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2007년 9월 22일자 29면 하단에는 한국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에서 뉴스코리아(www.newskorea.or.kr) 서비스에 대한 광고를 실었습니다. 이 광고를 처음 보고는 한편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1. 2005년 여름 끝무렵이었나봅니다. 하루는 제 사무실로 내용증명된 우편물이 배달되었습니다. 뜯어보니, 한 장의 공문이 있었는데, 한 인터넷 언론사로부터 온 것이었습니다. 내용인즉, 제가 있던 회사가 저작권법을 위반했으니, 1주일 이내에 3천만원을 입금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다짜고짜 3천만원을 입금하라니,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다시 저도 공문을 발송하여, 어떻게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인지를 알려주면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인터넷 언론사는 대답을 하기는 커녕, 제가 있던 회사를 공격하는 엉뚱한 보도자료를 내보냈습니다. 저희쪽도 잘못된 기사를 막기 위해 언론에 연락을 취하여, 다행히 큰 확산은 없었습니다.
2. 그리고는, 방콕에서 있었던 아태지역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갔습니다. 방콕에 있는 호텔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지요. 남대문 경찰서에서 고소사건이 접수 되어, 출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담당 경찰관에게 서울로 돌아가는 즉시 출두하겠다고 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공격하려던 것이 별로 신통치 않았는지, 저쪽에서 법적 소송을 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짜증이 있는대로 났습니다. 아무리 언론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구체적 주장도 없이 무조건 돈을 입금하라니, 이는 협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디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아예 로펌을 고용하여 준비를 했습니다. 물론, 로펌 고용비용과 제 시간 사용을 합치면, 인터넷 신문사가 처음에 요구한 돈보다 훨씬 더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차피, 돈으로 해결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3. 난생처음 경찰서에 가서 4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을 통해 고소내용을 들어보니, 제 회사에서 고객사에 제공한 미디어 모니터링 리포트를 어떻게 입수했나봅니다. 그 리포트에 들어있던 자사의 기사를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고소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삼은 미디어 모니터링 리포트의 기사내용은 제가 일하던 회사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이었습니다. 경찰과 책상을 두고 마주하면서 사실에 대한 확인과 제 의견을 이야기하고, 경찰조서에 지장까지 찍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경찰서를 나서, 변호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참 살다보니 별 경험을 다 한다 싶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 두차례 추가 조사가 있었고, 몇 주가 지나고 나서, 검찰에서 제 집으로 공문서가 날라왔습니다. 경찰 조서를 검토한 결과, 무죄라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로써 사건은 종결되었지요. 지금은 이렇게 차분하게 기억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결코 차분하거나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4. 뉴스코리아의 광고를 보면, 좌측 상단에 '뉴스도 저작권법 보호를 받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뉴스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합니다. 이는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들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나, 언론이 뉴스에 대한 저작권법 보호를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무슨말인가하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뉴스 저작권을 보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만약, 뉴스의 저작권을 모두 존중한다면(미디어 모니터링 업무에서까지),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홍보대행사 A가 보도자료를 뿌리거나, 혹은 포토세션을 하고나서, 일간지 10개에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지요. 이것이 어느 날 아침 신문에 나왔고, 이를 고객사에 아침에 보고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실정에서 이러한 홍보업무 프로세스에 저작권법을 적용한다면, AE는 결과물이 난 10개 일간지에 모두 전화를 하여, 그들의 뉴스를 스캔하거나 복사기를 통하여 복사하거나, 이메일로 고객에게 보고해도 되는지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싶어도, 쉽지 않습니다.
5. 뉴스 저작권이라는 이슈를 놓고, 한 때 고생을 했고, 당시 집중적인 고민을 했던 제가 뉴스코리아의 서비스가 반가웠던 점은, 바로, 이러한 절차를 단순화시키고, 홍보의 업무에서 저작권 시비를 없앨 수 있겠구나,라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광고와 뉴스코리아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뉴스코리아의 서비스를 들어가보니, 아직 참여하는 언론사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여 아쉽습니다. 전국 종합일간지를 놓고 볼 때, 경향, 국민, 내일, 서울, 세계, 한겨레 등 6개지에 불과합니다. 당장은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겠다 싶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을 참여시키든지, 아니면, 참여하지 않은 언론은, 뉴스 컨텐츠의 사용자들이 저작권을 클릭 한 번으로 사용하기 쉽도록 유료든, 아니면 대다수의 블로그나 블로터처럼 CCL(Creative Commons License)로 해주어야 합니다. (김상범, 이희욱, 황치규, 도안구著 '대한민국 웹 2.0 트렌드'라는 책에 의하면, www.bloter.net은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CCL을 전면 도입, 승인된 모든 기사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6. 만약, 미디어 모니터링에 싣는 뉴스도 모두 유료구매서비스를 이용하여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몇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미디어 모니터링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상승을 하게 되어, PR대행사의 기본 retainer fee가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디어 모니터링에 많은 비용을 쓰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이미, 최근에는 미디어 모니터링만을 대규모 홍보대행사가 수주하는 것은 별로 비즈니스 적인 측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질 않습니다.
두번째는, 미디어 모니터링을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들이 좀 더 생겨나고,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홍보대행사들이 미디어 모니터링을 점차 아웃소싱하는 니즈들이 많아지게 되면, 이를 다수 수주하는 모니터링 전문 대행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살려 사업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세번째는, 뉴스 코리아의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되면, 모니터링은 이러한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뉴스코리아는 미디어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뉴스 저작권은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부에서 언론사의 뉴스 저작권을 유료가 되었든 다른 시스템이 되었든 합법적으로, 그리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상당수 몫은 언론사에 있습니다. 뉴스코리아의 서비스는 그런 의미에서 첫 발을 내 딛은 것이라 봅니다. 앞으로도 뉴스코리아가 이러한 역할을 충실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7. 저의 경우에는 무죄로 결정이 났지만, 앞으로도 언론홍보업무를 놓고, 뉴스저작권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홍보 업무와 저작권을 놓고 볼 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있습니다.
/ 법적으로 문제없고, 언론사에서 동의한다면, straight news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문화하고 이를 홍보업계 내에서도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신, feature story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겠지요. 여기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러한 두 가지 기사 종류사이에 혼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무엇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기사이고 아닌지를 언론사에서 특정 장치를 통해 명확하게 구분을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언론사 홈페이지에 나오는 동영상에서 '퍼가기'등의 표시를 해주는 것과 비슷한 장치가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 언론사에서는 컨텐츠 사용자들이 일일이 연락하지 않고도 쉽게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편리한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합니다. 그것이 유료일 경우라도 말이지요.
/ 그리고, 일부 언론사라 할지라도 CCL과 같은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기사를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주길 바랍니다.
/ 홍보업무에서 저작권법의 시비가 일 수 있는 사례를 조사하여,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업계가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 모니터링 서비스까지도 과연 뉴스 저작권법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는 공개적으로 논의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디어 모니터링은 모든 조직이 내부에서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꼭 필요한 활동이자 홍보의 기본업무입니다.
/ 만약, 미디어 모니터링 서비스 자체도 저작권법의 저촉을 받는다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등에서 링크로 표시하는 것은 괜찮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일부 이러한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고객들 입장에서는 신문에 난 기사를 그대로 스캔 받아 보고 싶어하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PR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PR업계의 협회나 이익 단체 차원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하고, 언론계, 법조계, 학계, 실무를 초청하여 간담회도 열고, 언론사와의 협의 하에, 이에 대한 공개 가이드라인을 업계에 제시하고, 홍보 실무자들이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익단체는 바로 그런 점에서 업계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야, 저처럼 볼썽 사납게, PR회사 사장이 경찰서에 불려나가 조사받는 일도 없어야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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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를 위한 모니터링에 있어 글로벌 PR 에이전시에게는 업무 처리 기준이라던가, 법적 분석이 이미 있었을 것 같은데요. 딱히 우리나라에서만 생겨나는 이슈가 아닐 것 같은데...
2007/09/24 10:12한때 제 전회사에서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는 미디어 모니터링을 금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몇 회사들이 인트라넷에 기사 이미지들을 정기적으로 올려 매체사들로 부터 저작권 소송에 걸린적이 있었습니다.
말씀하신데로 해외사례를 기반으로 국내 협회차원에서 법적인 자문을 얻어 놓는게 좋을 듯 합니다. 동감합니다.
제가 당시에 검토했던 바로는 저작권법의 적용이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저작권에 대해 아직 명확한 기준이나 판례가 서있지 않다는 점에서 각 나라의 업계가 토론과 합의를 통해 새롭게 세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인하우스에서 근무할 때는 본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홈페이지에 올리는 기사는 일일이 언론사의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홈페이지에서의 기사 사용은 기사내용을 공개적으로(publicly)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는 저작권보호에 해당되어야 할 것이구요.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private하게 이메일등으로 기사를 나누는 행위, 그리고, 조직 내부 혹은 고객사에서 열람하기 위한 비즈니스 리포트나 미디어 모니터링 리포트에서의 기사 사용을 저작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라고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당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이라는 것을 그다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07/09/24 10:57골치아프군요. Case by case라니...
2007/09/24 15:02
case by case라기 보다는, 아직 제대로 된 기준에 대한 논의가 없고, 따라서 서질 않은 상태라 해야겠지요. 조만간 생겨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2007/09/24 18:46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7/10/04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