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학회 모임에 나가 발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 발표의 제목은 약간은 우스꽝스럽게도 "고등학교 시절 많이 알던 선생님과 잘 가르치던 선생님은 달랐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도 이와 같은 비유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PR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을 되돌아 보면 소위 학벌이 최고이고, 그 분야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선생님이 반드시 가장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니었습니다. 학원가에서 "잘 나가는" 선생님들이 반드시 그 분야에 대해 가장 지식이 많은 선생님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그 분야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갖지 않고는 잘 가르치기 힘듭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고,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반드시 다른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바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되는 것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오디언스)의 문화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많이 아는 사람이 반드시 상대방의 문화를 고려하고 이에 맞추어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요.

비슷한 관점에서 경영(management)이라는 행위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경영은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operation(실제로 일을 하는 것; "많이 아는 선생님")과 communication(실제로 일을 한 것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두 가지 수준(level)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품이 좋은 것 못지 않게 브랜딩이 잘 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수준이 모두 잘 관리(manage)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operation management(예: 화재 사고에서 불을 끄는 것)와 communication management(예: 화재 사고에 대해 관련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두 가지가 모두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말에 "그걸 꼭 말해야 알아?"라는 말은 "그건 꼭 제대로 말해야(제대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해야) (오디언스들이) 알게 된다"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학회 발표 자료를 준비하다가 생각하게 된 고등학교 시절의 선생님들은 저에게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해 주었고, 또, 잠시나마 그 때의 즐거웠고 힘들었던 추억을 떠 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선생님들은 저에게 무엇인가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ATE 2005/07/27
NAME Yoony
E-MAIL a@a.com
COPY 캡틴! 오랜만에 유니, 다녀갑니다.

겨울이 도무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아, 겨울 영업과 봄 영업 사이에 샌드위치 껴있는 마케터 유니는, 무지무지 갈팡질팡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커뮤니케이터 유니라 하지 않고 마케터 유니라 하는 이유는, 제가 현재 회사에서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입니다. 하지만 마케팅도, 제가 원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커뮤니케이터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는 분야라 생각하여, 영업 전략, 신상품 개발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습니다.

업무 공간이라는 작은 범위 내에서 '많이 아는 선생님'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상사들을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이 알고 잘 가르치는 상사라면야, 더할나위 없는 복이겠습니다만,
현실이 반드시 그렇진 않더군요.

'많이 알지만 잘 가르치지 못하는 상사'는 참 말씀이 많으십니다.
그런데...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다가...나중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말씀이 많으십니다.
실무자가 참으로 곤란하게 되지요.
아무리 질문을 하고 쫓아 다닌다 한들,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니...지레 짐작이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상사에 대한 이런 평가를 하게 되지요. '능력은 있는 분 같은데...도대체 적응이 안된단 말이야. 일 같이 하기 되게 힘드네.'

반면, 또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잘 가르치는 상사'는
실무에 대해 모르시기 때문에, 상사 자체가 그 상황에 대한 유추를 하시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시행착오가 생깁니다. 왜냐면 실제 상황에 접하면 그게 또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대부분 잘 가르치는 상사는 무척이나 '경청가 (good listener)'들이십니다.
그래서...실무자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하지요.
즉, 실무자들에게 실무에 대해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 하시지 않아요.
하지만 역시, 실무를 전혀 해 보지 않았다거나 해볼 시도를 안한다면 한계는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평가를 듣게 됩니다.
'이 상사하고는 일 잘 할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네.'

가끔,
회사가, 실무자들의 높은 기대 속에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을 영입할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전문 분야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무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만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즉, '많이 아는 선생님 +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포지션이 진국인거죠.

물론 캡틴이 말씀하시는 바도 이와 마찮가지겠지만,
소비자, 고객 및 여타 외부 타깃 오디언스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자신의 인터널 포지셔닝 &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PR인들이라면 한번즈음 생각해 볼만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많이는 아는데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거나, 잘 표현기는 하는 데 몰 모르는 것 같다는 그런 불균형적 이미지. PR 전문가가 듣는다면...조금...부끄럽잖아요. ^^;;

업계의 리더를 키울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저는 오늘도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이리저리 깨지고있습니다.
깨지는 만큼 단단해 지고 모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거든요.
둥글게둥글게 단단한, 바닷가의 옥돌 처럼요.

유니.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마가린 바르기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Digg에 번역해 투고하기 dzone에 번역해 투고하기 붐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5/02/21 00:00 2005/02/21 00:00

TRACKBACK :: http://hohkim.com/trackback/8

댓글을 달아 주세요

◀ Prev 1  ... 712 713 714 715 716 717 718 719 720  ... 735  Next ▶
BLOG main image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웹 2.0시대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이젠 Cool Communication입니다. (photo by 지호준)
by 김호

공지사항

카테고리

Everything (735)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21)
김호의 위기관리 (76)
NextPR (159)
Leadership Communication (71)
Story (42)
hoh's halftime (120)
non-blogging (8)
Anything (42)
Communication POV (58)
h_podcasting (23)
h_link (32)
CAREER (15)
OLDIES BUT GOODIES (2)
PERSUASION (21)
PUBLIC RELATIONS (15)
HAPPY (7)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57970
  • 824917
468명이 RSS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textcubeget rss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김호'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김호 [ http://www.hohkim.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