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아틀랜타에서 4일 동안 열리는 NASAGA(North American Simulation And Gaming Association) 2007 컨퍼런스에 와 있습니다. NASAGA는 트레이닝이나 워크샵에서 활용하는 게임과 시뮬레이션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입니다. 이 컨퍼런스를 통해 새로운 트레이닝 게임과 시뮬레이션 디자인에 대한 트렌드를 보고, 아이디어와 정보를 나누지요.
NASAGA 컨퍼런스에 참석한 목적은 제가 진행하는 위기리더십 워크샵(Crisis Leadership Workshop)과 위기 시뮬레이션(Crisis Simulation)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택한 것은 Game Design Certificate Program으로, 첫 날인 10일에는 하루 종일 Training Game과 Simulation Design에 대한 개론 성격의 워크샵을 듣고, 각자 자기만의 관심분야를 정한 뒤, 11-12일에 걸쳐 총 6개 track의 워크샵 중 5개에 참여, 자기 분야에서의 simulation game을 만들어 13일 발표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Crisis Leadership Simulation Game이란 주제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내일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준비를 하다가, 지난 3일 동안 느낀 것 몇 가지를 정리도 할 겸 블로그에 몇 자 적습니다.
1. 우선, 이런 컨퍼런스가 있다는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실제 와서 듣고, 다양한 분야에서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당연히 있어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들은 내용 중에 이런 통계 자료가 있었는데 흥미로와 소개할까 합니다. 다양한 트레이닝 방법 중 사람들이 기억하는 비율을 조사한 자료인데요. Silberman(1998)에 따르면, 우리가 많이 접하는 강의(lecture)는 retention rate이 5%에 그칩니다. 책을 읽는 것(reading)이 10%, 오디오비주얼(audiovisual)을 활용하는 것도 20%에 그치지요. 실제 보여주는 것(demonstration)이 30%, 토론(discussion)이 50%, 행위를 통해 연습하는 것(practice by doing)이 75%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을 가르쳐 보는 것(teaching)이 90%라고 하네요.
제가 특강보다는 워크샵이나 시뮬레이션을 선호하고,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트레이너/코치, 위기 시뮬레이터(혹은 시뮬레이션 디자이너), 워크샵 퍼실리테이터로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참석자들이 흥미롭게 참여하면서, 실제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점입니다.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들 이런 고민을 나누고 있었고, 이들에게 게임과 시뮬레이션은 매우 파워풀한 툴(tool)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강의도 어떻게 진행하는가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세션에서는 강의와 질문 + 퀴즈 테크닉을 결합하여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interactivity 였습니다.)
저도 미디어 코칭을 진행할 때는 파워포인트로 발표하는 것은 최대 전체 시간의 1/4을 넘지 않도록 하고, 그것도 더 낮추려고 합니다. 대신 최대한 참석자가 직접 체험을 하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관찰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것에 집중을 합니다. 결국, 미디어 코칭이라는 것은 시뮬레이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뮬레이션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에 따라 참석자의 학습효과는 매우 달라지지요.
이곳에서 만난 트레이닝의 고수들은 파워포인트에 대한 회의론을 많이 펼쳤고, 실제, 워크샵에서도 파워포인트를 전혀 쓰지 않거나, 최소한 쓰는 모습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파워포인트가 사라진 자리에 사람들이 실제로 일어나 돌아다니면서 액션들을 하도록 만듭니다.
2. 이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세션에 참여하면서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나름대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a) trainees' motivation to learn: 트레이닝을 진행할 때, 참석자들이 스스로 배우고 싶어 온 사람일 때는 트레이너만 제대로 진행하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모두 그런 사람만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요. 트레이닝 참석자 중에는 어쩔 수 없이, 혹은 권유에 따라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트레이닝 진행이 쉽지 않습니다. 이 때는, 트레이닝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트레이니(trainee)의 실제 업무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동기 유발을 초기에 주어야 수월하게 되지요. 이럴 때, 게임은 하나의 툴로서 쓰일 수 있습니다.
b) trainers' qualification to train: 트레이너란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라고 무조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것과 한국말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같지 않으며 별개의 능력입니다. (얼마 전, 한 친구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주었는데, 저는 자전거를 탈 줄 알지만, 가르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주는 아저씨께서 가르쳐주니 더 수월하게 되더군요:). 더 나아가, 때로는 트레이닝을 받는 사람보다 트레이너가 실제적인 기술이 우수하다고 볼 수 없어도, 능력을 개발 하는 능력은 훨씬 우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훌륭한 축구코치들이 선수들보다 축구 기술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요. 아주 극단적인 케이스로 제가 들었던 것은(Tom Peters 강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예일 대학이 몇 년 동안 전국 수영 챔피언인 때가 있었는데, 알려진 바로는 수영 코치가 수영을 할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트레이너들이 트레이닝 테크닉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Train the Trainer 과정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지요. 책이나 어디에서 배운 내용을 가지고 전달하는 정도의 트레이닝은 사실 효과적이라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요즘 대학 교수들도 교수법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곳 컨퍼런스에서도 대부분은 실무 트레이너이지만 대학에서 온 교수님도 있더군요.)
c) chemistry: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트레이닝에서도 트레이너와 참석자, 그리고 참석자 사이의 chesmitry도 중요합니다. Ice breaking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마음을 터 놓는 작업들이 본 트레이닝에 들어가기 전에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곳 컨퍼런스에서도 ice breaking에 대한 다양한 technique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d) program design: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일정 프로세스를 가지고 진행하게 됩니다. 첫 시작이 어떻게 되어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피드백이 들어가야 하고, 어디에서 어떤 activity를 하고... 등등. 이러한 디자인에 따라, 참여자들의 이해도가 달라지게 되지요.
e) appropriate time spending: 트레이닝이란 늘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문제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일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중요한 문제인 이유는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트레이닝은 1-2시간 쏟는다고 금방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요. 각 트레이닝에 따라 필요한 시간 기준이 있습니다. 그에 따른 시간/관심 투자가 이루어질 때, 효과를 볼 수 있지요.
3. Improvisation은 이 곳에서 매우 중요한 테마 중의 하나였습니다. Improv Game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테크닉들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식사 후 열리는 key note speech session중 오늘은 Yael Schy라는 트레이너가 Improvisation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가장 와 닿은 말은 "Life does not have a script."라는 말이었습니다. 실제 우리가 직장에서 겪는 일들은 매일매일 뜻하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고, 여기에서 우리는 "즉흥연주"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래에서 보시는 동영상은 제가 오늘 오전 세션에서 찍은 장면인데요. Improvisation을 간단하게 활용하여, 그룹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리더의 변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동영상에서 보는 것 처럼,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수는 이러한 경험 후에 나누는 토론에서 나오게 됩니다.)
(Taken at the NASAGA 2007 Conference by Hoh - Embracing the magic of change: Using Improv exercises for change management in teams and organization by Yael Schy)
이제 내일 최종 발표를 하고 나면, 이 곳에서의 주요 일정은 마치게 됩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트레이닝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고, 지금까지 제가 진행해오던 프로그램 디자인을 다시 살펴보고, 개선해 나갈 아이디어를, 그리고 새로운 트레이닝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것이 실질적 수확이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제가 여기에서 이야기했던 8개의 모자 중 coach라는 모자를 생각할 때, 조금 더 구체적인 모자의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도 하나의 얻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Coach이자 facilitator로서 Game & Simulation Designer의 역할을 더욱 보강하는 것이지요.
휴우... 밤이 깊었습니다. 내일 발표 자료를 좀 더 다듬고 잠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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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집니다.
2007/10/13 15:50저는 언제 저런 자리에 설수 있을지.
컨퍼런스는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2007/10/13 19:03흥미로운 사람들이군요...나사가(NASAGA)라는 이름도...
유익한 기회가 되셨다니...부럽습니다.
2007/10/13 19:40저도 처음에 이름을 듣고는 발음이 재미있다 생각했습니다. 한창 힘내어 일하시는 정 부사장님이 저는 솔직히 요즘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제 노는 것도 심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말이지요...
2007/10/13 20:15교육부서에 있는 저보다 더 사람을 변화시키고 진실로 트레이닝시키려는 호 선배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또한 그러기 위해 직접 해외까지 가서 그런 컨퍼런스에 참가하시다니...
2007/10/13 20:40나중에 좀 가르쳐주실거죠, 네? ^^
언제 우리 모임 때, 이 곳에서 배운 게임을 한 번 해 보는 것도...
2007/10/13 20:58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7/10/14 02:30life does not have a script라는 말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렇죠 각본이 미리 짜여져있음 사는 게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설렘'으로 바꿔놓는 마법같은 게 그 말안에 있나 봅니다. ^^
2007/10/15 00:42네팔에 잘 다녀오셨어요? 블로그에 쓰신 것 보니 정말 각본없이 고생하셨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럼요. 5분 뒤를 모르니 삶이 살 맛이 있겠지요. 각본은 없지만, 몸과 마음, 그리고, 경험으로 각본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닐까 싶네요. 근데, susanna님은 어떤 각본을 만들어 가시려고 하는지 궁금하네요.
2007/10/15 06:21예전에 이 글을 읽고 프린트해놨다가 오늘 아침 다시 읽었습니다. 정말 새겨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백번 들기에 다시금 댓글 남깁니다. 언제 한번 꼭 말씀을 듣고 싶네요..혹시 제가 참고할 만한 서적이나 자료 있으면 추천부탁드립니다. 교보 외국서적 쪽에도 갔었는데, 잘 못찾겠더라구요. ^^
2007/11/15 08:43연말가기전에 차한잔 같이하며 이야기나눠요. 이사짐 정리되는대로, 한 번 정리해볼께요.
2007/11/15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