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 전 이태리의 Firenze에서 혼자 여름 휴가를 보냈습니다. 작은 차를 하나 빌려, 중세의 고성에도 가보고, Firenze의 성당들과 노천까페, 고서점, 시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은 다름아닌 식당에서의 경험이었습니다. Firenze에 도착한 첫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왜 이렇게 늧게 나오는거지? 이 곳 사람들은 게으른가?"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늦게 나온 음식을 평소처럼 빨리 먹고는 식당을 나왔지요:)

그리고는, 호텔방에 돌아와서, 회사의 이메일을 확인해야 했고, 급한 사안이 생겨, 이태리의 좁은 호텔방에서 클라이언트 문서 작업을 하나 했어야 되었습니다. 문서 작업을 끝내고, 호텔바(bar)로 내려가 술 한잔을 하면서 문득 레스토랑에서의 경험과 호텔방에서의 경험이 교차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음식이) 늦게 나오는거지?"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넌 뭐가 그리 급한거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피렌체의 느린 음식 제공과 여유있는 식사가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그게 진짜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The 4-Hour Workweek (Timothy Ferris, Crown, 2007)이라는 책 제목을 New York Times에서 우연히 보고는 바로 주문을 한 것도, 그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Tim은 29살의 청년입니다. 그 역시 아침 7시에서 밤 9시까지 일하던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런던행 편도표를 끊어 여행을 가고, 그 곳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 5월에 읽었던 <2 Do Before I Die>라는 책이 떠 올랐습니다. 그 책을 읽고는, <말하기, 글쓰기가 파워풀한 이유, 그리고, Lifetime Worksheet>라는 포스팅에서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었습니다.

 저자 중의 한 사람인 Michael Ogden이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출발점이 흥미로왔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그의 아흔 한 살 먹은 할아버지와 만나서, 두 시간에 걸쳐,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workaholic이라고 자평하던 할아버지가 자신의 인생에서 좋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들을 두 시간동안 하면서, 자신의 career에 대해서는 정작  2분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커리어상으로 성취하고 싶은 것도 있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커리어 이외의 나의 삶에서 내가 성취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정작 생각도 하지 못하고(사실은 안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 부모님 세대는 평생 30년 넘게 일하시다가, 은퇴를 하시고, 그리고 나이 들어 쉬고, 여행을 다니시고 하는 모습이 평균인 것 같습니다. Tim Ferris는 NR(New Rich)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들은 mini-retirements를 삶 속에서 나누어 갖고 살고자 한다고 합니다 ("The NR aims to distribute 'mini-retirements' throughout life instead of hoarding the recovery and enjoyment for the fool's gold of retirement." - p. 32). 그는 "언젠가 (무엇을 할거야)"라는 말은 결국, 자신의 꿈을 무덤으로 가지고 가는 '질병'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어쨌든,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30세가 되기도 전에 6개 국어를 하고, 중국의 킥박싱 전국 챔피언이 되었고, 홍콩에서는 TV 배우로 활동했고, 미국인으로서는 기네스북에 기록되는 탱고 챔피언이 되었고, '무엇보다' 일주일에 80시간 일하면서 연 4만불을 벌다가, 이제는 일주일에 4시간을 일하며 월 4만불을 번다고 합니다.

물론, 그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그의 모든 방식들을 다 이해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의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 점들이 있습니다.

/ 저 역시 60세까지 일주일에 60시간이상 일하다가 은퇴하여 여행을 다니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 즐기고 있는 제 인생 첫번째 하프타임이 마지막 하프타임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두 번째 하프타임은 언제, 어떻게 더 재미나게 지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직장생활 10년만에 갖는 하프타임이었지만, 앞으로는 '하프타임' 혹은 'mini-retirement'를 조금 더 자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이라는 상황, 그리고, 제가 처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하프타임을 보다 생산적이고 적극적으로 내 인생에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Mobility: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이동성'입니다. 즉, web을 기반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으면 좋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지난 3년 동안, 제 개인 코치였던 사람은 호주의 Melbourne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면서, 전화와 이메일로 저에게 훌륭한 코칭을 해주었습니다. 굳이 서로가 이동을 하지 않고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장소가 장벽이 되지 않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질문을 갖게 한 것도 이 책이 제게 준 소득이었습니다.

/ The 4-hours workweek: 만약,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제가 일 주일에 4시간만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없다면, 과연 저는 무엇을 할까요?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볼만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후배들에게는 그렇게 질문할까 합니다. 만약 35세 혹은 40세부터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할래? 그리고, 그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쓸래?라고...

 / 가장 나를 '때린' 문구: 그런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지만, 그만큼 바쁘게 사는 변호사나 의사들은 그 자신보다는 그 가족들이 더 행복을 누린다고... 이 책에서 가장 와닿는 부분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억대 연봉을 벌어들이는 것'과 '억대 연봉자의 Lifestyle을 갖는 것'이 항상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 억대 연봉을 벌어들인다고 반드시 억대 연봉자에 걸맞는 lifestyle을 갖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이 세상에는 억대 연봉자가 아니지만, 억대 연봉자보다 훨씬 행복한 lifestyle을 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억대연봉자로 살아왔지만, 그에 걸맞는 라이프스타일을 갖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Tim은 DEAL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이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Definition, 자신의 삶을 새롭게 정의를 하고, Eliminiation, 잘못된 시간관리 등의 습관들을 버리고, Automation, 아웃소싱등을 통해 가볍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Liberation, 그리고 자유롭게 삶을 누리라는 것이지요.


처음에 이 책을 주문할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몇 주만에 제 손에 도착한 것은 CD로 된 오디오북이었습니다. CD를 듣다가 며칠 전 교보문고에서 책을 발견하고는 바로사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흥미로운 주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4-Hour Workweek이라는 책을 읽은 소득은 단순히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벌기'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전문성을 갖고 집약적으로 일하면서,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이태리에서 휴가를 보내던 그 당시의 제 생활과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변화는 그 때 이태리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름다운 이태리에 휴가를 와서까지 이메일을 확인하고, 문서작업을 하던 제 자신을 낯설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휴가의 가장 큰 소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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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콩국수집 사장님의 비즈니스 모델, 아니 라이프 모델.

    Tracked from Hoh Kim's Lab: Consiliencing Communication  삭제

    어제는 기차를 타고 대전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 나의 공군 학사장교 동기이면서 특기 동기생으로 함께 군 생활을 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대전에서 나고 자라서, 그 곳에서 한 중앙지의 지방 주재원으로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그 친구가 일하고 있는 기자실 구경도 하고, 요즘 사는, 일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점심시간에 그 친구가 나를 데려간 곳은 한 허름한 콩국수집이었다. 난 콩국수를 무척 좋아해서, 두 그릇은 거뜬히 먹는..

    2007/09/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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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ska  수정/삭제  댓글쓰기

    꽤 자극적인 책 제목이군요. 한국어로 돼있으면 당장 사서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영어에 익숙하진 않아서 관심만 갖아봅니다.

    2007/09/26 14:08
    • 김호  수정/삭제

      네. 매우 자극적이고 눈길을 끌 만한 제목이지요. 저도 그래서 책을 샀습니다. 곧, 번역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09/26 15:42
  2.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하...저는 시간 틈틈히 그 책 CD를 듣고 있어요. 근데 그 틈틈이 없네요 제길...책의 주제랑 읽는 방식이 너무 틀린다 이거. :)

    2007/09/26 17:55
    • 김호  수정/삭제

      맞아요. CD 7개는 좀 부담스럽더라구요.

      2007/09/27 01:40
  3. rainblue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선가 봤던 글이 바로 '언젠가' 란 날짜는 달력에 없다. 바로 월요일,화요일,수요일.. 이 있을뿐 언젠가는 달력에 없으므로 '지금 바로'가 언젠가 이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비슷한것 맞죠?(음 근데 출처가 여기였던것 같기도 하네요 ㅡㅡ;; )
    좋은 책 소개, 좋은 생각 감사드립니다.

    2007/09/27 10:46
  4. ENTClic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저도 일만하다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07/09/28 12:13
    • Hoh  수정/삭제

      때로는 쉼을 위한 공간을 찾을 수 있으시길...

      2007/09/28 13:17
  5. Shinnara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이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4-hour workweek 는 저도 읽어보려고 하는 책인데 ^^

    그나저나 억대 연봉자로 살아오셨다니. 부러워요~~^^

    2007/10/02 16:48
    • 김호  수정/삭제

      그러나, 지금은 백수라는 사실:)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신나라님.

      2007/10/03 07:00
  6. 이노메이커  수정/삭제  댓글쓰기

    밤 늦은 시간에 이렇게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었군요.
    아니네요..벌써 새벽 3시가 넘었으니..늦은 시간도 너무 늦은 시간이군요.
    오랜만에 방문을 했는데..'일주일에 4시간 일하고 월급 4천만원 벌기'라는 글 제목을 보고 눈이 시골 황소 눈망울 만큼 커졌었습니다. 이런게..가능한가? 하는 의구심과 호기심을 마음에 가득넣고 읽기 시작했는데..결론은 너무나 명확하군요.

    '삶의 여유'라는 것을 가져보라. 그리고 나의 지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 생각해보고 다시 디자인하라.

    일주일 4시간 일하고 월급 4천만원을 벌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없었지만, Hoh님의 글을 읽으면서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것은 분명 Hoh님의 글을 읽었던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기회의 시간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007/10/03 03:13
    • 김호  수정/삭제

      오랫만입니다. 이노메이커님. 그럼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4시간 일하고, 월 4억은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 정도로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조금씩 변화를 가져보고 싶더라구요.

      2007/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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