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지난 주 이태리의 성인이었던 성 베네딕트(480AD-547AD)의 한국 지부인 성분도(분도는 Benedict를 말한다) 수녀원에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곳에 계시는 수녀님의 배려로 수녀원에서 기도하는 시간에 일부 함께 할 수 있었고, 수녀님들이 정성껏 만들어 주시는 밥을 먹으며, 자유롭게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곳에 올 때, 수녀님께서 내게 한 말은 딱 하나였다. "토마스(수녀님께서도 알고 계시지만, 난 일년에 성당에 가는 횟수가 손 꼽을 정도의 '사이비' 가톨릭 신자이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나의 세례명이다), 이번에는 그냥 푹 쉬면서, 조금이라도 비우고 가도록 해요." 나를 오랫동안 관찰하신 수녀님께서는 내가 지난 10년간 너무 정신없이 살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수녀원은 세상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했고, 그야말로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을 쉬고 올 수 있었다.

수녀원에는 성경을 한 권 들고 갔었다. 작년 내 생일에 어머니께서 내게 선물하신 새로운 번역본 성경인데, 솔직히, 수녀원에 가지고 갈 때까지, 성경을 펴 본 기억이 없다. 수녀님께서 성경을 들고 오라고 하셔서 가져갔던 것이다. 수녀님께서는 이틀 동안 하루에 한 페이지 남짓한 구절을 알려주시고는, 그것을 읽고 침묵속에서 묵상을 할 것을 권하셨다. 수녀님께서는 현재 나의 상황에 어떤 깨달음을 주실 목적으로 특정 구절을 권하신 것 같다. 그리고는 일과 중에 한 번씩 수녀님을 만나서 느낀 바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지냈다.

그런데, 수녀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토마스. 성경을 읽는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지요. 중요한 것은 어떤 대목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누가 알려주는 것보다, 각자 자신의 삶에 비추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그 말씀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종교적'이라는 이름으로 '이래야만 한다'라고 강요하는 것을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듣자, 생전 펴보지 않던 성경이 보다 친근하게 느껴졌고, 이틀 동안 몇 페이지 안 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2. 종교라는 문제에 있어 나는 '포용력'을 중시하는 편이다. '우리(종교)를 믿어야만 한다'라는 식의 편견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포용력있게 느껴지는 것은 불교이고, 일부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스님들과 함께 참선하는 작업 등을 나는 매우 의미있게 바라본다.

내가 이 곳 Halifax에 온 것은 Shambhala Institute가 매년 여름 제공하는 Authentic Leadership Summer Program 2007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Shambhala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이는 티벳 불교에서 나온 개념으로 산스크리트어로는 "place of peace/tranquility/happiness"를 의미한다(wikipedia).

불교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 방식을 따르는 이들이 매년 이 곳에서 프로그램을 열고, 다양한 각도에서 Leadership을 탐구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시간표를 보면 오전과 오후에 명상(meditation)을 하면서, 일과 시간 중에는 10개의 모듈(module)중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는다.

내가 선택한 것은 Scenario Planning: Preparing for Unknown Futures라는 모듈로, 시나리오 플래닝은 위기관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서로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 많아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어, 이번에 참여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름으로만 듣던 Art Kleiner가 진행을 하고, guest로 Napier Collyns가 온다니, 더욱 설렌다. Art Kleiner는 Booz Allen Hamilton의 계간지인 strategy + business의 편집장이자, 시나리오 플래닝의 교과서와 같은 The Art of Long View를 비롯한 수많은 베스트셀러의 consulting editor를 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Napier Collyns는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의 컨설팅 기관인 Global Business Network의 co-founder이기도 하다. 또한, 대기과학을 연구하는 나의 형을 통해, 그리고 앨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통해, 최근 관심을 갖게 된 기후변화를 주제로 삼아 시나리오 플래닝을 배운다고 하여 더욱 기쁘다.

PR의 위기관리가 조직의 이슈나 위기를 다루는데 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이 사회의 이슈나 위기, 예를 들어, 질병, 기후변화/기후온난화, 범죄등을 예방하거나 줄이는데, 커뮤니케이션캠페인의 형태로 보다 활발히 적용될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위기관리의 궁극적 mission이 아닐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그러한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멀리 이 곳 Halifax에서 보다 큰 포용력과 작은 깨달음을 얻고 가게 되길 바래본다.



*** 내가 halftime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인지를 나의 코치인 Rod에게 물었을 때, 그가 추천한 것이 바로 Shambhala Institute였었다. 그리고, 내가 halftime을 가진다고 했을 때, 수녀원에 와서 시간을 보내라고 배려해 주신 것은 수녀님이셨다. 두 분의 나의 'coach'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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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3 10:16 2007/06/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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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정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멋지십니다.^^그곳에서 뜻깊은 시간 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2007/06/24 10:54
    • 김호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지난 번 다리를 다쳤던데, 곧 낫길 바래요.

      2007/06/24 11:24
  2.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해 저도 위기관리 측면에서 한때 많은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구할수 있는 책들은 경영학/경영컨설팅관련 서적이 일부 있어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프랙티스와 연결을 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더랬지요. (지금은 상상이 안되는 기억이네요.) 어쨋든 그랬군요. 돌아오셔서 얻으신 것 좀 나누시죠. 제가 탄산수값 낼테니...후후후

    2007/06/24 18:50
    • 김호  수정/삭제

      탄산수를 좀 많이 마셔야 할 듯:) 돌아가면 뵈요.

      2007/06/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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