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이야기 - KAWAI

Communication POV 2007/09/10 09:33 Posted by 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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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로 2가 낙원 상가에서 몇 차례 발품을 판 끝에 10년이 된 KAWAI의 중고 피아노를 샀다. 내 평생 세 번째 피아노라 할 수 있는데, 처음 두 개는 모두 영창 피아노의 검정색, 원목색 피아노였고, 이번에는 와인빛 가와이 피아노이다. 이번에 피아노를 구매하면서 느낀 몇 가지:

1. 지난 금요일 오후에도 난 낙원 상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오후쯤 되어 나의 선택은 세 개의 가게에서 본 영창 피아노 새 것, 삼익 중고 2가지, 그리고 가와이 피아노로 압축되었다. 그런데, 가와이 피아노를 내게 판 사장님은 나의 피아노 선생님이 소개해 준 분이어서 그런 이유도 있었겠지만, 차분한 대화로 나에게 가장 신뢰를 주었다. 때로는 내가 편하게 피아노를 쳐볼 수 있도록 내버려 두기도 했었고, 다른 매장을 둘러보도록 소개도 해주었다. 어느새 내 마음속에서는 왠지 이왕이면, 이 사장님과 거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피아노인데도 말이다.

"Selling is about a transference of emotion, not a presentation of facts." (Seth Godin, The Dip, p. 47)


2. 금요일 오후 선택이 세 개의 브랜드로 압축이 되자, 나는 그날 저녁 세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차례 대로 검색했었다. 영창, 삼익, 그리고 가와이.

내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늘 함께 했던 영창피아노는 어느새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가 되어있었다. 영창의 홈페이지에는 그야말로 회사와 제품에 대한 사실의 나열(list of facts)밖에 없었다. 영창에서 만들어 내는 피아노에 대한 그 어떤 업(業)에 대한 정신(spirit)도 느낄 수 없었을 뿐더러, 건설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에서 만든 피아노?라는 것에 대해 다소 의문이 들었다. 과연, 얼마만큼이나 피아노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R&D에 신경을 쓰고, 혁신을 해 나갈 것인가? 얼마나 이런 체제로 몇 십년을 갈 수 있을까? 돈 안되면, 또 금방 팔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

삼익 피아노의 홈페이지는 그래도 메뉴상에 삼익이야기, 제품이야기라는 것이 있었지만, 들어가서 보면, 사실 별 이야기는 없었다. 회사의 연표를 그냥 문장으로 풀어놓았을 뿐이었고, 제품 이야기에는 그나마도 전혀 이야기가 없이 도표와 가격의 나열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KAWAI 미국 지사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다. 이 사이트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KAWAI Legacy라는 메뉴였다. 그 곳에는 마차개발자의 아들이자, 의료기구기술자였던 Koichi Kawai라는 청년이 피아노를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직접 자신이 만든 수레를 타고다니는 이웃집 아이를 만나 기술을 배우게 되고, 결국 일본에서 처음으로 피아노를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사연, 1927년 Kawai Musical Instrument Research Laboratory를 Hamamatsu라는 지방에 세우게 되었으나, 1955년 Koichi Kawai가  70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되자, 서른 세살의 아들인 Shigeru Kawai가 가업을 이어, 수제와 테크놀러지의 결합을 시도하게 된 사연, 1989년 Shigeru Kawai의 아들인 Hirotaka Kawai가 회사를 물려 받아 미국과 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넓힌 사연, 그리고 환경관리부분의 인증인 ISO 14001을 피아노 업계에서는 최초로 받게 된 것까지 진정한 이야기들로 가득했었다. 웹 사이트에 따르면, Shigeru Kawai는 이런 말을 했다...

"Making Kawai the sound heard around the world was our vision, but, making Kawai the sound preferred around the world is our ultimate goal."


세 브랜드의 웹페이지를 보며, 내 마음속에서는 비록 중고이지만, KAWAI의 피아노는 앞으로시간이 흘러도 그 정신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Koichi Kawai의 청년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혹은 만족감을 갖게 되었다. 결국,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시 낙원상가로 향했고, 주저없이, Kawai 피아노를 놓고 흥정하여 사게되었다.

이런 구매의 과정이 일반적인 과정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그런 이야기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지 않은 투자가 들어가는 명품류, 자동차, 피아노 등을 사면서 사람들은 그 제품을 소유하면서 갖게 되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 적어도 나의 경험은 그렇다. 그런 이야기는 제품 그 자체를 떠나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We tell ourselves stories that can't be possibly be true, but believing those stories allows us to function. We know we're not telling ourselves the whole truth, but it works, so we embrace it......The reason all successful marketers tell stories is that consumers insist on it. Consumers are used to telling stories to themselves and telling stories to each other, and it's just natural to buy stuff from someone who's telling us a story. People can't handle the truth." (Source: Seth Godin, All Marketers Are Liars, 2005, pp. 2-3)

한국에서의 또 다른 사례? 얼마 전 기사화 된 <이건희 회장이 즐기는 와인들> (조선일보, 김덕한 산업부 기자, 2007. 8. 24)을 읽어보시길. 사람들은 '소문'으로 알아낸 이런 와인들을 마시거나 사주면서 "이거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좋아하는 와인이라잖아"라고 '이야기'하며 색다른 만족감을 느낀다. 그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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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성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회사홈페이지에 대한 기본안을 작성중인데,
    도움이 되는 포스팅이네요. 좋은 tip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7/09/11 08:44
  2. 황상현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의 작은 한순간에도 스토리텔링을 생각하시는 호 코치님을 보면서 많은 부분 insight를 얻고 갑니다.

    에델만은 언제나처럼 열심히 굴러가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2007/09/11 12:31
    • Hoh  수정/삭제

      열심히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요. 계속 잘 굴러가야지요. 갑자기 매일 출근하던 사무실이 생각나네요.

      2007/09/11 12:48
  3. 조윤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우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후 간간히와서 구경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가와이보다 야마하를 일반사람들이 좀더 알고 있는듯한데 가와이를 사셨군요~
    개인적으로 악기는 무조건 새것보다는 길이 잘든 중고가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만... 좋은걸 사셨길~ ^^

    언제가 직접연주하신 가와이 소리를 들어보고싶네요

    2007/09/12 20:52
    • Hoh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조윤진님. 맞습니다. 사실 제일 처음에는 삼성역에 있는 야마하 매장부터 쇼핑을 시작했었지요. 가와이를 두고 고민할 때, 제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우리나라에 가와이 쓰는 사람 별로 없다고. 솔직히 소리도 마음에 들었지만, 피아노 색깔도 너무 맘에 들었지요. 이래저래 가와이와 이번에는 연이 다았습니다. 연주는 아직은...:) 참, 담주에 태우님이 종로에서 콘서트 연다고 하던데요. 목요일이던가...

      2007/09/13 08:27
  4. 조윤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그날 오시나요? ㅎㅎ 저는 갈거 갔습니다만.. ^^

    언젠가 호님의 연주도 듣고 싶네요 흐흐~

    2007/09/17 21:08
    • Hoh  수정/삭제

      아쉽게도 저는 그날 못갈 것 같네요. 제 연주요? 젓가락 행진곡을 듣고 싶으시다면야...:)

      2007/09/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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