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들 하시는군요”
김 호 (에델만 코리아 사장)
줄기세포 핵심 연구원 중의 한 명인 박종혁 연구원이 지난 2월 4일 공항에 입국하면서 한 말이다. 조선일보는 “……입국장에 들어온 박 연구원은 자신을 따라 붙으며 쏟아내는 취재진 20여명의 질문 공세에 손사래를 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만을 짧게 밝혔다…… 질문이 계속되자 ‘너무들 하시는군요’라며 다소 짜증스런 표정을 지은 뒤 더이상 언급을 피했다”라고 입국장에서의 상황을 적고 있다. 우리는 개인이나 기업이 부정적인 위기 상황 속에 연루되었을 때, 증가하는 언론의 관심과 이에 대한 당사자의 대응을 기사를 통해 보게 된다. 위기상황에서 언론에 바로 대응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점에 대해 살펴본다.
시청자에게 반말하는 정치인들?
우리는 종종 나이 지긋한 정치인들이 TV화면속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반말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도 담당 기자가 친한 사람이거나, 기자의 나이가 아들뻘 정도 되어 그런 것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공간안에서는 언론에게 이야기하는 것(speaking to the media)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언론을 통해 수많은 시청자에게 이야기하는 것(speaking through the media)이라는 점을 간과한 실수이다. 얼마 전 한 TV 토크쇼에서 반말투로 진행을 했다가 많은 항의를 받은 영화배우 최민수씨의 경우도 유사한 사례이다. 위의 박종혁 연구원이 짜증스런 표정을 짓는다든지, 혹은 취재하러 온 TV 카메라의 렌즈를 무작정 손으로 가린다든지 하는 행위는 사실 위기관리의 입장에서 보면 그 당사자에게 해가 되면 되었지, 도움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카메라 렌즈를 가리는 행위는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그 회사가 진실을 가리려고 한다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줄 뿐이다.
회사에 좋은 뉴스가 있을 때는 언론에 협조적이면서, 위기 상황에서는 언론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위기상황일수록 언론에게 협조적이어야 한다. 위기상황이란 언론과 같은 외부의 입장에서 보면 갑작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이 때 정보의 공백(information vacuum) 현상이라는 것이 생겨나는데, 이는 쉽게 말해서 위기 상황에 대해 소위 6하원칙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정보가 금방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백이 생기게 되고, 이를 빨리 메꾸려는 속보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백을 당사자가 빨리 메꾸지 않으면, 언론은 보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삼자에게 물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게 된다. 조직이 위기관리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사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조직의 입장(position)을 빨리 정리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법정과 여론의 논리는 반대?
법정에서는 유죄라는 것을 법정이 증명할 때까지, 피고는 무죄이다. 하지만, 언론으로 대표되는 ‘여론이라는 법정’에서는 반대이다. 즉, 한 조직이나 개인이 이슈에 휘말리면, 본인이 스스로 무죄라는 것을 밝힐 때까지, 외부에서는 유죄의 시선을 가지고 보게 마련이다. 그만큼 언론의 시각과 보도는 회사의 명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때로는 해당 기업이 잘못한 일이 없는데, 이슈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어”라는 생각에서 언론의 취재에 대해 억울한 심정으로 화를 내거나, 자신들의 입장을 사실의 제시와 함께 제대로 밝히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부정적인 상황으로 빠지게 된다. 외부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시선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이 해야 할 일
위기상황에서 언론 대응을 하는데 있어 기업들이 해야 할 점을 세 가지만 말해보자. 첫째,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홍보는 홍보팀만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임원이라면 언론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 위기가 발생하기 전 조직 내부에 위기 발생 시 언론 대응 절차를 만들어, 실제상황에서 허둥지둥하거나, 무조건 언론을 피하기보다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원진을 중심으로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대변하여 언론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복수로 지정해놓고, 이들에게 매년 대변인 훈련을 실시한다. 이는, 회사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과 입장에 대해서 언론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훈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임원들은 언론을 피하려고만 하지, 회사의 입장을 정정 당당하게 설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평소 홍보는 홍보실이 할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임원이 나서서 회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에서 CEO나 임원에게 대변인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화 되어가는 추세와 발 맞추어, 한국의 언론 뿐 아니라 CNN과 같은 해외 언론에도 자사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박종혁 연구원은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할까?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너무들 하시는군요’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앞서 그가 이야기했듯, 침착하게 ‘여러가지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겠지만, 검찰에서 제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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