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놓고, 정부와 언론이 계속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PR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이슈에 대해 나름대로 명확한 입장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터인데, 솔직히, 그동안 저 자신의 시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게는 이 이슈가 그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PR의 입장에서 보면, 채널의 단일화는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기업과는 달리 정부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라는 점, 그리고, 뉴스 생산과 소비의 문화가 달라진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이 이슈를 바라볼 수 있는 맥락이 필요했습니다.
1. 지난 9월 3일, 지하철역에서 사본 한겨레에는 두 개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박창식 문화부문 편집장의 <'한겨레' 입장이 뭐냐고요?>와 고명섭 책, 지성팀장의 <저널리스트>라는 칼럼. 이 둘을 읽으면서, 맥락이 다소 잡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박창식 편집장의 다음 부분입니다.
"국정홍보처 간부들은 정부 정책설명과 관련해 ‘단일한 목소리’가 나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공무원들이 취재 응대를 할 때 홍보부서를 거치도록 한 것도 공식 브리핑 외의 다른 정책정보나 시각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정부가 공무원 ‘입단속’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외국 공직사회에도 비슷한 규칙들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론장의 문화’에서 서양 나라들과 다릅니다. 그들은 행정부와 의회, 학계, 시민단체 등이 정보를 공유한 가운데 토론 과정을 거쳐 정책을 형성해 가는 문화가 비교적 발달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정책정보가 행정부 위주로 극단적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단일한 목소리’를 강하게 단속할 경우, 정책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할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저희가 선진화 방안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한겨레 9월 3일자 30-여론면)
즉, 정부 정책에 대한 최종 입장과 메시지가 나가기까지의 공론형성의 실제적 맥락이 다르다는 점에 수긍이 갔고, 결국 전 이점을 그동안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 우선, 정부가 기자들이 함부로 정부부처 사무실에 허락없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잘 한 조치로 보입니다. 솔직히, 기자가 바쁘게 일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안녕하세요. 000 과장님..."이라고 했을 때, 이 기자에게 "아, 죄송합니다. 저 지금 바뻐서요..."라고 말할 수 있는 '과장님'이 얼마나 있을까요? 기자의 요청이나 방문에 싫은 내색하기 쉽지 않은 것이 홍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의 심리입니다. 무조건 사무실 방문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절차를 밟도록 만든 것이라면, 이 점은 잘 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3. 그러나, 정부가 one channel(mouth)과 one voice를 같은 것으로 혼동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one channel(mouth)로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one voice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one channel이라는 것은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고민해야 하는 것은 several channels를 가지더라도 어떻게 하면 one voice를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점이라고 봅니다. (There could be several mouths/channels, but, still, they could have a one voice.)
현실적으로 One voice의 핵심 '기술'은 one channel이 아니라, internal communication의 활성화와 제도적인 강화를 통해 각종 정책이슈에 대해 내부의 주요 구성원들이 공통의 이해를 하고, 조직(정부)의 입장을 한 목소리로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이나마도 personal media, employee blog등의 등장으로 one voice도 힘들어지는 시대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Message control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이지요.)
4.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함께 선진화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정책의사결정의 선진화와 언론의 취재 선진화입니다.
4.1. 정부의 정책의사결정의 선진화: 박창식 편집장이 지적했듯, 정책의 의사결정 단계에서 국민의 의사가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정책의사결정이 보다 투명하게 논의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취재지원 방식을 국무총리 훈령에 명문화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정책의사결정을 투명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강제할 수 있는 노력이 그들 스스로, 혹은 입법기관이나 언론기관의 제안을 통해서 마련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제 생각에는 정책에 대한 투명한 공론 형성에 인터넷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이러한 점이 머지않아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2. 언론의 취재 선진화: 일부 언론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기자들이 업무하는 공무원들을 절차없이 무조건 방문하는 것을 절차를 만든 것은 잘못된 것이 없다고 봅니다. 언론들도 기자의 편의라는 입장에서만 비판을 하거나, 새로운 절차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 보다는 국민의 여론반영이나 언론의 취재가 제한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대안제시와 감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자(9월 5일) 한겨레에 따르면, 8월 1일 행정자치부 주도로 여러 분야에서 9명이 참여하는 '정보공개강화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졌고, 행자부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 중, 정보공개강화는 가장 바탕이 되는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할지 미지수이지만, 다음 회기에 가서라도 정부의 정보공개가 공무원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되어 진정한 취재지원 선진화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명박씨와 박근혜씨가 어제 모 편집기자관련 포럼에서 "이번 브리핑실 통폐합 조치는 잘못됬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페쇄한 기자실을 다 복원하겠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국정홍보처를 페지하고, 해외홍보부문은 민간회사를 통해 하겠다"고 했단다.국정홍보처 폐지론은 이미 야당에서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정부 정책 홍보를 견제하기 위해 논의 되었던 사안들이다. 국정홍보처는 DJ가 집권하면서 처음 만들어 졌다. YS 이전에는&nbs...
정부에서 7월부터 정부 각부처의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룸을 통합해 3개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정부 부처 기자실은 사실상 노무현 정부 초반부터 폐쇄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고, 브리핑룸을 설치 브리핑제도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왔다."기자실 폐지, 노 대통령의 언론 보복"유종필 전 노무현 캠프 언론특보, 기자실 폐지 맹비난 나서 언론인 출신 의원들 "재정 풍부한 언론사만 남을 것" 보도책임자 86%, 기자실 통폐합 반대 [보도책임자 반응...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