLIC RELATIONS (15)
HAPPY (7)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58774
  • 70574
468명이 RSS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textcubeget rss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김호'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김호 [ http://www.hohkim.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