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AE로 일할 때입니다. 한 외국인 CEO와 프로젝트를 할 때였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제게 해 준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 나는 미국에 있으니, 우린 시차가 있잖아.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슈가 발생한다면, 새벽 2, 3시라도 상관 없어. 내 집 전화번호를 줄테니, 내게 직접 연락해."


2) 이번 금강산에서의 관광객 피격 사망과 관련, 중앙일보 인터넷판에서 두 가지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 링크를 보내준 학생에게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허술한 위기관리 뭐하느라 '통일부 --> 대통령' 보고에 2시간 걸렸나?>
<베탕쿠르 구출 대사 --> 외교장관 --> 사르코지 '급행보고'>


이 기사를 읽으며, 새삼 AE때의 기억을 떠올린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 그 CEO와 일하다가, 이슈가 발생하여, 미국 시간으로 새벽 3시쯤 제가 직접 서울에서 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침대에서 자다 받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침착하게 논의를 하고, 임원도 아니고, AE였던 저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 것이 인상적이다못해 솔직히 부담으로까지 다가왔습니다.


3) 위기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Fast & Often이라는 말로 축약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Faster & More Often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외부에도 fast & often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제가 여기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원칙이 현실에서 '먹히려면' CEO가 위기 상황에서 내부 임직원들이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화'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임직원들이 빨리 그리고 자주 커뮤니케이션해도 마음이 편하게 만들어주면 된다는 말입니다.

오래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보면, 만약, 그 CEO가 AE인 제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상당히 고민했을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지사를 통해 보고를 하거나 했겠지요. 그 CEO는 그런 시간 낭비도 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4)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다음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면 상황의 윤곽을 파악한 뒤 일정한 수준의 대책까지 마련해 보고해야 한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보고하듯 무턱대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실장과 관련 수석들이 긴밀히 연락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숙의했다”고 해명했다." (출처,joins.com)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도 비슷한 위기상황에서 청와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는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단순한 사건도 아닌, 북한이 우리 국민을 총으로 사살한 위기 앞에서는, 더군다나 몇 시간 후 국회에서 대북제안이 예정된 상황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말입니다.

위의 커뮤니케이션은 애초에 다음과 같이 되었으면 더 효율적이었을 것입니다.

/ 위의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현대아산에서 통일부로 보고한 것이 11시 30분이고, 통일부에서 청와대로 보고한 것이 11시 45분, 그리고 나서, 대통령에게 보고 된 것이 오후 1시 30분이었다고 하는데요. 11시 45분에 청와대에서 보고받았을 때, 바로, 대통령께 "지금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과 관련, 피격 사망 보고가 있었습니다. 현재, 청와대 위기정보상황팀, 국정원, 통일부가 보다 상세한 '상황의 윤곽'과 '대처방안'에 대해 조사중입니다. 국회 연설하시기 전에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랬다면, 국회연설에 대한 검토 시간은 좀 더 확보할 수 있었겠지요.


5)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1. Mind: CEO(대통령)가 위기관리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조직 내부에 알려주고, 제대로 된 위기관리 문화를 만들어주는 일

2. Know-how: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겠지요.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 방법을 아는 것.

3. Practice: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겠지요. 실제 가상 상황 속에서 미리 연습해보는 것, 그게 중요합니다.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약, 대통령께서 2시간만 시간내어, 비서관들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놓고, 어떤 프로세스로 위기를 관리할지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지금 상황은 어떻게 달랐을까...라고 말입니다.



* 위의 '청와대 핵심관계자'라는 분이 회사와 청와대는 다르다고 말씀하셨다는데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청와대는 회사보다 아마 99배는 위기관리 능력이 더 필요한 조직일 겁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 마다, 마치 화재 진압 훈련을 하나도 하지 않은 '소방관'들이 국가의 위기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

결론적으로,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청와대와 회사는 fast & often communication이라는 큰 원칙에서는 같고, 청와대가 회사보다도 효율적인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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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7 22:46 2008/07/1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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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tchdog을 죽인 결과(?)

    Tracked from Communications as Ikor  삭제

    통상적인 보고 시스템은 '결과'를 CEO나 조직 수장에게 보고한다. 최상위 의사결정자의 과도한 정보 로드를 방지하고 귀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배려다.그러나 위기 발생시에는 시간과 검증이 필요한 '결과' 이전에 '1보' '2보' '3보' 등이 선행되어지는 것이 오히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위기가 한꺼번에 모두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도감 있는 상..

    2008/07/19 22:05
  2. 펭도의 느낌

    Tracked from pengdo's me2DAY  삭제

    "'청와대 핵심관계자'라는 분이 회사와 청와대는 다르다고 말씀하셨다는데요 .. 청와대와 회사는 fast & often communication이라는 큰 원칙에서는 같고, 청와대가 회사보다도 효율적인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호

    2008/07/20 23:5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쥬니캡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랑스에서 바쁘실터인데, 이렇게 말끔하게 정리도 해주시고. 건강하게 지내시다 들어오삼요!

    2008/07/18 10:10
    • 김호  수정/삭제

      술 마시느라 좀 바빴다우...:)

      2008/07/19 08:12
  2.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 말했듯이 점점...'동네축구'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는 비유가 맘에 와 닿고 있습니다. :) 동네축구...후후후...

    2008/07/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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