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필라델피아 공항에 도착하여 차를 빌려 시내로 들어오는데, 곳곳에 Renoir Landscape 특별전이 열린다는 깃발이 눈에 띄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는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우선 그 규모에서 이번 여행길에 들렀던, 아틀란타의 High Museum of Art나 세인트 루이스의 Contemporary Art of Museum, St. Louis에 비교가 되질 않았습니다.


1. 독특하게도 Renoir의 풍경화만을 모아놓은 이번 전시회는 미국내에서도 필라델피아에서만 열린다고 하네요. 말이 필요없는 전시회였습니다. 미술관에 도착한 것이 3시인데, Renoir landscape의 70여점과 같은 층에 있는 유럽 컬렉션을 채 보기도 전에 5시가 되어 아쉽게 나와야 했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나마, 여기를 클릭하시면, Renoir 풍경화의 아름다운 모습과 전문가의 해설을 파드캐스팅과 글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2. 오늘 오전 제가 가끔 들리는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과 <Philadelphia Museum of Art>의 웹사이트를 비교해보게 되었습니다.

2.1.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RSS나 파드캐스팅을 도입하고 있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은 web 1.0시대의 홈페이지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파드캐스팅이 미국만큼 활발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2.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뻔할 수 있는 '관장님'의 말씀이 필라델피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는 좀 처럼 찾기 힘들다는 것도 하나의 차이였습니다. 관장님의 "문화예술 향수 기회를 확대하고 순수미술 발전을 진작시키기 위해 설립된 국가 기관입니다."라는 말씀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3년뒤, 5년뒤 구체적인 변화나 비전을 설명해주신다든지, 아니면 큐레이터가 나와서 전시의 컨셉등에 대해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어준다면 보다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3.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시각장애우를 위한 홈페이지가 링크는 되어있지만, 필라델피아 미술관 홈페이지의 Accessibility 페이지처럼, 구체적으로 장애인이 어떻게 미술관에 갈 수 있을지, 도움을 요청하려면 누구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에 대한 페이지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기구표에 홍보마케팅팀 인력 6명을 나열하는 것보다, 장애인을 위한 한 사람을 나열하는 것이 홍보측면에서도 좋을텐데요... (물론, 홍보를 위해 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2.4.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 다른 어떤 점보다 저의 눈을 끈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표지화면 하단에 <KTV, 재정운영으로 본 참여정부 4년>이 링크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국정홍보처가 지시한 것인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알아서 한 것인지, 저로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만, 르느와르의 풍경화를 볼 때 만큼이나, (반대의 맥락에서) 말이 필요없어졌습니다. 그저, 한 마디 한다면:

"홍보도 때와 장소에 따라 해야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원래, 블로그를 쓰기 시작할 때는 웹사이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저로서는 그냥 두고 넘어가기가 뭣해서요.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Renoir는 말년에 20년이 넘도록 류마티즘 관절염으로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 때문에 가족들이 붓을 그의 손에 묶어 주어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림을 그렸다고 하네요. 특별전의 마지막 그림은 그가 말년에 류마티즘으로 고생할 때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Renoir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은퇴(retirement)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Renoir에게 retirement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이었겠지요. 은퇴란 삶의 중요한 아젠다이지만, 자기가 정말로 즐기고, 열정을 갖고 있는 일이 있다면, 어쩌면, 별 아젠다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데, 돈이 따라올 수 있는 일을 찾는 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은 아닐까요?

커리어를 디자인한다는 것, 이직을 한다는 것은, 돈과 직책이라기 쫓는 것이라기 보다는 내가 정말로 평생 즐길 수 있는 일인데, 돈과 직책이 쫓아오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

이 질문은 답하기도 쉽지 않고, 또, 자신에게 진지하게 묻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삶을 제대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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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칠전 박사장님과 이사장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저녁을 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호선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공감한 것이 무얼까~요? --- "호 처럼 그렇게 살기도 힘들고, 살수도 없는게 일반인(우리)이다" 그러니까 해석한 즉슨...우리 셋은 이제 더이상 부러워 하기에도 지쳤다는거. :)

    2007/10/19 09:13
  2. 김호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사는게 누구에게나 힘든가봅니다. 누구는 저보고 쉬니까 좋겠다고 하지만, 쉬어보니 느끼는 것은 항상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상태의 마이너스를 보지 못할 뿐이겠지요. 저도 이렇게 울타리를 벗어나 보았지만, 또 아나요. 지치면, 다시 들어갈지도:) 몇 년전 이사장님이 10년간의 직장생활 끝에 미국에서 안식년을 가질 때, 참 부러웠지요. 그러한 안식년 후에 이 사장님은 멋진 변신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변신을 해야할텐데요... 그나저나 저 때문에 지치는 일은 없으시길:)

    2007/10/19 11:31
  3. 쥬니캡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기관의 홈페이지 비교 - 흥미롭네요.
    10년 안식년 - 저도 해 보고 싶고요.
    자기만의 비전 - 저도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돈과 직책이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시장성이 중요한 듯 하고요.

    여러모로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호코치님도 멋진 변신 거듭할 것이라 믿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 이메일 인터뷰 요청 수락해주시고요. ㅎㅎ

    2007/10/19 11:30
  4. 김호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니는 더 멋진 안식년, 더 멋진 변화하길. 이미 지금 좋은 변화를 시작한 것 같은데요. 이메일 인터뷰? 확인 좀 해봅시다. 궁금하네...

    2007/10/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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