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클로드 볼링빅밴드(Claude Bolling Big Band)의 공연을 보러 갔었습니다. 몇 번의 내한공연이 있었지만, 직접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Jean-Pierre Ranpal과 함께 연주한 Sentimental은 아마도 우리 누구나가 들으며 애틋한 감정을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빅밴드(Big Band)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클로드 볼링을 그의 빅밴드와 함께 보는 것은 아주 특별한 재미 그 자체였습니다.
19인조 대 밴드가 모두 밝은색 유니폼을 입고 무대로 나오는 순간, 그들의 나이를 다 합치면 1,000년은 족히 넘겠다 싶을 정도로 평균 나이가 50은 넘어 보였습니다. 거기에 78세가 된 노장 클로드 볼링은 어떤 모습일까 싶었습니다. 매 곡 중간중간에 마이크를 들고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내는 모습에서 노인의 나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반위에서 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는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빅 밴드의 주자들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 색소폰이며 트럼펫등을 신나게 불어대는 모습에서 오히려 신선함을 느낄 지경이었습니다.
객석에서 클로드 볼링과 그의 빅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을 여전히 즐기면서, 제 머리와 가슴 속은 음악보다는 "사람들"에게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80이 가까운 나이에 저렇게 즐겁게 자신의 업(業)을 사랑하면서 사는 클로드 볼링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나도 나의 업을 저렇게 오랫동안 사랑하고 즐기며 살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빅 밴드의 주자들을 보며 일반적인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단원들과는 확실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가면 단원들의 표정에서 한껏 긴장된 모습과 약간의 '도도함'이 느껴진다면, 주말에 본 '빅밴드' 주자들의 표정과 몸짓에서는 삶에 대한 관조와 여유,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움'이 관객에게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한국의 첼로 연주자, 그리고 플룻 연주자와 함께 공연을 할 때, 그 차이점은 더 대조되며 나타났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요?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무려 세 시간에 걸친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공연을 함께 본 친구와 클로드볼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의 업(業)을 저렇게 즐길 수 있는 삶이 진정한 럭셔리(luxury)가 아닐까...라는 점에서 동감했습니다.
그가 부러운 주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삶에 대한 여유와 깊은 희망을 다시 꿈꾸게 한 그런 공연을 본 것이 행복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