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만을 떠나 처음 맞는 월요일이다. 반년간의 half-time동안에는 "급한 일"이 아닌 "중요한 일"에 포커스할 생각이다. 이런 과정에서 할 것 중의 하나가 그 동안 자주 못 뵈었던 분들과 편하게 만나 인생의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오늘은 점심과 저녁으로 내가 뵙고 싶어던 두 분을 만나 소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의미있는 하루였다.)
 
오늘 점심에는 서치 인터네셔널(
www.searchi.co.kr)의 권혁희 사장님과 제주물항에서 물회와 회덮밥을 먹고, 그 동안 함께 일했으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사무실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 사장님은 서치 인터네셔널을 1988년에 세웠다니 벌써 20년동안 한 분야에서 일한 분이다. 처음 뵌 것은 내가 MSD로 옮길 무렵이었고, 에델만에서도 몇 번 안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었다.
 
한 분야에서 20년을 일한 사람, 그 들의 "짬밥"속에서는 무언가 꼭 배울 것이 있다. 점심을 먹으면서는 오랫만에 만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치인터네셔널의 사무실로 옮기고 나서는 내가 궁금한 질문 두 가지를 던졌다. '그 동안 주로 C-suite의 사람들(CEO, CFO, COO등)을 주로 헤드헌팅 해 오셨는데, 그 동안의 경험을 놓고 보았을 때, 이런 사람들에게서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것 세 가지는 무엇입니까?"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제 자신이나 또 주위 후배들이 일하다 보면 제게 자주 묻는 질문이 '어느 타이밍에 회사를 옮겨야 하는가?'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권 사장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라는 것이었다.

아래는 내가 권 사장님의 허락을 받고 답변을 들으며 노트한 것을 바탕으로 재 구성한 것이다. 이 견해에 대해서는 블로그에 올리기 전 권 사장님께 다시 한 번 제대로 정리가 되었는지 조언을 구했다.
 
 
/ CEO등의 임원들을 헤드헌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세 가지
 
1. Business Demeanor - 그녀는 이를 "비즈니스 제스추어(Business Gesture)"라는 단어로 표현을 했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서 더 물어보았는데, 결국, CEO급의 자리에는 그에 견줄만한 career track을 밟고 올바른 평가를 받아왔으며 또한 그 자리에 오기까지 본인이 감당했어야 할 stress를 넘어서 경륜이 몸에 잘 붙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 자리에 맞는 "리더의 품위"라 할 것이다. 그가 헤드헌팅 과정에서 후보자를 볼 때, 경력을 매우 중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경력이라는 것은 학벌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 사람이 그 동안 어떤 조직내에서, 어떤 기업문화안에서 커온 사람인가라는 것이다.
 
2. Business Direction -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그녀는 인터뷰 단계에서 너무 지나치게 "make it successful"하겠다고 나오는 사람은 크게 믿지 않는다고 한다. 리더란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business direction을 주는 사람인데, 이는 마음이 행복해야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커리어로 놓고 보면 자신의 업(業)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그녀는 정의한다. 따라서, 사람을 선발할 때는 what I can do를 가지고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가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direction을 내 놓을 수 있는지를 인터뷰한다는 것이다.
 
3. Balance - 이에 대한 그녀의 해석도 재미있었다. 나는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가 했는데, 물론 그것도 포함을 하겠지만, 권사장님이 보는 시각은 이랬다. 균형이 잡힌 사람은 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것이다. 지나친 자기 자긍심의 표현은 균형이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사장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고, 사람 가리고 하는 사람들. 이는 결국 현재 CEO라 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20년 경력의 헤드헌터로서 단순히 한 후보자가 CEO가 될 때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post-CEO도 생각을 하면서 사람을 보게 된다고 한다.
 
 
/ 어느 타이밍에 회사를 옮겨야 하는가?
 
1. High-time에 옮긴다: 이는 글로벌한 원칙이라고 한다. 남이 좋아하는 회사에서 남이 부러워할만한 봉급을 받으며, 비즈니스가 잘 될 때, 현재의 회사를 떠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떠날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잘 될 때 떠나는 것을 생각하거나, 잘 될 때 오히려 다가올 위기를 생각하는 것 등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보였다.
 
2. Maturity-point에 옮긴다: 여기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회사와 개인의 maturity point가 만날 때 떠난다는 것인데...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다양한 achievement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한다. 상하로부터, 동료들로부터, 그리고 외부에서 보았을 때도 "이만하면 정말 잘 했군" "회사의 성장에 참 기여를 잘 하는 사람이군" 등의 인정을 받을 때, 떠나는 것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Maturity point에 도달하게 되면, 흔히 Vertical한 관점이 아니라 Horizon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즉, 자신의 회사나 자기 자신, 그리고 업(業)에 대한 시야가 넒어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high-time과 maturity-point를 고려하여 회사를 떠나게 되면, 현재의 position보다 두 단계 상승(대리-->차장, 과장-->부장, 차장-->이사 등)을 고려해볼 수도 있으며, 이러한 적절한 타이밍의 옮김을 통해 자신의 성숙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기타
이 외에도 권 사장님은 회사를 옮겨 다른 곳으로 갈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이야기 해주었다. 요약해보면:

. 선후배 쫓아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선배이기 때문에, 후배이기 때문에 직장을 옮긴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잘못된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 다른 회사가 자신에게 "첫 눈에 반할 때"는 이를 쫓아가면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첫 눈에 반한 사람은 전생에서 악연이라는 말이 있듯, 어느 회사가 자기에게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은, 고용후, 엄청난 결과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결국 무리가 가게 되어, 좋은 결말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점은, 오늘 들은 말 중, 특히 인상적인 그녀의 지혜였다)

. 옮기는 motivation이 절대로 돈이어서는 안된다. 명예를 쫓아 옮겨가야 한다. (Let the money follow you!)

. 가족들이 만족하는 직장으로 옮겨라. 직장을 옮기는 데에 있어서, "나의 그릇"에 맞는 직장인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나의 그릇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의 가족이라는 것이다. "나의 그릇"의 크기나 형태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결국 high-time이나 또는 low-time을 잘 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설 때쯤, 권 사장님은 "
화무십일홍 紅 (열흘동안 붉은 꽃은 없다)"이란 표현을 비유적으로 들면서, 사업이나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커리어에서도 늘 높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또 질 때가 있는데, 현명한 사람들은 이러한 자기의 트렌드를 잘 알아내어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자기의 커리어 관리, 위기관리를 잘 해 낸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게는 오늘의 키워드와 같은 이야기였다. 언젠가 "38년의 경력 vs. 38세의 나이"라는 제목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론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그들만의 내공이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지식(knowledge)을 뛰어넘은 지혜(wisdom)가 있고, 이런 것은 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안에, 훨씬 더 깊은 것을 안겨준다. 오늘 권 사장님과의 90분 정도의 점심식사와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눈 이야기 속에서도 역시 그런 것을 느꼈다...(이는 오늘 저녁을 함께 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한 의사 선생님에게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권 사장님. 오늘 맛있는 물회와 회덮밥, 커피...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나누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사업 번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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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blue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움되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화무십일홍.. 저런 깊은 뜻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2007/06/05 10:39
    • 김호  수정/삭제

      사실 저도 한자로는 어제 처음 알았지요. 저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2007/06/05 11:05
  2. HSKang  수정/삭제  댓글쓰기

    "High-time에 옮긴다", "Maturity-point에 옮긴다" 전적으로 공감이 갑니다.작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던졌던 질문이 "내가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을 정로도 숙성되어 있는가"와 "내가 시장(market)에 나갔을 때, '나'를 거래하려는 회사가 있을까"였습니다. Hoh 선배(이제 이렇게 부릅니다.)를 만나 현재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지요. 언제 또 High-time,Maturity-point가 오겠지요..

    2007/06/05 21:44
    • 김호  수정/삭제

      호 사장보다는 호 선배가 더 정겨운데요. 그럼요. high-time, maturity-point가 오겠지요. 고민 잘 해결되길! 바래요.

      2007/06/05 23:27
  3.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3년 가을인가요...서치인터내셔널의 권사장님께 사장님 사무실에 마주 앉아 맛난 커피를 얻어 마신적이 있었지요. 사람만나는걸 참 즐겨하시는 아주 연륜있어 보이시는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호선배랑 친하시군요...안부나 전해주세요. 담에 뵐때...절 기억하실려나 근데?

    2007/06/05 23:06
    • 김호  수정/삭제

      하여튼! 세상은 좁아요...

      2007/06/0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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