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식 위기관리법
김 호 (에델만 코리아 사장)
더 이상‘교수’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작년말 황우석 교수에 대한 의혹이 커져 갈 때, 그리고 점차 소설 같은 반전이 사실이라고 믿겨져 갈 때, 그의 세계적인 업적과 찬사를 지켜 보아온 한 국민으로서, 필자는 소름이 끼쳐올 정도의 전율을 느꼈던 적이 있다.‘과연 어떻게 저것이 가능했을까?’혹은“어떻게 저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고 되뇌면서. 이후, 그에 대한 실망을 뒤로하고, 위기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행보를 짚어보고, 이것이 위기관리에 줄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번 사태에서 위기관리의 입장에서 돌아보아야 할 가장 큰 교훈 중의 하나는 “위기관리는 사건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발생한 사건에 대해(사태 이후) 위기 당사자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것(crisis management is not about what happened, but, what you do with what happened)”이라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보자. 위기는 하나의 사건이 언론으로 대표되는 공적인 영역(public domain)에서 부정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을 말한다. 황교수의 “논문 조작”이라는 행위가 위기로 발전한 것은 은폐되었던 그의 잘못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면서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위기 관리는 논문 조작이라는 공론화된 이슈에 대해 당사자인 황우석 교수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논문 조작이라는 상황은 이미 발생했고, 언론과 과학자들에 의해 조금씩 공론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이를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가능치 않다. 그러나, 희망을 가진 인간이라 그럴까? 황교수는 위기 상황 자체를 되돌릴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거짓말”이라는 수단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상황 자체를 되돌려놓는 위기관리란 결국 거짓말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관리란 발생한 위기를 되돌려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부정적 상황(위기)에 대해서 개인이나 기업이 어떤 행동(crisis behavior)을 보여주는 것에서 실행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위기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개인이나 조직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진짜 그들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위기라는 말은 ‘위험(危)’과 ‘기회(機)’가 조합된 단어다. 위기 자체를 뒤집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바로 상황을 위험으로 몰아가는 것이고, 기회란, 위기상황 발생 이후 당사자의 행동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생한 이슈 주변에 있는 사회의 부정적 반응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심지어는 점수를 따는 경우도 있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 타이레놀 이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기상황 발생 이후,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기상황 이후, 메시지를 내보낼 때는 “책임성”(responsibility)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성이라는 영어 단어(responsible=response + able)가 보여주듯, 일단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성을 보이려면 그에 합당한 반응(response)을 보일 수 있어야(able) 한다. 숙명여대 조정열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벌어지는 위기상황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한 조직이 반 이상(56%)을 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상황에서 무대응은 효율적인 전략이 되기 힘들다.
황 교수는 그의 연구가 스폿라이트를 받을 때는 매우 적극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였으나, 논문 조작 이슈가 생기면서는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황 교수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보면 “1) 외부로부터의 의혹 제기 à 2) 침묵 후 부인(거짓말) à 3) 외부로부터의 추가 압력(조사, 증거 제시, 부정적 여론) à 4) 부분적 시인(사과)”의 흐름이 발견된다.
기업 경영에 있어 유사한 위기 상황, 즉, 외부로부터 어떤 의혹이 제기 되었다고 하자(탈법 경영 행위, 세금 문제 등). 이때 최고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관련 담당자와의 정확한 사실 확인이다. 그리고 잘못이 내부에서 확인되었을 경우, 침묵을 통해 사실 확인을 연기하거나 부인/거짓말을 통해 상황 자체를 뒤집으려고 하기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자기 입을 통해 잘못에 대해 시인하고, 이에 대해 당사자로서 어떤 조치를 통해 복구할 것인지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자신이나 기업을 보호하는데 훨씬 이롭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제 삼자가 아닌 자신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황우석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외부에서 의혹이 있기 전이나 직후, 바로 이에 대한 솔직한 사실 시인과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추후 대책을 밝혔어야 했다. 침묵이나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위기 자체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부정적 시각이나 언론의 보도 이외에 사건의 은폐 등으로 인해 또 다른 부정적 시각과 보도를 이끌어내는 꼴이 된다. 황 교수의 경우만해도, 잘못된 위기관리로 인해 논문 조작에 대한 비난 이외에도 “안쓰럽다. 스스로의 목을 죄는 황우석”(세계일보), “논문 조작 본질 흐리는 황우석의 언사들”(프레시안에 실린 이형기 미국 피츠버그 의대 교수의 글 중) 등의 부정적 시각을 만들어 냈고, 이는 자신을 더 불리한 입장으로 만들어 갔다.
황우석 사태는 사건 자체(논문조작)와 그에 대해 황교수가 어떤 행동을 하고 말하는가, 이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사건 자체에 대한 거짓말과 부인을 통해, 이 두 가지를 모두 부정적 위기상황으로 만들어 가기도 하고, 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부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사회에 오는 피해를 최소화한다. 논문 조작은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이지만, 그 이후 보여준 ‘황교수식 위기관리법’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위기관리란 위기 자체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의 대응을 통해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단순히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다. 황우석사태에서 보듯, 거짓말은 하나로 끝날 위기를 두 개로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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