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최근 삼성그룹의 온라인 매거진 <미디어 삼성>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쓴 위기관리 관련 글입니다. 미디어 삼성으로부터의 부탁 자체가 케이스 스터디는 지양해달라고 하여 구체적 사례를 놓고 이야기하기 보다 새로운 위기관리의 트렌드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 발표해왔던 것 등을 정리해본 것입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링크는 <미디어 삼성>에 실린 글이고, 본 블로그에는 제가 원래 보냈던 원고를 올려놓습니다.


'쿨'해지는 위기관리 2.0 시대. 지금 필요한 기업위기관리 시스템은?


‘쿨’해지는 위기관리 2.0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1.     ‘웹 2.0’에서 시작한 2.0 트렌드는 마케팅 2.0, 광고 2.0에서 리더십 2.0, 심지어 부모 2.0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조직이 가지고 있던 파워(power)를 이제 개인도 가지게 되면서, ‘2.0 현상’은 거의 모든 분야에 파급되고 있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관리 방식이 생겨나고 있다.
 
2.     신문과 TV 뉴스 중심의 전통적인 대 언론 위기관리 방식을 편의상 ‘위기관리 1.0’ 이라 붙여보자. 소셜 미디어(대표적으로 블로그)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위기관리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예전에는 소위 ‘조, 중, 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사만이 기업에 부정적인 뱃(bad)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었다. 이제는 소비자 개인이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뱃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고 보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뱃 뉴스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기사 빼기’가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소비자 A는 ‘1.0’ 시절, 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다. A가 이를 공개화시키려면 언론사에 자료를 보내어 기자가 기사를 써줘야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소비자도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블로그에 불만을 써서 올릴 수 있고, 이는 검색엔진 등을 통해 유통될 수 있다.
 
3.     위기관리 2.0에서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은 무엇인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로 소비자 불만의 공개적 논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개적인 뱃 뉴스의 증가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앞으로 더 많은 위기를 겪을 것인가 아닌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주로 인터넷을 통한 삼성전자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훨씬 더 증폭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굿 뉴스뿐 아니라 뱃 뉴스도 훨씬 그 양이 증폭하게 된다. 물론, 삼성전자뿐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그렇다.
 
4.     이처럼 전통적인 언론이 아닌 소비자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뱃 뉴스를 편의상 ‘뱃 뉴스 2.0’이라 불러보자. 이러고 나면, 위기관리 2.0이란 뱃 뉴스 2.0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물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5.     위기관리 1.0에서는 가판이나 언론관계를 통해 뱃 뉴스를 빼는, 즉 ‘기사 빼기’ 위주의 위기관리였다. 하지만, 뱃 뉴스 2.0은 ‘기사 빼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접근은 블로거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더 큰 뱃 뉴스를 만들어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6.     먼저 뱃 뉴스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은 하나의 뱃 뉴스가 갖는 평균 영향력은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뱃 뉴스를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신 좀 더 ‘쿨(cool)’해져야 한다. 전직 기자이자 소셜 미디어 전문가로 꼽히는 폴 길린(Paul Gillin)은 2009년에 낸 최근 저서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비밀(Secrets of Social Media Marketing)”에서 “부정성을 두려워하지 말라(Don’t fear negativity)”라고 조언한다. 위기관리 1.0에서는 언론에 부정적 뉴스를 최대한 빼거나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부정성을 두려워하는 PR, 언론에서 자사의 부정성을 최소화하려는 ‘순결성’을 추구하는 위기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흙을 묻히고 가는’ 위기관리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 등 뱃 뉴스를 삭제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그 뱃 뉴스로부터 개선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응하라는 말이다.
 
7.     위기관리 2.0을 회사 내에 시스템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층이 위기관리 2.0의 패러다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경영층 2.0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실무자가 잘 안다고 하더라도 경영층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공유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실제 위기관리에서는 경영층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인드 2.0’에 대한 사내 확산이 위기관리 2.0 시스템을 만드는데 있어 최우선 과제이다.
 
8.     소비자들은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그리고 점차 이러한 미디어 2.0 공간에서 기업에 대한 뱃 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다. 기업은 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기업도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자신의 입지를 평소에 구축해야 한다. 뱃 뉴스 2.0은 미디어 1.0으로 관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은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 전통적 홈페이지 1.0에서 벗어나서 홈페이지 2.0으로 전환해야 한다.
 
9.     홈페이지 2.0이란 무엇인가? 1.0과 무엇이 다른가? 과거 홈페이지는 주로 회사와 제품에 대한 정보/사실 중심의 나열이었다. 잠깐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라.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나서 서로에 대한 정보와 사실만을 나누면서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지? 관계(relationship)란 서로에 대한 이야기(personal story)를 나누는 데에서 시작한다. 정보는 알릴 수 있지만(inform), 관계를 쌓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홈페이지에 소비자들이 정기적으로 흥미를 갖고 방문하지 않는 것은 바로 정보의 나열만 있고,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정기적인 방문자가 생기는 것은 바로 스토리의 힘 때문이다. 위기관리 2.0이나 명성관리 2.0의 측면에서도 기업은 평소에 스토리를 생산하고 공유하면서 소셜 미디어상에서 관계/신뢰를 쌓아야 한다.
 
10.   스토리는 실제 인물에서 나와야 한다. 기존 홈페이지에서는 홍보팀 등에서 정보를 올릴지 모르지만, 2.0의 패러다임에서는 실제 인물들이 나와 그들의 목소리와 글을 통해 소비자와 스토리를 공유해야 한다. 기업 블로그를 해당 기업의 사람들이 실제로 직접 운영해야 하는 이유이다. 진정성(authenticity)이 2.0의 핵심 개념임을 잊지 말라. 따라서 기업 블로그 등에서는 기업의 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y)보다 퍼스낼러티(personality)를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위기 상황에서도 담당 임원이 동영상을 통해 직접 사과하는 사례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11.   홈페이지의 또 다른 문제점. 온라인 홍보실이다. 미국 아이프레스룸(iPressroom)의 에릭 슈월츠먼(Eric Schwartzman)회장은 일반적인 기업들의 홈페이지에 있는 온라인 홍보실을 ‘보도자료의 무덤’이라 지적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를 보유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다. 당신 기업이 어느 분야에 있든, 대담하게 홈페이지를 당신 기업과 산업에 대한 신뢰받는 ‘언론매체’로 변화시켜라. 당신 기업의 온라인 홍보실을 ‘보도자료의 무덤’이 아닌 뉴욕타임즈 온라인판이나 중앙일보 온라인판처럼 하나의 언론매체로 만들어가라.
 
12.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과 당신은 신뢰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당연히 아니다. 기업 미디어도 같은 논리로 생각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자사에 부정적인 기사를 담는 적이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긍정적 기사만으로 도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업 블로그 등과 같은 2.0 미디어에서는 자사에 부정적인 기사도 대담하게 끌어 앉아야 한다. 델의 기업 블로그(direct2dell.com)를 가보라. 그리고, 그 블로그 내에서 검색 기능을 통해 ‘배터리 리콜(battery recall)’을 찾아보라. 1만개 이상의 결과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PR 매니저인 폴라 버그는 “다른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당신 회사/브랜드에 대한] 대화는 어차피 일어나게 되어있다. 당신(회사의) 사이트에서 왜 대화를 하게 하지 않는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하나로] 담을 수는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폴 길린의 조언을 다시 기억하자. “부정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홈페이지 안에서도 부정적 뉴스에 ‘쿨’해져야 한다.
 
13.   다시 블로그 상에서의 소비자 불만 처리를 보자. 많은 경우 회사의 고객 서비스 센터로 전화를 해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면 이에 대해 친절하게 처리해주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였다. 델(Dell)이나 컴캐스트(ComCast)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소셜 미디어 상에 올라와있는 소비자 불만을 검색하여 찾아낸 후, 회사가 직접 블로거 등에 연락하여 불만을 해결해준다. 더 적극적인 불만 해결 프로세스라 할 수 있다. 소비자 불만 해결 2.0이라 부를만하다.
 
14.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비자 불만의 공개적 표출이 매우 쉬워지면서, 소비자 불만에 대한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처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소비자 불만이 전통적인 언론매체에 기사화되는 것을 과거에는 언론관계의 힘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취재 기자의 수는 한정이 되지만, 소비자 블로거의 수는 무한대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올려 소비자 불만을 줄이는 노력은 당연히 계속 혁신해나가야 하지만, 소비자가 소셜 미디어 상에 올린 불만의 소리를 지우려는 노력은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는 소비자 불만 처리 프로세스와 인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2.0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중요한 부분이 바로 소비자 불만 처리 프로세스의 혁신이며, 이러한 예 중의 하나가 바로 위(13)에서 든 사례이다.
 
15.   위기관리 2.0에서 중요해진 것 중 하나는 기업의 사과(apology)이다. 왜 그럴까? 디지털로 인한 개인 미디어의 시대에는 비밀이 점차 없어지고 ‘벌거벗은 기업(naked corporation)’이 된다. 즉, 기업의 실수나 잘못이 과거보다 훨씬 투명하게 잘 드러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기업도 투명하게 잘못한 점에 대해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여 소비자의 분노를 조기에 가라앉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안합니다,” “유감입니다”는 1.0 시대의 사과이다. 이는 반쪽 짜리 사과이다. 진정한 사과는 유감(regret)을 넘어, 책임성(responsibility)을 분명하게 밝힌다. “…..점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돈이든 노력이든 향후 보상책(compensation)에 대해서 밝힌다. 또한, 사과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법적인 사실을 밝히느라 최초 유감 표시마저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억하라. 변호사는 당신의 기업을 법적(legally)으로 보호하는 것이지 위기관리를 전체적으로(totally)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기관리에서는 법과 공중(public)의 여론 속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16.   위기관리 2.0의 중요 포인트 반복. 소셜 미디어의 공간에 기업의 ‘존재감’을 구축하라 + 스토리를 통해 관계를 쌓아라 + 소비자들이 올리는 뱃 뉴스에 좀 더 ‘쿨’해져라 + 실수나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개선하라.
 
17.   리더 2.0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위기 리더십 2.0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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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PR과 Edelman Korea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2.0 트렌드에 대한 생각의 줄기를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블로그에 자주 들러야겠네요. :)

    2009/05/23 22:13
    • Hoh  수정/삭제

      그러셨군요. 도움이 되면 저도 좋지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5/2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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