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의 사건으로 시끄럽다. 대부분이 '어이없다'라는 반응이다. 지금쯤 한화그룹 홍보팀은 걱정도 많고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같은 홍보인으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다들, 김회장에 대한 비난으로 모든 언론이 도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까지 나서서 여기에서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애정어린 비판'으로 들어주었으면 한다:
1. 우선, 한화의 홈페이지(www.hanwha.co.kr)를 들어가 보았다. 조금전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기저기 살펴보았으나,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물론, 지금 내부적으로 준비중인지는 모르겠다). '회장 자격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일으킨 사건이라 공식적 대응을 안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언론에 따르면, 홍보실 직원들이나 임원들이 오늘 김 회장의 출석과 관련, 여러가지 '작업'들을 한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1. 홈페이지에는 한화의 Dreamworld이니, 갖가지 '좋은 소식'들이 그대로 진행중이었다. 표지 화면에는 "한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당신과 만나겠습니다. 기대하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당신의 TRI지수는 얼마입니까?"라고 묻고 있었다. TRI란 Trust, Respect, Innovation을 줄인 말이란다. 방문자 입장에서 한화에게 묻고 싶을 것이다. "당신의 TRI지수는 얼마입니까?"라고.
에델만에서 매년 Trust Study를 해서라기 보다도, 개인적으로도 PR의 키워드는 Trust로 옮겨가고 있다고 믿는다. Trust는 메시지와 경험의 일체에서 나오는 것이다(言行一致). 기업의 메시지나 스토리를 개발하고 '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 이를 '사는 것(living)'이 중요하다. (내가 일하고 있는 에델만도 월마트 등의 사태로 실수를 하기는 한다.) 뒤집어서보면, 실제 살고있는 스토리나 메시지가 아니라면, 차라리 '뿌리지'않는 것이 낫다.
1.2. 김회장의 인사말에 이런 대목이 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존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행복을 구현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고객의 행복! 얼마나 자주 듣는 말인가. 고객의 행복을 구현할 책임과 의무 이전에 web 2.0시대에 기업은 고객과, 그리고 사회와 대화(conversation)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1.3. 비슷한 맥락에서 책임성이라는 responsibility는 response + ability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기업은 response를 적절하게(메시지, 미디어 등의 측면을 고려하여)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속에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아무런 response가 없다는 것은 고객이나 시민의 입장에서 섭섭하다. 화날 수도 있다.
2.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화측은 "김승연 회장님의 인간적 면모"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고, 그의 인간적 면모, 탁월한 경영능력, 부모님에 대한 효심, 자식 사랑 등에 대한 장문의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한화측이 배포한 참고자료 전문)
2.1. 누구의 '(Response)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꼭, 이런 자료를 이러한 시점에서 배포했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위기관리의 '기술적 관점'에서 보아도 안타까울 뿐이다. 김회장이 정말로 인간적이었고, 효심과 자식 사랑이 가득하여, 주위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정도였다면, 이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 입에서 벌써 나왔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한화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왔다면 모를까, 스스로 회장의 이런 면모를 이런 시점에서 자료로 배포하는 것은 다소 촌스럽다.
2.2. 그럼, 만약 한화가 무엇이라도 배포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자료들을 배포했어야 했을까? 언론을 통해 한화측에서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보면 결국 의례적인 짧은 사과와 이에 대한 긴 변명이다. 기업으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 극복을 위해 어떤 조치(action)를 취하고 있다는 정보는 없다. CEO가 조사를 받고 있으니,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힘들어 그럴지도 모른다. 한화측과 경찰측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같으나, 외부의 시민과 한화측 사이에는 대화가 없다.
...... 위기관리라는 것이 이론적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현재의 한화그룹내부에서 일하고 있다면, 현재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면 할 말 없어진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부질없다. 어차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중요하다. "Crisis management is not about what happened, but, what you do with what happened"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이다. 한화가 이 점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한화그룹이 어떻게 나올지 눈여겨 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위기관리를 해야 할 조직은 한화그룹말고도 한 군데 더 있는 것 같다.
PR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배우면서 교수님께서 한화 그룹이 김승연 회장 사태에 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PR을 하는 게 좋을까 (도미노 피자가 배달부 사망사건에 대해 현명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사에 이득이 되는 PR을 한 것과 비교해서) 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었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ㅁ 같은 수업을 듣는 분들과 온라인 강의실을 통해 공유를 하고 싶은데 글 좀 가져가도 될까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정말 이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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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09:18무슨 영화도 아니고,무슨 작은중소기업사장도(그래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지마) 아니고..이게 무슨 더욱이 김호선생님이 언급하셨듯이 전혀 위기관리가 안되있는 모습이더군요.물론 쉬운것이 아님은 알고 있지만서두
만두파동시 풀무원 사례만 보더라도 위기관리 홈피 주소를 따로 준비한 모습을 볼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바로 이슈를 미리 관리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얼마전 한화 기업이 ci와 홈피를 대대적으로 변경하고 도약한다고 새로운 기업으로 도약한다고 한게 요 몇달전 같은데..언행일치가 전혀 안되는 이런 모습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
차라리 블로그가 있으면 메임스트림 매체보다 빠른 대응을 할수도 있었으며 그 이상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 또한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를일일 텐데 말입니다.
또한 홈페이지상에 tri지수라... 이런 시의적절하지 못한 대응이
결국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일로 만들수 밖에 없는것 같구요
더나아가 기업의 약속이 공염불처럼 느껴질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가 필요한 조직이 있단 말도 적극 공감가는 것 같습니다.
필요없을때는 알권리 남용하며 들이대더니만...
여하튼 김호선생님의 유용한 글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하세여
아직까지도 홈페이지는 그대로이네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또 이에 대한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조금씩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마인드도 바뀔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개선점에 대한 논의 과정에 블로거들의 역할이 있겠지요.
2007/05/01 07:36위에 이명진님의 댓글을 보니 김진화의 세상구경에서 본 다음 구절이 떠오르는군요.
2007/04/30 11:52"사람들은 이제 한화의 트라이 서클을 보며 수갑이나 쇠사슬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http://www.thinkbean.net/2694516
Trust를 선포와 마케팅으로 할 수 있다는 후진적인 기업 마인드가 가져온 대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 꺼내시기 상당히 부담스러우셨을텐데, 업계를 위해 아주 적절한 코멘트를 하셨다고 봅니다.
동감입니다. 결국, PR은 performance + recognition이 되거나, 때로는 P할건 R리고, R릴 것은 P하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7/05/01 07:38잘 읽었습니다.
2007/05/01 15:08그런데요.
마지막 문장의 그 "한 군데"가 궁금합니다.
일반적 복수형으로 그런 당부나 주의를 남기지 않고, 굳이 '한 군데'로 말씀해주셔서요.
어디를 지칭하시는 표현이셨는지요?
안녕하세요. 민노씨. 경찰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2007/05/05 02:12정말 같은 업계의 잘못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위기관리와 관련한 아주 확실한 사례연구네요.. 역시 PR이든, 기업이든 그 진면목은 어려울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인 거 같습니다.
2007/05/10 18:28마치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이듯... comment감사합니다.
2007/05/10 22:27PR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배우면서 교수님께서 한화 그룹이 김승연 회장 사태에 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PR을 하는 게 좋을까 (도미노 피자가 배달부 사망사건에 대해 현명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사에 이득이 되는 PR을 한 것과 비교해서) 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었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ㅁ 같은 수업을 듣는 분들과 온라인 강의실을 통해 공유를 하고 싶은데 글 좀 가져가도 될까요?
2007/05/12 21:12이런 오랫만에 이 글을 보러왔다가 이제야 댓글에 답을 합니다. 죄송합니다. 물론, 글을 가져가셔도 됩니다. 다만, 본 사이트에 적혀있는 것 처럼 CC(Creative Commons)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저작자표지-비영리-변경금지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2007/05/22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