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속성

Leadership Communication 2008/03/20 16:41 Posted by 김호
주말에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신문들을 천천히 읽는 시간을 갖는데요. 요즘 즐겨보는 것 중의 하나가 조선일보의 Why라는 인터뷰입니다. 흥미로운 인물들을 인터뷰한다라는 것도 그렇고, 직업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인터뷰를 하는 기자가 자신의 심리나 행동에 대해 조금씩 드러내는 지문을 읽는 맛입니다.

1. 예를 들어, 지난 2월 22일에는 사물놀이의 대가라 할 수 있는 김덕수씨의 인터뷰가 실렸는데요. 최보식 기자의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그를 슬쩍 찔렀다.
기자들의 기본적인 속성이지요. 평이하거나 긍정적으로 물어보기 보다는, 비틀어서,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보는 속성 말입니다. 그가 기사에 쓴 질문들 중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런데 빌딩은 아직 못 세웠습니까?
. 한번은 즐길 수 있지만, 계속 감상하기에는 음(音)이 단조롭고 요란하고 시끄럽다는 반응도 있더군요.
. 그만큼 두들겼으면 장구 가죽이 어디 남아나겠나요?
. 평생 그렇게 치면 신물이 날 법도 한데.
. 사물놀이를 결성했을 때, 다들 개성이 강해서 갈등이 많았죠?
. 이름이 '김덕수와 사물놀이'였으니, 다른 멤버 입장에서는 들러리를 선다는 느낌도 있었겠지요? (출처: 조선닷컴)

이들 질문들은 "돈은 많이 모으셨습니까?" "사물놀이가 단순한 음의 반복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평생 연주하시면서 많은 장구들을 쓰셨겠어요..." "같은 일을 반복하시다가 힘드실 때는 없나요?" "사물놀이를 결성했을 때, 멤버들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이끌어 가셨나요?" "이름을 '김덕수와 사물놀이'라고 지으신 이유가 있나요?" 정도로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기자의 인터뷰에서는 보통 위와같이 틀어서 '찌르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2. 지난 3월 8일에는 오랫만에 김우중 회장의 인터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도 강인선 기자가 인터뷰 기사 마지막에 쓴 글을 보며 웃었습니다.

그는 일어서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거래'를 시도했다. 이번 인터뷰를 기사화하지 않으면 다음에 진짜 멋진 인터뷰를 약속하겠다고 했다. 대신 이번에 기사를 쓰면 앞으로 자신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어쩌면 다시는 김 전 회장을 만나지 못할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 기자와 한 시간 동안 만난 후 기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정도로 그가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출처: 조선닷컴)

기업의 홍보팀 담당자분을 만나면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 글쎄, 우리 상무님이 친분있는 기자하고 식사하시다가 엉뚱한 이야기하시는 바람에 기사 막느라 엄청 고생했어요..."

홍보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지요. 그런 분들께서는 위의 강인선 기자의 마무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란, 인터뷰로 만났든, 식사로 만났든, 아니면, 우연히 알게 되었든... 기사 거리가 될 이야기를 기사화하지 않기란 참으로 힘들다는 점입니다.

결국 기자의 속성이란, 그들 나름의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한 세계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취재원을 '슬쩍 찌르는' 방법을 선배들에게서 트레이닝 받듯, 기업의 임원들은 인터뷰이(interviewee)로서 어떻게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를 배우고, 알아야 할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 본 포스팅은 THE LAB h의 공식 블로그에도 같은 내용으로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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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16:41 2008/03/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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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씨황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는 기사네요. 앞으로 조선일보 Why라는 인터뷰섹션을 챙겨 읽어야겠습니다.

    강인성 기자의 마지막 단락은 한마디로 "선수끼리 알면서..." 라고 줄일 수 있겠네요 ^^

    블로그를 보니, 강의와 학업을 병행하시느라 힘드신 모습이 짙게 배어나네요.아무리 바빠도 건강이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마치 그건 회사동료에게 '왜 집에 안가고 야근해?' 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이 뻔한 내용이라 ~ 그냥 조용히 코치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앞으로 블로그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2008/03/20 18:00
    • 김호  수정/삭제

      맞습니다. 선수들끼리의 대화라 할 수 있지요. 건강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을 좀 빼야할텐데 말이지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2008/03/21 10:21
  2. Seoj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만간 중요한 분들을 만나 중요한 인터뷰를 할 상황을 코앞에 둔 지금,
    뭔가 찌르르 와닿는 강인선 기자의 마지막 멘트였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마지막 말씀도 그러하구요.
    떠오르지 않는 억지질문을 머리속에서 쥐어짜내기보다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조금 더 쉬울 것 같습니다. 기자정신으로 중무장을 하고 말이죠^ ^

    힘든 상황에서 멋지게 준비해주시는 수업인지라 쏙쏙 다 얻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멋진 수업, 감사합니다. 이곳도 잊지 않고 들르고 있습니다^ ^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Flickr 였던가요? 저 단어로 검색하면 되는 건지...

    2008/03/21 20:56
    • 김호  수정/삭제

      서진. 여기에서 또 보네요. 전, 지금 대전으로 다시 내려가는 중이랍니다. 금요일 오후임에도 늘 열심히들 참여해주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이 모두 잘 되길 바래요. 다음주에 또 봐요. flickr.com입니다.

      2008/03/21 22:42
  3.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톡하고 손대면 터질것만 같은 CEO분들과 '슬쩍 찌르는' 기자들간의 사이에서 홍보담당자가 해야 할일이 무엇일까요...양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지 않는다...:)

    2008/03/23 11:05
  4. 비밀방문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03/25 19:22
    • 김호  수정/삭제

      오타 수정 감사드립니다!:)

      2008/03/2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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