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이제 수요일이면 차기 대통령 선거입니다. 지난 5년간 고생해오신 대통령님께서는 느낌이 좀 더 각별하시겠지요. 온 나라는 아무래도 노 대통령님보다는 차기 대통령에 관심이 온통 쏠려있습니다.

사실, 지난 며칠 동안, 저는 개인적으로 노 대통령님 생각을 좀 많이 했습니다. 아마, 제 자신이 노 대통령님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생각한 것은 지난 며칠만한 날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지난 선거에서 노 대통령님을 뽑은 사람도 아니고, 굳이 노선을 따져도 저는 보수적인(그러나 개혁 지향적인) 사람입니다. 저는 한 글로벌 PR회사의 사장을 지냈고,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서 강의나 발표를 많이 하는 편인데, 가끔 노 대통령님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농담 삼아 이야기하면서, 리더로서 별로 좋은 사례는 아니라고 이야기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정말로 노 대통령님께 진심으로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어제 들었습니다. 가끔씩 신문에서, 칼럼니스트들이 누구에게 편지 쓰는 형식으로 비꼬는 그런 편지가 아니라, 진심어린 편지를 말입니다. 운전을 하다가, 정말 우연하게 노 대통령님의 퇴임 이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 대통령님께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성공한, 그리고 가장 영향력 있는 전직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대통령님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노 대통령님께서 퇴임 후, 개인 미디어로서, 블로그(blog)를 오픈하셨으면 합니다. '블로거(blogger) 노무현님'으로 새로 나서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현직 정치인 중에 노 대통령님만큼 블로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고, 블로거로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기에, 제가 이런 편지까지 주제넘게 쓰는 것이지요.

대통령님께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과 네티즌의 힘을 업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분이십니다. 5년전 당선될 당시가 웹 1.0시대였다면, 이젠 웹 2.0시대입니다. 당시에 인터넷과 네티즌에게 진 빚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이제 웹 2.0 세상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미디어 실험, 정치 실험을 노 대통령님께서 해주시는 것으로 갚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지난 5년 동안 소위 '조중동'과 싸우시느라 고생하셨고, 당신의 목소리를 언론이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도 언론이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퇴임후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무관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조중동과의 경쟁을 하실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통령님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실 수 있는 방법으로서 개인 미디어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향후 5년, 아니 그 이후에도 정치 현상에 대한 대통령님만의 시각을 우리 사회에 제시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기존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지적하시고, 또 국민들과 의견 교환을 할 수 있겠지요.

미국내에서는 IT분야와 함께 정치 분야의 블로거들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치 블로거로서 머리에 떠오르는 인물이 없습니다. 블로그로 대변되는 소위 웹 2.0 현상의 모토가 개방, 공유, 참여인데, 이 세 가지는 노 대통령님이 그동안 표방해오신 것과도 일치한다고 봅니다. 참여정부란 명칭도 그렇구요.

마지막으로, 저는 그동안 노 대통령님의 진심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님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이지요. 언론 탓도 있을 것이고, 노 대통령님의 세련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도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노대통령님이 퇴임 후, 그런 오해를 줄이고, 국민들에게 진심을 직접 전달하셨으면 합니다. 그런 부분을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시는 매체로서 블로그만한 것이 없습니다. 단순히 홈페이지에서처럼 일방향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서는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실 수 있는 것이지요.

매스미디어의 뉴스는 '객관성'을 내세우지만, 블로거는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현실에 대한 자기의 의견, 주장 등을 내세울 수 있는 미디어입니다. 매스미디어가 사실과 정보를 앞세운다면, 블로그는 개인의 마음(이를테면, 주관적 의견, 해석, 주장 등)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매체입니다. 노 대통령님께서는 자신의 마음을 거리낌없이 펼쳐보이시는데 탁월하십니다. 기존 매스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것이 때론 문제시되기도 했지만, 블로그 세상에서는 노 대통령님의 이런 성향은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어쩌면, 노대통령님은 웹 2.0 스타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노 대통령님이 블로깅을 하신다면 많은 국민들이 노 대통령님의 블로깅에 대해, 그리고, 블로그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매체와 또 다른 목소리를 내시면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치 해석과 통찰력을 제공하실 것입니다. 노 대통령님의 블로깅 참여는 또한,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블로그의 세계로 끌어들일 것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매스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여론 형성 과정의 물길을 바꾸어보는 새로운 실험의 주도자가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향후, 정치적 사안에 대해 대통령님께서 기존 언론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 정치 상황에 대해...밝혔다"라고 인용할 수 있는 블로그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노대통령님은 기존의 관행보다는, 새로운 질서를 몸소 실천해보이시려는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것도, 균형 발전 정책을 몸소 실천해 보이시려는 이유인 것으로 알고 있고, 그 동안 보여주신 행동도 파격적인 것이 많았습니다. 블로그는, 그런 노대통령님께 또 하나의 신선한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향인 봉하마을에 계시면서도, 전국의 블로거들과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하실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영향력을 가지시게 될 것입니다.

엘고어는 퇴임 이후, 환경 분야에서 남다른 아젠다를 쌓아가고 있고, 또,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 대통령님께서 퇴임 후, 블로깅을 통해 새로운 아젠다를 이 사회에 제시하고, 그러한 활동은 웹 2.0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국민적인 계몽 효과도 매우 클 것입니다. 나아가, 퇴임 후, 더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시는데, 블로그 활동이 하나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께서 블로그를 어디에다가 오픈하면 좋겠는가,라고 제게 물으시면, 포탈 서비스 등에 오픈하시기 보다는,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직접 지으신 멋진 이름으로 도메인도 사시고, 당당한 독립 블로그를 설립하시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언제 오픈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차기 대통령 취임식날 오픈하시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날, 노 대통령님은 블로그 세상의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호 올림.


네이버에 북마크 다음에 북마크 마가린 바르기 HanRSS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News2.0에 투고하기 del.icio.us에 북마크하기 Digg에 번역해 투고하기 dzone에 번역해 투고하기 붐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12/16 14:03 2007/12/16 14:03

TRACKBACK :: http://hohkim.com/trackback/45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님..안녕하세요.. 이 글 퍼가도 되겠습니까?
    제 블로그에 게시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이 글보고 가슴이 뛰는 건 왜 그럴까여??

    2007/12/16 15:16
  2. 쥬니캡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글이네요. 노대통령님이 진정 블로고스피어를 이해하는 블로거로서 활동하고, 좋은 케이스로 거듭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펌블로그가 아닌 개인 브랜딩으로서 효과가 있는 매체로서 블로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되네요. 상기 글이 전달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저는 왠지 노대통령님께 전달될 것이라는 쪽에 한표!

    2007/12/16 15:23
    • Hoh  수정/삭제

      하. 그럴 수 있다면 저도 영광이지요. (그렇다면, 쥬니캡님께 술 한잔 쎄게 사지요) 하지만, 왠지 그럴 수 있을까...라는 점에는 의문이:) 아무튼, 정치분야에서 진정한 전문 블로거들이 많이 나섰으면 하네요.

      2007/12/16 15:29
  3. Nights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정치에 능통하신 분의 전문 블로그가 존재하지 않군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 선두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

    2007/12/16 16:01
    • 김호  수정/삭제

      Nights님 반갑습니다. 네. 한 번 노 대통령님이 블로거가 되는 그 날을 함께 기다려보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12/17 00:32
  4.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선배...그냥 아이디어이시죠? 정치철학은 아니시고... :)

    2007/12/16 17:43
    • 김호  수정/삭제

      내가 무슨 정치철학이 있겠우. 투표 꼭 합시다.

      2007/12/17 00:32
  5. 오픈검색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편지 잘 읽었습니다.

    얼마 안 남은 임기 잘 마무리하시고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블로거 노무현"으로서 국민에게 다가오시면 정말 환상이 아닐까 싶군요^^

    이 글을 대통령을 지망하는 선배에게도 소개하겠습니다.

    2007/12/16 20:30
    • 김호  수정/삭제

      아. 하테나님. 반갑습니다. 일본에 계시다고 이야기 들었는데요. 일본의 연말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대통령을 지망하는 선배라...와우 대단한 야망을 가진 선배님이시겠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12/17 00:34
  6. 엔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호님께서 적어 주셨네요...대통령께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하여 남겨 놓는다면 더 길이 남을수 있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글 잘 읽었습니다..

    2007/12/16 21:07
    • 김호  수정/삭제

      그렇죠? 블로거 노무현님의 이미지는 아주 딱인 것 같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하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12/17 00:35
  7. 조아름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 대표님, 비즈니스 블로그 마케팅 세미나에서 잠깐 말씀하셨던 내용이시네요 :) 노무현 대통령의 블로그를 저도 기대해 봅니다.

    2007/12/16 21:29
    • 김호  수정/삭제

      아름. 네. 함께 기대해봅시다요!

      2007/12/17 00:35
  8. 비디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에 재미를 느낀지 얼마 안되는 사람으로써, 현실로 된다면 더욱 즐거운 블로그세계가 될것 같습니다.^^ 일반국민들과 전직대통령이 댓글을 주고 받는다~ 상상만해도 유쾌해지네요.~ 정말 블로그를 하셨으면~ 킄킄 ^0^

    2007/12/17 03:32
    • 김호  수정/삭제

      그런 유쾌한 날이 왔으면 저도 좋겠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12/18 05:42
  9. 좀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를 하게 된다면 어느 정치인보다도 잘 할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생생한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블로거 노무현.. 웬지 가능성 있을 것 같은데요..

    2007/12/18 17:26
    • 김호  수정/삭제

      네. 많은 분들이 블로거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2007/12/18 18:39
  10. 임상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월터 리프만이 '여론'을 통해 주장했던 언론의 search beam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실질적 주체자(기존 미디어 수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수반하는 블로그 활동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과연 그의 주장대로 언론이 '우리 머릿속의 그림'을 여전히 조각맞출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바, 노무현 현 대통령께서 '행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현실의 상' 이 확보될 수 있는 환경은 아마도 블로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블로그 운영법에 대한 소중한 '팁'들 소중히 적어 간직하겠습니다. 추후 제 블로그를 여는 날, 함께 담아가도 될런지요?

    금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차, 그리고 달콤한 케잌과 함께 했던 선생님과의 데이트(?) 역시 그날에 함께 담아 보겠습니다.

    2007/12/18 23:33
    • 김호  수정/삭제

      격조 높은 의견!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당연히 담아가도 되지요. 저도 어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한 번 멋진 미래를 만들어보길!

      2007/12/19 10:20

◀ Prev 1  ... 323 324 325 326 327 328 329 330 331  ... 735  Next ▶
BLOG main image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웹 2.0시대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이젠 Cool Communication입니다. (photo by 지호준)
by 김호

공지사항

카테고리

Everything (735)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21)
김호의 위기관리 (76)
NextPR (159)
Leadership Communication (71)
Story (42)
hoh's halftime (120)
non-blogging (8)
Anything (42)
Communication POV (58)
h_podcasting (23)
h_link (32)
CAREER (15)
OLDIES BUT GOODIES (2)
PERSUASION (21)
PUBLIC RELATIONS (15)
HAPPY (7)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58406
  • 276984
468명이 RSS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textcubeget rss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

김호'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김호 [ http://www.hohkim.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