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hoh's halftime/Art for Life 2007/04/08 19:27 Posted by 김호

누가 나에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가톨릭이라고 대답한다. 그냥, "나는 가톨릭 신자다"라고 여기에 쓰지 않는 것은 내가 성당에 나가지 않은 지가 꽤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성당과 관련된 두 가지 경험.

1. 어제(토요일) 새벽에 클라이언트 워크샵 준비 관계로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일을 하다가, 6시쯤이 되어 다시 잠깐 잠을 잘까하다가, 갑자기 시계 바늘을 보고는 옷을 대충 챙겨입고 가까이 있는 성당엘 갔었다. 조카가 세례받을 때 축하해주러 가고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성모상 앞에 초를 하나 놓고는 기도를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성당 뒷마당 쪽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곳에는 예수 14처 조각이 있어, 오랫만에 이를 따라가며 기도를 했다.

"기도"라는 행위는 굳이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늘 바쁘게 살아가며 차분하게 생각해보질 못하는 세상 속에서는 더더욱 무언가 "느리게" 나의 삶에 대해, 그리고 내 주위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러고보니, 난 주말에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미사를 통해 기도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혼자서 때때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서강대에서 지난 2년 동안 강의를 나가면서, 때때로 수업 전이나 수업 후, 어두운 빈 성당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있다가 나올 때가 있었는데, 이는 나에게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가 가진 각종 세상 걱정거리에 대해 대화를 하고 나서 시원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그런 의식.


2. 이런 불성실한 신자인 나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날 위해 기도해주시고, 내가 어쩌다 힘들 때면 상의를 할 수 있는 감사한 수녀님이 두 분 계시다. 그 중 한 분이 몇 주전 회사로 편지를 보내셨다. 편지의 요지는 결국 3월 말 월요일 저녁에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김종수 신부님이라는 분의 특강에 무조건 한 번 가보라는 것이었는데... 명동성당이야 회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고, 또, 수녀님이 이렇게 편지까지 보내서 가보라 하시는데, 안 가면 '나쁜 놈' 될 것 같은 생각에 시간을 맞추어 가보았다. 월요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는 좀 놀랐다.

뒤 쪽에 앉아 신부님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 들었다. 솔직히, 신부님 강론이나 강의를 들을 때, 나는 신부님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거나 흥미롭지 않는 한, 다른 상상들을 많이 한다. 그렇다고 아주 엉뚱한 상상을 한다기 보다는 성당이라는 공간 안에 있는 기회를 활용하여, 내 삶에 대해 이러저러한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 그래도 되도록이면, 신부님의 강론속에서 하나의 화두를 잡아 그것과 나의 삶을 연결시켜 생각해보곤한다. 그날, 김종수 신부님으로부터 내가 들은 결론은 "너무 죄의식을 갖고 종교활동을 하거나 살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착하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내게는 맘에 드는 메시지였다.


그 날 함께 간 친구와 명동 성당을 나서면서, 현재 공사중인 명동 성당을 보며, 건축물로서의 가치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공사 중인데, 문득 성당 각 기둥마다 달려있는 커다란 스크린의 TV가 좀 눈에 거슬렸다는데 동감했다. 기둥으로 가려서 앞의 신부님이 안 보이는 신자들을 위해 배려한 technology라 할 수 있겠는데, 명동성당의 오래된 기품과 기둥에 달린 TV는 왠지 쌩뚱맞고, 그 격이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오래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으면...신부님이 잘 안 보이면 좌, 우로 고개를 쭈욱 뽑고 보더라도, 예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으면...하고 생각해보았다.

수녀님께는 착하게 성당에 잘 다녀왔다고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당장 또 성당에 자주 가지는 않겠지만, 종종 빈 성당에는 나가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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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h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저도 아주 가끔 미사에 가는데요...갈때마다 난데없이 눈물이 나서 '내가 나도 모르게 죄를 많이 짓고 사나보다..착하게 살아야지..'하고 온답니다 ^^

    *전에 사장님이 '최근에 블로그에 올린 글에 비슷한 내용이 있는데...' 라고 하셔서 가끔 찾아오다가 오늘 처음 댓글 올렸어요~ 댓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좀 걸렸어요~ 헤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2007/04/13 17:55
    • 김호  수정/삭제

      땡큐. Ihn이 성당다니는지는 몰랐네요. 난 눈물 안 나오던데...내가 착한겁니까, 아님 얼굴이 두꺼운 겁니까?:) Ihn도 즐거운 주말 보내길.

      2007/04/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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