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닥터(Spin Doctor)라는 말

Communication POV 2008/05/27 11:38 Posted by 김호
한나라당의 신임원내대표인 홍준표의원이 25일 "스핀닥터(Spin Doctor)제"를 도입하여 당정책 메시지의 혼선을 줄이고,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과연 홍준표 의원이나 한나라당이 "spin doctor"의 뜻을 제대로 알고나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Spin doctor란 영어이고, 이러한 용어를 빌려쓸 때에는, 그 용어가 쓰이는 맥락을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Spin doctor라는 용어가 쓰이는 맥락을 이용해 굳이 번역하자면, 이는 "여론 조작 전문가" 정도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물론, 작년에 정용민 부사장님이 쓴 "스핀닥터좀 예쁘게 봐주세요"에서처럼, spin doctor를 큰 맥락에서 framing이나, positioning, message control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이런 맥락에서,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라는 것과, 이를 자신의 새로운 홍보정책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한나라당이 "스핀닥터"에 대한 부정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예쁘게 봐달라는 의미에서 이 용어를 선택했을까요? 한나라당이 국민과 더 소통하고자 하는 새로운 홍보정책의 네이밍(naming)으로서는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홍준표 의원이 미국의 언론을 만나서 "내가 신임원내대표되고나서 우리 당이 '스핀닥터제'를 도입했다"라고 할 때, 문제가 없는 용어의 선택이냐,라는 말입니다. 이 기회에, 오늘은 "스핀닥터"에 대한 뜻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Spin Doctor"는 기본적으로 홍보전문가를 부정적으로 가르키는 용어입니다. Wikipedia는 Spin을 "PR분야에서, 스핀은 보통 경멸조의 용어로서,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자신의 입맛에 맛게 심한 편견을 가지고 전달하는 의미(In public relations, spin is a usually pejorative term signifying a heavily biased portrayal in one's own favor of an event or situation)"라고 정의 합니다. PR분야의 거의 유일하며, 정통한 용어집이라 할 수 있는 Encyclopedia of Public Relations는 spin doctors라는 용어를 sandbaggers, flacks, propaganda machines와 함께 PR을 칭하는 negative terms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2004년 한겨레는 미국대선을 다루면서, 용어해설의 하나로, 연합뉴스를 인용 보도하면서, 스핀닥터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스핀 닥터(spin doctor)= 보도매체와 정책적 문제를 맡는 선거 전문가로 후보에게 다중을 향한 최선의 보도.홍보전략을 짜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후보들간의 TV토론이 끝난뒤 양측의 스핀닥터는 언론매체에 상대 후보의 결점을 들춰내거나 자기 후보의 정치적 장점을 치켜세워 서로 `승리자'라고 주장하기 마련이다.


2. 따라서, spin doctor란 기본적으로 홍보전문가를 부정적인 맥락에서 언론이 지칭하는 용어이지, 기업이 자신들의 홍보담당자를, 혹은 홍보전문가가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데 "스핀닥터"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한나라당이 추구한다고 발표한 "제대로 된"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명함에 나 "spin doctor"라고 쓰고 다닐 일은 없다는 말이지요.

비슷한 맥락에서, PR전문가인 Robert Dilenschneider는 "Spin을 PR이라 부르는 것은, 포르노를 예술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Spin is to public relations what pornography is to art"라고까지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Encyclopedia of Public Relations, Vol. 2, p. 801)

3. 홍준표 의원의 발표를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소송전문 변호사를 비하하는 뜻으로 "ambulance chaser"라는 용어가 있지요. 사고를 쫓아다니며, 사건의뢰를 받기 위해 앰뷸런스를 쫓아다닌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지요. 결국, 이번 한나라당의 발표를 비유하자면, 마치 어느 로펌(Law Firm)에서 소송전문변호사팀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ambulance chaser를 보다 선발, 팀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상식선에서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한나라당은 "Spin Doctor모델을 지양하고, 진정한 대국민 커뮤니케이터로 나서겠다"라고 이야기했어야 하는 것이지요. (좀 멋있는 용어가 필요했다 하더라도, 스핀 닥터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Integrated Communication System이라 했다면 어땠을까요)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정책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스핀닥터제 도입"이라는 용어로 규정한 한나라당의 홍보에 대한 상식수준과 메시지 개발 능력을 심히 우려한다고 이야기하면, 제가 지나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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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눈물이 나나 이거...

    Tracked from Communications as Ikor  삭제

    1999년 당시 대통령 DJ께서 말씀하셨다. "국정홍보라는 것은 우리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올바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은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면 국민이 그 것을 보고 은이라고 바로 이해할 때 국정홍보는 잘했다고 평가 받는다"고 하셨다.은덩어리를 가리키면서 '은덩어리'라 말하는 사람이 정확한 의미에서 PR인이다.은덩어리를 가리키면서 '돌덩어리'라 말하는 사람은 비판자다.은덩어리를 가리키면서 '금덩어리'라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다.그런의미에서 한..

    2008/05/27 15:08
  2. 멤피스의 생각

    Tracked from cychong's me2DAY  삭제

    당정 모두 바보구나. 잘난 척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_-

    2008/05/31 14:4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표현 했다는 의미에서 바른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봅니다. :) Honest communication의 좋은 사례네요. 다른 정책적 이슈들도 저렇게 정확하게 표현만 해주었으면 합니다. :)

    2008/05/27 14:54
    • 김호  수정/삭제

      :) 사실 위에서 뺀 마지막 문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물론, 만약 한나라당이 "우리가 내놓는 새로운 홍보 시스템의 핵심은 더 기술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면, 그럼, 전 아무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아주 정직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발표하신 것이지요...

      2008/05/27 15:58
    • mu  수정/삭제

      학회때문에 며칠 비웠더니, 그 사이 "일"이 있었군요. 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스핀닥터"라는 용어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꿔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념이 담긴 단어(이하 개념어)는 반드시 한국어로 바꿔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로 바꾸지 못한 개념어는 그 개념을 제대로 소화해 냈다고 볼수 없기 때문입니다.

      홍보전문가가 없었으면, 홍보전문가를 조용히 영입하면 될것이었습니다. 굳이 용어설명이 필요한 "스핀닥터"란 용어를 쓰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은 하루속히 홍보전문가를 영입해야 할것습니다.

      2008/05/29 12:27
    • 김호  수정/삭제

      학회 잘 다녀오셨지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2008/05/30 13:06
  2. 서재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핀닥터에 대해서 정말 햇갈렸는데....
    이젠 확실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2008/05/2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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