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의 기술

김호의 위기관리 2008/03/27 10:28 Posted by 김호

 

직업 상 기업체의 임원들과 워크샵을 자주 하는데, 그 때마다 하는 게임이 있다. 기업 위기 연표를 만들어보라고 하는 것이다. 경험상 보면 불과 10분 안에 가장 최근의 위기에서부터 10개의 위기를 열거하는데 어려워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 매년 몇 개씩의 위기를 겪으며, 그것도 비슷한 위기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하지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안타까운 점은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 기술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위기관리에는 크게 예방과 실제 사건 관리, 그리고 사후 관리라는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우선 예방을 위해서는 미리 자신의 기업에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해보고, 이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미래에 벌어질 불행한 일을 미리 생각하길 원치 않는다. 그러나, 1967년 아폴로 1호가 불에타서 우주인이 사망했을 때, 청문회에서 소환된 한 우주비행사가 사고의 원인을 상상력의 부재라고 답했다는 점은 상기시켜 볼만 하다. 싫지만, 기업으로서는 정기적으로 미래 위험 요인을 상상하고, 이의 실제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성인병 예방을 위해 음식을 가려 먹거나,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둘째, 위기 사건이 발생되면,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처리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적다. 불행한 사고 앞에서, 더군다나 그것이 자신의 실수로 인한 것일 때, 숨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그러나, 위기상황일수록 오히려 언론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먼저 커뮤니케이션하고 나가는 것이 더 낫다. 기업 윤리 차원이 아니라, 기업에 유리한 차원을 따져 놓고 봐도 그게 더 낫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기업이 먼저 밝히고 나왔을 때도 과연 여론이 지금과 같을까? 영국의 쉘(Shell)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투명성의 패러독스(paradox of transparency)’라는 위기관리의 기술은 바로 이 점을 말하는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투명성은 불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패러독스이다.

 

세 번째, 위기 사건이 지나고 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시 돌아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가장 큰 실수 중의 하나이다. 위기를 겪고 나면, 그 원인과 대처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내고, 이를 실무에 반영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위기사건이 지나고 나면, CEO에서부터 실무자까지 더 이상 거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후평가란 잘못한 사람을 찾아내 벌 주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유사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더 개선할 수 있을까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사람이 살면서 병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 처럼, 기업도 사업을 하면서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다. 잭 웰치가 이야기한 것처럼, 조직이란 수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위기발생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발생하고 나면, 언론과 국민들은 사후 대처를 어떻게 하는가에 주목을 집중한다. 은폐와 축소로 대변되는 대부분의 위기관리는 결국 관리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다.

이러한 위기관리의 기술을 현실화 시키는데 가장 큰 장벽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CEO이다. CEO가 직접 리드하기 전에는, 조직 내의 어느 누구도 향후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이슈를 말하려하지 않을 것이고, 위기 상황에서 몸을 사리느라 쉬쉬할 것이며, 위기가 지나가고 나서는 돌아보려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위기관리의 기술이란 CEO의 기술이다.


(본 글은 THE LAB h의 공식 블로그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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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10:28 2008/03/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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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연이은 위기사례들을 바라보면서 다시한번 여러 가치들을 되뇌여 봅니다. Guy Kawasaki가 이야기하는 것 처럼.. 바로 mantra들이지요. 위기관리, 철학의부재, 의사결정, 준비, 커뮤니케이션, 거짓말, 사실, 말, 표현, what is your corporate mantra? why did you forget it?...그래서 슬픕니다. 많이...

    2008/03/27 19:31
    • 김호  수정/삭제

      CEO부터 그런 mantra를 가져야 할텐데요... 우리가 그런 부분을 도와주는 역할을 클라이언트를 위해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금요일 즐겁게 보내시고 계시지요?!

      2008/03/28 09:44
  2. Seoj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떠한 면에서, PR매니저와 의사는 참 비슷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의학기술의 발전에는 끝이 없듯이, CEO의 기술에서 나아가 더 많은 위기관리의 기술들이 생겨나고, 그 생성에 저도 언젠가 참여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공감가는 점이 많아, 제 미니홈피에 출처/트랙백과 함께 담아가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2008/03/27 23:35
    • 김호  수정/삭제

      그럼요. 서진이 그런 희망과 열정만 있다면, 틀림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학기 중 서진이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할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고. 이따 봐요.

      2008/03/28 09:45
  3. 서재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같은 Web 2.0시대의 인터넷PR을 할때
    온라인 위기관리 메뉴얼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나 메뉴얼이 있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http://club.cyworld.com/crazyforpr
    I am crazy for PR, PR에 미친 학생들의 모임 클럽으로 담아갈께요.
    건강하세요.

    2008/04/07 06:10
    • 김호  수정/삭제

      재민 잘 지내나? 학교 생활도 잘 하고 있겠지. 싸이월드에 보니 열심이더군. 타국 생활 건강하게 잘 지내고.

      2008/04/0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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