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본에 도착하여, 모처럼 주 중에 한가롭게 길거리를 거닐고, 맛있는 저녁도 먹었다. 인터넷 뉴스를 보니, 이제는 김회장 차남의 경찰서 출석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것 같다.

1. 아거님이 코멘트를 달면서 "이야기 꺼내시기 상당히 부담스러우셨을텐데..."라고 말씀하셨는데, 물론, 그 말이 맞다. PR회사의 사장으로서(오늘부로 나는 더 이상 사장이 아니다:) 잠재 고객이 될 수도 있는 기업체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1.1. 2006년 8월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이코노미 플러스>에 당시 급식사태와 관련해
'존경하는 이재현 CJ회장님'이란 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 부담감이 있었다.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나는 "PR Firm의 사장인 나로서는 큰 맘먹고 쓴 글:)"이라고 당시를 회상했었다.
 
1.2.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혹시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가질 분도 있겠다. "만약, 한화나 CJ가 김호씨의 클라이언트였다면 그런 글을 올릴 생각이나 할 수 있겠어?" 맞다. 나의 클라이언트였다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것이 PR회사에서 일하는 나의 한계이다. 언젠가 한 매체에 칼럼을 쓰는 직원에게 에델만의 클라이언트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명성에 흠을 줄 수도 있는 표현을 tone down시켜 줄 것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직원 입장에서는 '부탁'처럼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PR프로페셔널들은 자기 고객의 명성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PR프로페셔널이 자기 고객이 아닌 단체의 명성은 무조건 해친다는 극단적 이분법으로 생각하지 마시길.

1.3. 이것이 PR컨설턴트이자, 때로는 칼럼을 쓰는 사람으로서, 혹은 PR컨설턴트이자 블로거로서 겪게 되는 '줄타기'의 고민이자, 한계점이다.

나의 블로그에서 어느 기업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의 글을 보신다면, 이는 자동적으로 나의 클라이언트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또한, 어느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해 '애정어린 칭찬'을 하는 글을 보신다면 이 또한 나의 클라이언트는 아니다. 만약 애정어린 칭찬(혹은 '애정어린 비판'인 경우에도)을 하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나의 클라이언트라면, 이는 당연히 그 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밝힘'은 web 2.0이 가져오는 긍정적 변화들이다. 과거(일부 현재)에는 언론에 글을 쓰는 필자와 그 글에서 언급되는 이슈나 단체와의 관계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blogsphere에서는 이러한 투명성을 강조한다. (월마트 사건으로 에델만이 홍역을 치른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2. Web 2.0시대는 조만간 다음과 같은 딜레마를 안겨주게 될 것이다. 어느 PR회사의 사장 A가 있다 치자. 한 클라이언트 C가 그 회사와 프로젝트 계약을 하게 되었다. C社의 요구는 현재 blogsphere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C社 브랜드에 대한 불만을 모니터하여 분석하여 보고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해 달라는 것이다. 기분좋게 계약을 하고, 팀을 조직하여 blogsphere에서 불만을 모니터했다. 팀원이 중간에 고민섞인 얼굴로 사장에게 찾아와 이야기한다. "사장님, 블로그들을 모니터해본 결과, C社 브랜드에 대한 불만을 가장 주도적으로, 그것도 오랜 기간 동안 제기하고 있는 사람이 공교롭게도 우리 회사의 직원인 B입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 PR회사의 사장 A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난 이 딜레마에 대해 예전부터 생각해오고 있었다. 내가 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이 없다. 이는 결국 블로거의 신분이 거의 대부분 '직업적으로 블로그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주 직업과 병행하여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불러오는 자연스러운 딜레마의 한 가지이다.

이 상황에서 PR회사가 그리고 그 사장 A가 겪는 딜레마는 PR회사로서 계약이 체결된 클라이언트 C의 명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 (즉, 클라이언트의 명성에 해가 되는 일을 PR회사 직원이 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또 한 쪽으로는 '블로거'로서의 B의 행동이나 의견에 PR회사의 직원으로서의 책임을 내세워 그에게 블로그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나로서는 참 쉽지 않은 점이다.


3. 웹 2.0시대는 PR인들에게 많은 기회도 또 위기도 안겨주게 될 것이다. 그 기회나 위기를 만드는 핵심 중 하나는 바로 투명성(Transparency)이다.

3.1. 기업이나 PR인들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전략적'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Control'이라는 이름으로 투명성을 잘못 다루게 될 경우, 이는 위기를 불러올 것이고,

3.2. 'Trust'를 기반으로 투명성을 다루게 된다면 ('어떻게' 이를 '기술적으로' 다룰 것인지는 앞으로 많은 연구와 실험, 실수를 거치면서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PR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 ('껍데기' 이미지를 다룬다든지, '뻥튀기'를 다루는 업이라든지...)을 없애고 'PR = Counseling the top management on how to deal with brutal reality based on truth'라는 명성을 찾게 될른지도 모른다.

PR인으로서 당분간 혼란스럽겠지만, 어쩌면 PR인으로서 우리는 시대를 잘 타고 난 것인지도 모른다. 혼란 뒤에는 무엇인가 새로운 질서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화, 박지윤, 던킨 도너츠등에 대한 blogsphere에서의 다소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논란은 결국, 이러한 질서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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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던킨 도너츠 이슈 관리팀에 제안합니다

    Tracked from Interactive Dialogue and PR 2.0 - Relations & Communications  삭제

    근래에 바쁜 업무로 블로고스피어의 아젠다 흐름을 확인하지 못하다가, 지난 4월 28일 포스팅 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블로그 활용(Blogging in a crisis situation)라는 글에 남겨진 칫솔님의 댓글을 보고, 올블로그에 던킨 도너츠가 핵심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을 접했습니다. 케이스 스터디 차원에서 현재까지 해당 이슈 진행상황을 리뷰하고자 합니다. 관련 글은 한 기업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블로고스피어상에서 실추된 기업명성을 회..

    2007/05/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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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쥬니캡  수정/삭제  댓글쓰기

    웹2.0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의 발전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공유, 개방, 참여의 노력을 보이는 블로거들에 비해 기업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투명성과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듯 하고요. 고객의 이슈상황과 뉴미디어의 특성을 이해하는 PR담당자는 고객이 보다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아무튼 시간이 흐를수록 PR담당자의 역할은 중요해질듯 하고, 그만큼 일도 많아질 듯 합니다. 2번 시나리오에서 언급하신 내용에 대한 의사결정은 소주 한잔 하면서 방향을 잡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ㅎㅎ

    2007/05/01 13:41
    • 김호  수정/삭제

      기업 경영에 있어 블로거들은 중요한 하나의 stakeholder가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 애써 외면하거나, 올드미디어의 마인드로 접근하는 상황이 연출이 되고 있네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요.

      2007/05/01 19:38
  2. 최세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사장님은 일본에 가서까지 글을 올리시는 걸까요... 맘 먹고 노실 수는 정녕 없으신 건가요....

    "오늘부로 나는 더 이상 사장이 아니다:)" 왜 이리 얄미운지요...

    2007/05/02 22:13
    • 김호  수정/삭제

      끊임없이 귀여운 시비:)를 거는 세인. 일본에서까지 글을 올리는 이유... 이제 더이상 workaholic이라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blogging이 요즘 저에게는 "놀이"처럼 느껴지거든요. 즐겁습니다:) 얄미워하지 마세요~

      2007/05/02 23:34
  3. 至柔제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에 담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다가도 고객사 생각에 '아, 이건 안되는게 아닐까?'하고 지레짐작으로 말아버린 이야기들은 때로 참 아쉽습니다.

    2007/05/02 22:57
    • 김호  수정/삭제

      그 이야기들이 모두 정말 살아있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2007/05/02 23:36
  4. freemovieking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의 위치를 방문한 즐기는!

    2007/11/0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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