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스카프와 머플러를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옷은 보통 청바지에 티셔츠나 스웨터 정도로 꾸밈없이 입는 친구인데, 스카프와 머플러에는 욕심을 내는 친구지요.
이 친구는 제게 조지 나카시마의작품 세계를 처음 소개해주었고, 제가 목공이라는 세계에 빠져든데에 가장 큰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친구가 스카프와 머플러를 모두 모아 한 곳에 담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서랍장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하여 미국 여행과 이사로 목공소에 나가지 못한 두 달을 빼고도, 꼬박 다섯 달이 걸려 오늘에야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그 친구 이름의 이니셜을 모티브로 하여 스케치를 한 달 이상은 거듭했는데요. 다소 불안하게 보일 수 있지만, 아주 견고하고 단단합니다. 사진에서처럼, 일곱 개의 서랍을 세 단으로 나누고, 각 서랍에는 레일을 달아, 아주 부드럽게 열리고 닫힙니다.
재료는 이번에도 참나무(oak)를 썼고(우리나라의 참나무값 너무 비쌉니다! 좀 싸졌으면 좋겠어요...), 서랍의 바닥은 편백나무를 사용했는데, 그 향이 아주 깊지요. 밑에는 바퀴가 달려있고, 각 단은 취향에 따라 360도까지 회전시켜 사용 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공간이 아주 넓지 않으면 회전을 별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손잡이도 특별히 신경을 써서 주문을 한 것이랍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무슨 동네 가구점에서 제품 소개하는 문구 같네요:)
이제 목공을 시작한지가 벌써 1년하고도 반 년이 넘었네요. 공구통 만들기로 시작한 이래, 어느새 아홉번째 작품입니다. 처음으로 서랍장을 만든 것인데, 서랍을 만든다는 것이, 정말 중간에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쉽지 않더군요. 그 덕에 참을성을 배우기도 합니다만... 일곱 개의 서랍이 불과 2미리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서로 평행을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었습니다.
... 얼마전 이사를 하고나서, 식탁과 책장을 동네 마트에 가서 샀습니다. 가구들이 참 싸고 잘 만들어진 것들이 많더군요. 가구를 사서 들여놓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목공을 하는 것은 전혀 실용적인 의미가 없다고. 하긴, 서랍장 하나 만드는데, 반년 가까이 걸리니, 결코 실용적일수가 없지요. 그저,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톱질과 대패질을 하고, 그리고, 완성되는 것을 보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큰 기쁨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나하나 제가 만든 것들은 모두 제 자식같지요. 그리고, 바쁘게만 살아온 저에게 느림의 미학을 최고조로 즐기게 해줍니다:)
와우.. 저는 언제나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ㅋㅋ 일단 저는 그렇게 고가의 나무를 취급하기에 부담이 있으니 어려울 듯 합니다. ㅋㅋㅋ 1월 5일부터 등록하고 첫 작품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의 지도가 없으면 불가능하지만 생각보다 재밌다고 느끼고 있어요. 완성하면 보여드릴께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순수 인건비로만 1억원이 넘는 호화스러운 서랍장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그 스카프 친구분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2008/01/04 08:42아. 그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직업을 바꿀텐데 말이지요
감사해요.
2008/01/05 09:50와우~!
2008/01/04 08:50친구분도 부럽고, 멋진 목공솜씨를 지닌 김호대표님도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은 단계마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정도의 실력이랍니다
2008/01/05 09:50멋지십니다. 물론 작품도 멋지고요^^. 링크하신 포스팅을 보고서야 목공을 하신지 그렇게 오래되셨다는 걸 알았어요. 저도 마침 우연히 집 근처에서 헤펠레를 발견하고 거기서 시작하려고 한답니다. 여러모로 호님이 좋은 롤모델이 되실 것 같은데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8/01/04 10:57와... 이 블로그를 통해 헤펠레 동기분들을 여럿 알게 되는데요? 좋은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꼭 그러실거예요.
2008/01/05 09:51아랫쪽엔 두꺼운 겨울 머플러가, 윗쪽엔 실크 스카프들이 들어가면 좋겠군요! 말씀하신 나무의 깊은 향 뿐 아니라 서랍장을 만지면 따듯한 나무와 정성의 온기가 전해질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자식같은 작품들. 그 뿌듯함 가득 마음에 담으시길
2008/01/05 10:00딱 맞추셨네요. 첫번째 칸에는 스카프 고리나 간단한 소품들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답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2008/01/06 00:10김호대표님은 정말이지 르네상스 맨이신것 같습니다. (언제 뵐까 고대하고 있는 1인입니다)^^
2008/01/10 13:53CK님. 언젠가 뵐 수 있겠지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01/12 02:52와우.. 저는 언제나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ㅋㅋ 일단 저는 그렇게 고가의 나무를 취급하기에 부담이 있으니 어려울 듯 합니다. ㅋㅋㅋ 1월 5일부터 등록하고 첫 작품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의 지도가 없으면 불가능하지만 생각보다 재밌다고 느끼고 있어요. 완성하면 보여드릴께요. *^^*
2008/01/15 13:54웰컴 투 우드워킹 동아리! 제니는 더 빨리 할 것입니다. 워낙 감각이 있는 사람이니까. 손 조심하고, 꼭 완성하면 보여주세요~
2008/01/18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