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Training에 대한 오해

Communication POV 2007/09/06 17:25 Posted by 김호

한 반 년이 지났나 봅니다. 술을 마시다가 우연하게도 기자분과 합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저도 매체를 통해 이름이 익숙한 분이라 반가웠습니다. 처음 얼굴을 마주하고 술을 마시다가 그 분께서 저에게 "위기관리와 미디어 트레이닝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셔서 다소 놀랍기도 하고, 또 알아봐 주는 것 같아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미디어 트레이닝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그에 대한 설명을 해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워낙, 둘 다 취했던 상황에서 합석을 하게 되어, 제대로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종종 기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분야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잘못된 이해는 한 마디로 "PR하는 사람들이 기업체 임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기자들을 피하거나 속이는 방법 가르치는 것"이라는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오해가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미디어 트레이닝을 직접 지켜보거나 받아본 기자라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에게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으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업체 임원이시지만, 저는 실제로 중앙 일간지의 기자 한 분을 놓고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해 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주로 인터뷰를 통해 질문을 많이 던지지만, 질문을 받아서 이에 대응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역할은 또 다르고 힘들지요.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기자분들을 불러다가 언론사의 실태, 기자의 생활 등에 대한 강의를 하는 회사도 있는가본데, 이는 넓은 의미에서의 미디어 트레이닝이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미디어 트레이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미디어 트레이너 중에는 기자 출신, 특히 TV기자 출신들이 활동하는 경우가 외국에는 꽤 있습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풀어서 이야기하면, 미디어 인터뷰 능력 개발 트레이닝(Media Interview Performance Development Training)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직자들에게 Job Interview에서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트레이닝이 있듯이, 미디어 트레이닝은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테크닉들을 트레이닝합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2003년 6월 6일자로 chosun.com에 올라와있는 당시 윤덕홍 교육 부총리의 인터뷰 기사(양근만 기자)입니다. 윤 부총리는 당시 NEIS와 관련 전교조와의 갈등으로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인터뷰 중간에 그가 "처음엔 뭐가 뭔지 제대로 모르고 한 측면도 솔직히 있었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대처를 달리했을 것이다."라고 발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조간 신문의 헤드라인은 "尹 교육 '처음엔 뭐가뭔지 몰라...'"라고 실리게 됩니다.

아무래도 신문의 헤드라인이라는 것은 독자의 눈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전체 내용을 요약한다기 보다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발언 중 '튀는' 내용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기자라도 아마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윤 교육 부총리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입장이 있을 터였는데, 헤드라인부터 완전히 말리고 만 것이지요. 미디어 트레이닝은 기자를 속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미디어 트레이닝,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미디어 트레이닝에서는 만약 기자에게 거짓말해야 할 것 같으면, 차라리 답변을 하지 말되, 절대로 거짓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어떤 분은 '윤리과목' 가르치느냐, 라고 말씀하실지 모르지만, 솔직히, 미디어 트레이너로서 윤리적 측면보다는, 기업의 명성 보호 차원에서 언론에 대한 거짓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가르칩니다.

기자가 인터뷰에서 질문을 어떻게 던져서 상대방의 답변을 이끌어내는가를 나름대로 연구하고 배우듯, 미디어 트레이닝에서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입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테크닉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트레이너는 다소 짓꿎은 기자의 역할을 하면서, 카메라를 놓고 실습을 하게 됩니다. 아래의 화면은 한 트레이너가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실습을 하는 장면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에 조금씩 다른 스타일이 있겠지만, 저는 보통 4시간 세션에서 1명이나 2명을 놓고 진행합니다. 철저한 실습 위주이기 때문에 2사람이 넘어가도 충분히 실습하기가 힘들지요. 4시간 동안 저는 세 가지를 가르칩니다. 미디어 인터뷰와 같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서 키 메시지가 왜 중요한가(importance of key messages) +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키 메시지로 디자인하는가(designing your key messages) + 그리고, 이렇게 디자인 한 키메시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가(delivery of your key messages). 특히, 전달 방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4시간 중 3시간은 실습과 토론이라 보면 됩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의 하이라이트는 위의 화면에서 보시듯이 자신이 인터뷰한 내용을 카메라로 찍어 지켜보며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이지요. 제 경우 15분 인터뷰라면, 피드백을 나누는데만 1시간 이상을 보냅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을 찍어서 직접 보지 않으면, 사실, 자신의 퍼포먼스를 잘 알지 못합니다. 저 역시 파드캐스팅을 하면서, 제 목소리를 녹음하여 들어보면서, 고쳐야 할 점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도 역시 이런 효과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강의식으로 4시간을 진행한다면, 모두 졸려워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은 강의가 아니라 실습이지요. 트레이너로서 미디어 트레이닝이 익숙해질수록, 파워포인트의 숫자는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참가자들의 개인 특성과 개발점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면, 지겨울 사이도 없을 뿐 아니라, 모두들 흥미롭게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배우게 되지요.

아무쪼록, 언론에 계신 분들이 미디어 트레이닝에 대한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미디어 트레이닝에 대해 보다 쉽게 알고 싶은 분들은 샐리 스튜어트(Sally Stuart; 그녀의 홈페이지는 여기를 클릭)가 저술하고, 프레인컨설팅그룹(PCG)에서 번역한 <미디어 트레이닝>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또한, 미디어 트레이닝 관련 제가 인터뷰했던 기사 두 가지를 링크합니다. 동아일보의 <잘 한 것 자랑하는 것보다, 못한 것 잘 알리는게 중요> (2006. 3. 31. 곽민영 기자)와 역시 동아일보의 <CEO여 언론과 通하라... 대기업 미디어 트레이닝 붐> (2006. 4. 13. 김상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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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아 김상수 기자가 참 이런 기사도 썼었군요...후후후...좋아하는 형님인데...그 양반이 근데 어떻게 알고 썼나 이거...큭큭큭...

    2007/09/07 10:57
    • Hoh  수정/삭제

      취재해서 썼지:) 출근하기 전 마지막 금요일을 만끽하고 계십니까?

      2007/09/07 11:06
  2.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숙취에 잠겨 지내고 있습니다...상수형은 원래 이런거 공부해서 글 쓰는 거 싫어하시는 양반인데...의외라서요. 하하하~

    2007/09/07 12:16
  3. 이기삼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 선생님의 미디어 트레이닝에 대한 교육론에 대해 은근 궁금함이 많았는데 포스트를 통해 갈증을 조금 풀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제 이런 내공을 쌓을 수 있으련지요.
    가을이다 싶었는데 낮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2007/09/07 13:11
    • Hoh  수정/삭제

      저는 기삼 시절에 미디어 트레이닝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으니, 기삼이 저보다 한 수 위입니다. 파드캐스팅 잘 들었어요.

      2007/09/07 13:29
  4. 이기삼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드캐스팅... 창피합니다. 선생님

    2007/09/12 11:36
    • 김호  수정/삭제

      이 나이에 하는 것보다는 낫지:) 계속 즐거운 실험 해나가길.

      2007/09/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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