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PR업계에서 길을 함께 걷고 있는 후배들과 술자리를 했다. 자연스럽게 '공장' 이야기가 나왔다. 중간중간 나의 생각을 던지기도 했지만, 곰곰히 들으며 생각해보았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1. Vision of PR Career?
"난 PR이 정말 좋은데, 과연 PR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비전이 있을까? 그게 언제쯤일까? 왜 PR업계는 이 모양일까?"...란 불만 혹은 자조적인 목소리였다. 톡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PR산업. 특히 PR 에이전시의 산업 열악하다. 그 시작이 올림픽 바로 전쯤으로 보면 되니, 이제 한 20년 되었다. 언젠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직 정확한 산업의 규모도 잡히지 않고, '후진적'인 모습도 있지만, 20년전, 10년전, 5년전, 그리고 3년전에 비해 분명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성장한 것은 틀림없다. 물론, 그 속도에 만족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제일 피부로 와닿는 변화? 연봉체계의 상승과 수임료(fee)의 상승이다. 물론, 연봉이 대기업에 비해, 특히 초봉은 아직도 적다. 그러나, 중간층과 매니저층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올라갔다고 본다. 한 5년전이었나? PR에이전시 사장님들이 조선일보에 집단 인터뷰를 하면서 이제 곧 PR업계에도 억대연봉 스타들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코웃음 쳤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만큼 열악했기에. 그러나, 사장을 지냈던 나를 빼고도, 업계에서 억대 연봉, 혹은 고액연봉을 받는 사장아닌 사람들을 점점 더 접하게 된다. 지금 매니저로서 높은 연봉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힘들다고, 연봉 적다고 몇 년 일하다가 사람들이 다른 업계로 빠져나가고, 그러다보니, PR에이전시 업계에 능력있는 매니저 찾기는 힘들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몸값이 더욱 올라가는 것이다.
PR에이전시 업계에 2007년 이 시점에 몸 담겠다는 것은, 그런 산업의 열악함을 껴 앉고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그런 산업이 갖고 있는 기회점도 끌어앉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걸 부인하지 말자. 선배들보고, "내 앞에 레드 카페트좀 더 깔아봐..."라고 너무 불평 하지 말자. 80년대에 PR에이전시를 우리 나라에 세워, 어쨌든 지금 이런 모습으로나마, 새로운 직업의 시대를 연 분들은, 지금까지의 노고로, 자신들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젠, 그 다음세대가 그 발판에서 우리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PR에이전시가 어떻다고 불평하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내가 이를 바꾸어보도록 시도 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 내가 보기에, 당분간은 전반적인 상승도 있겠지만, 30대의 PR실무자들 중에서 점차, 자신만의 경력을 잘 닦아나가는 '스타'들이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고, 이들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 본다. 이렇게 예상하는 것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있는 업계 후배들 중에서, 크게 될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변수는 이들이 개인적인 사정(예: 결혼, 육아)이나 다른 이유로 PR업계를 중간에 떠나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난, 이제 30대는 아니지만, 어쨌든 PR업계에서 커온 사람이고, 나 역시 내 나름의 시도로 업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라고 믿는다. PR에이전시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결국 산업의 발전에 연결이 될 것이라 본다. 내가 직업적 동지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PR업계의 이곳 저곳에서 한 번 크게 되어 보고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길을 닦아나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2. Work and Life Balance
내 자신의 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고민보다 더 괴롭혔던 것이 경영자로서 직원들의 work and life balance 문제나 불평을 접할 때였다. 오늘 술자리에서도 이에 대한 불평이 터져 나왔다. 물론, 조직이 돌보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프로젝트 배분이나, 휴가, 복지 제도 등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조직내에서 1인이 소화해야 하는 일의 양은 점점 더 증가해가고 있다.
여기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잊지 말자. work and life balance는 일의 양이 줄어든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도움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work and life balance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내가 진정 사랑하는 일이다. 애정을 갖고 있는 일이다. 그림을 사랑하는 예술가가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work and life balance를 가지고 불평을 할까? 야구에 미쳐있는 프로 선수가 저녁에 혼자서 연습하면서 work and life balance를 불평할까?
PR일이 자기가 애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라면, 잘못 잡았다. PR에이전시에서 매니저가 아니면서, 왠만큼 돈 벌기 힘들다. 내가 언론에서 본 기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평균 연봉보다, PR에이전시에서 일하는 것이 일정 수준까지는 수입이 적다. (공장에서는 야근하면 꼬박꼬박 수당 챙겨준다. 그러나, 소위 지식산업에서 야근수당 준다는 것은 조크다. 저녁값이라면 몰라도. 만약, 공장에서처럼 PR에이전시에서 야근수당 줬다면, 난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돈 벌었어야 했다.)
애정이 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면, 매니저가 될 가능성도 적다. 이런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빨리 자신이 애정을 갖고 있는 분야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MBTI조사도 받아보고,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통해, 자기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일에서 재미를 느끼면 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문제는 줄어들게 되어있다.
나의 경우 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해서 나 자신을 위해 고민했던 것은 2-3년이 채 안되었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면, 주요 원인중의 하나는 PR은 평생하고 싶지만, '사장'으로서의 일은 내 평생을 쏟고 싶을만큼 탐나는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사장'으로서의 일에 열심일수록, 내가 사랑하는 PR일에는 시간을 쏟을 수가 없었다.
둘째, 열정을 가진 일만 있다고 work and life balance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퇴근을 빨리 할 수 있다고, 주말에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My life!를 즐길 수 있는 자기만의 '놀이'가 있어야 work and life balance가 성립이 된다. 자기가 즐기고 싶은 my life, my play가 없이, "내가 일이 많아서, 내 삶을 못 즐기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별로 난 믿지 않느다. 자기 놀이가 생기면, 자기의 일하는 패턴을 바꾸든지, 아니면, 직장을 바꿔서라도 work and life balance를 자기가 찾아간다. 생각해보자. 90년대 말 AE로 일할 때, 수시로 야근하면서도 소개팅이나 데이트는 빼먹지 않고 했다. 소개팅이나 데이트가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잘 나가는 회사의 사장자리에 있었어도, 좋아하는 일을 따라, 그것도 그만두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인가보다.
결국 work and life balance는 '여유 시간'의 확보이전에, 자기만의 passionate work, 그리고 passionate life (혹은 play)를 확보하는 것에서 나온다. 이 두 가지를 찾게되면, 시간의 조정은 자기가 만들어가게 되어있다.
* 이렇게 말하고나면, 날 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 오늘 술 자리에서 후배들한테 욕아닌 욕도 좀 먹었다. 그러나, PR업계에서 10년간 일해보고 난 나의 솔직한 생각은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좋아하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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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저는 동감이 가는데요? ㅋㅋ
2007/08/25 11:02코치님이 2-3년 전에 work and life balance를 고민하고 조금씩 변화를 주신 덕분에 저도 그 문제를 고민하면서 지난 몇 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본인의 문제이지요. 물론 시스템적으로 불가항력인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걸 해결하는 시발점에 서 있는 것도 본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passionate work and passionate life! 브라보!!
그래서 때로는 외롭지 않은거겠지요
제니가 그 고민 끝에 자기만의 답을 찾았기를! 브라보 work and life balance!
2007/08/25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