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 강건너와서 바라보기
작성자 : 김호 작성일 : 2002-05-13 (Koreapr.org)
안녕하세요. 한국MSD의 김호입니다. 지난 3월 난장세미나에서 뵙고는, 꼭 성공시키자고 했건만, 정작 저 자신은 4, 5월 난장 세미나에 모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회사의 행사와 꼭 겹치게 되네요. 송구스러운 마음도 마음이지만, 제 자신이 안타깝습니다. 저로서는 난장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그동안의 게으름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원래는 AE FORUM에 쓰려던 글을 난장에 옮겨와서 씁니다.
언젠가 "AE, 강건너에서 바라보기, 그리고 뒤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클라이언트쪽으로 이사와서 바라본 AE에 대한 생각을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로서 클라이언트로 온지 꼭 9개월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PR회사의 AE로서 바라보던 클라이언트에서, 클라이언트 조직에 직접 몸을 담고 일하면서 바라보는 클라이언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난장에는 클라이언트 조직내에서 수년에서 10년 넘게 일하신 분도 있는데, 제가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다소 쑥쓰럽고 주제넘게도 느껴집니다. 또한 회사마다의 조직적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 적는 글은 제 자신의 매우 제한된 클라이언트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것임을 밝혀둡니다.
저는, 언론, 조직내부공중, 홍보대행사와의 세가지 관계들을 놓고 클라이언트조직내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언론과의 관계
Agency에서 Client로 옮기면서 언론과의 관계, 좀 더 정확히 말해 기자와의 관계에도 좀 변화가 있었습니다.
1.1. 기자와의 만남: 횟수와 깊이
우선 기자와 만나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터인데, 클라이언트로 오고나니 회사로 찾아오는 기자분들도 많고, 꼭 이슈가 없어도 때되면 기자와 점심식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횟수와는 달리 만나는 기자의 폭은 좁아집니다. 저의 경우에는 주로 의학, 건강 담당 기자와 의학/약업계 전문지 기자분들과의 만남이 거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요약하면, 만나는 기자의 범위는 줄어들고, 대신 그 기자들과의 만남의 횟수나 친근도는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지요. 저의 경우를 놓고 보면 agency에 있을 때는 클라이언트의 폭만큼이나 폭넓은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게 되지만, 얼굴을 마주 하고 깊이있게 만나는 것보다는 전화나 이메일, 팩스등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쪽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는 저의 게으름과 함께 바쁜 agency생활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제 개인을 놓고 보면, agency생활하면서는 일 이외에(즉, 보도자료 있을 때 말고는) 기자와 평소에 만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가졌었습니다. 바쁜생활에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구요. 클라이언트 생활을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단순히 보도자료있을 때만 기자와 만나는 것보다는 평소에 만나면서 서로 정보나 의견도 교환하고 하는 것이 훨씬 media relations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클라이언트쪽에 와서 만난 agency분들은 이런 면에서 저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계셨고, 저도 반성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PR회사로 돌아가게 되면, 시간을 어느 정도는 할애해놓고, 많은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정보를 나누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2. 편집과 광고
클라이언트로 옮기고 나서는 종종 언론사로부터 광고게재에 대한 부탁을 직접, 간접적으로 받게 됩니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제 경우에는 제약회사이다보니 의대, 약대학생들로부터 동창회보다 명부다 행사다 하면서 광고부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koreapr에 PR의 윤리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면서 "광고와 기사를 바꾸지 마라"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였지만, 홍보매니저로 일하면서 그것이 실제에서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기자와는 광고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언론사 광고국 직원과는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라는 제 개인적 소견을 적었지만, "너 100% 잘 지켰냐?"하면 솔직하게 전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는 광고독촉하는 한 언론사 간부에게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시달리다가 광고를 "준" 적도 있습니다. 제 고집에 엉뚱하게 회사가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즈음의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PR인으로서의 갈등은 매우 큰 것이었습니다. 우리 언론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런 현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하루 빨리 진정 "독립언론"이 되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 봅니다.
한가지 최근에 와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이라는 말은 매우 신성한 것이며, 아무 매체에다가 "언론"이라는 말을 붙여서는 안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이라 호칭하기에는 수준함량미달인 경우에는, 저 개인적으로는 "음...그래 이건 언론이라기보다는 소식지...정도로 봐야지"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하게 기사로 밀어줄테니까 광고좀 내놓지..."하는 경우의 "기사"를 과연 정말 "기사"로 봐야 할 것인가...그런 기사로 가득한 종이뭉치를 과연 "언론"으로 봐야 할 것인가...
1.3. 미디어 모니터링의 깊이와 넓이
기자와의 관계가 폭은 좁아지고 깊이는 더해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클라이언트에 와서 한 인더스트리에 한정이 되고 나서는 미디어 모니터링 역시 의학, 건강면에 많이 집중하게 되고, agency에 있을 때보다는 아무래도 전문지를 보게 되는 비중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제약산업을 배워보겠다고 이렇게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했지만, 폭이 좁아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제약산업의 PR을 하는데에도 의학, 건강부분만 알아서도 되는 것이 아니고, 특히 creative한 media angle에 접근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글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2. Internal Audience와의 관계
PR회사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PR하는 사람이지만, 클라이언트 조직에 오게 되면, PR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PR을 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PR에 대해 이해가 거의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에도 직원은 400명이 넘지만 PR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은 4명뿐입니다. 클라이언트에 와서 가지게 되는 challenge중의 하나는 수많은 non-PR people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가이지요.
2.1. marketing & sales부서와의 관계
회사마다 PR부서와 마케팅/영업부서와의 관계는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 조직 구조상으로만 놓고보면, 1)특별한 홍보담당자가 없이 마케팅 담당자가 홍보까지 함께 담당하거나 아웃소싱하여 일하는 경우; 2)홍보담당자가 있지만 마케팅담당매니저 아래에 속하여 통제 받는 경우; 3)마케팅 담당팀과는 완전히 별도로 홍보팀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이외에도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의 경우에는 사장실 비서가 직접 홍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요.)
AE Forum에서도 에이스피알이라 밝히신 분이 홍보대행사 AE들이 클라이언트의 조직을 잘 이해하셔야 한다고 헀는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특히 corporate PR보다는 product PR을 담당하는 AE들은 클라이언트 조직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저도 그랬습니다...), 이는 그 제품의 홍보와 관련된 decision making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PR에 대한 접근측면에서도 제품의 생산에서 판매, 마케팅까지 이르는 조직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홍보담당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위로 돌아가서, 홍보부서/담당자와 마케팅부서/담당자의 관계를 파악할 때 중요한 것은 돈(money)이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홍보부서가 조직구조상으로는 독립적으로 되어있어도, 예산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마케팅/영업부서가 예산을 가지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decision making process도 이해가 되지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기업PR예산과는 달리 product PR예산은 모두 마케팅부서에서 나오게 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데, 즉 PR을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부서 사람들에게 PR을 왜 해야 하는지, 다시 말해서 왜 PR활동에 예산을 투자(invest, not spend)해야 하는지, 그리고 PR활동을 통해 어떤 benefit을 예상할 수 있는지, 그리고 PR활동을 하고 나서는 어떤 results가 나왔는지, 이를 어떻게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숙제가 나오게 됩니다.
PR회사에서는 모두들 PR만 하는 사람들이고, PR이 최고이고, PR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클라이언트라는 조직은 그렇지 않지요. 자연스럽게 모두들 자기가 하는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겠지요)...하지만, 클라이언트 조직내에서 PR은 마케팅의 보조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PR매니저로서 이렇게 non-PR people들에게 PR에 대한 internal selling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됩니다. 즉, 종종 PR을 어떻게(HOW)할 것이냐,라는 것보다 PR을 왜(WHY)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PR에 대해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PR을 쉽고, 와닿게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해서 보여줄 수 있는 도구들은 그리 쉽게 구해지지는 않았습니다.
2.2. Management와의 관계
한 회사내에서 PR이 어느정도 힘을 받고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것으로는 PR의 reporting line을 따져 보는 것입니다. 즉 PR manager로부터 최고경영책임자까지 reporting line상에 몇 사람이나 있는지를 보면 되지요. 제 생각에는 사장을 포함해서 2사람 이상 거치게 되면, 그 힘은 많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그 리포팅의 숫자 만큼이나 PR reporting line에 있는 사람들이: 1) 얼마나 PR에 대해 호의적인가 (how favorable?); 2) 얼마나 PR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how knowledgeable?)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고 경영자가 PR manager나 director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상의를 하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이는 단순히 홍보담당자가 힘좀 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PR이 그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러한 점은 클라이언트조직내의 홍보 매니저로 자리를 옮기려는 사람이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홍보매니저만 홍보 열심히 한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내에서의 역학관계나 support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홍보매니저의 입장에서 조직내의 support를 이끌어내는데 가장 좋은 것은 역시 홍보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겪게 되는 또 하나의 도전은 조직내의 많은 사람들은 역시 "홍보의 힘" = "기사의 크기"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도 매체 중심 PR과 message중심 PR의 문제가 대두되지요. 아울러 PR이 public relations이냐 press relations이냐라는 문제도 대두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간단히 제가 느낀 점은 PR이 press relations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PR manager가 publicity expert로서만 일하는 것보다는 communication expert로서 전문성을 먼저 갖고, 이를 활용하여 조직내의 다양한 communication problem에 대한 counseling을 해 줄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PR매니저가 그래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3. PR Agency와의 관계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다가 클라이언트로 왔을 때, 가장 어색한 것중의 하나가 PR agency와의 미팅이었습니다. 얼마전만해도 내가 저 자리에 있었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클라이언트쪽으로 와서 바라본 홍보대행사에 대한 생각은 저번에 어느 정도 밝힌바 있었기에 여기서는 좀 더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그동안 접한 한정된 문헌이나 글들을 보면 Client-Agency relationship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agency가 될 수 있을까,하는데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 드는 생각은 과연 어떤 client가 되면 agency로부터 더 좋은 performance와 commitment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즉 best agency가 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best client가 되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best client란 돈을 많이 주는 클라이언트도, agency에 대해 아무런 "쪼임"도 없이 그냥 go하는 클라이언트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agency와의 best partnership을 이끌어 내어 best PR performance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client는 agency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무작정 agency쪼는 클라이언트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라 생각이 되는데, PR agency가 무슨 요즘은 쓰지도 않는 용어인 "하청업체"쯤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클라이언트들에 대해서는 PR agency차원에서도 적절하게 대처를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무조건 클라이언트이니까, 예예를 남발하기 보다는 우선은 PR professional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consulting service에 대해서 상응하는 재정적, 정서적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dream이라구요? 글쎄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생각해볼때도 무조건 agency를 쫀다고 agency의 performance가 올라갈 것이냐 하면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진정한 partner로 대하고 PR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수반될 때, 정작 그 이득은 클라이언트가 갖게 되는 것이라 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우선 PR agency입장에서 how to manage your clients 못지않게 client입장에서 how to manage your agency도 함께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는 점만 이야기하고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휴, 어느새 월요일이네요. 어서 불끄고 잠자고 한 주를 다시 시작해야 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남다른 PR의 세상을 꿈꾸며...
작성자 : 김호 작성일 : 2002-05-13 (Koreapr.org)
안녕하세요. 한국MSD의 김호입니다. 지난 3월 난장세미나에서 뵙고는, 꼭 성공시키자고 했건만, 정작 저 자신은 4, 5월 난장 세미나에 모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회사의 행사와 꼭 겹치게 되네요. 송구스러운 마음도 마음이지만, 제 자신이 안타깝습니다. 저로서는 난장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그동안의 게으름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원래는 AE FORUM에 쓰려던 글을 난장에 옮겨와서 씁니다.
언젠가 "AE, 강건너에서 바라보기, 그리고 뒤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클라이언트쪽으로 이사와서 바라본 AE에 대한 생각을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로서 클라이언트로 온지 꼭 9개월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PR회사의 AE로서 바라보던 클라이언트에서, 클라이언트 조직에 직접 몸을 담고 일하면서 바라보는 클라이언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난장에는 클라이언트 조직내에서 수년에서 10년 넘게 일하신 분도 있는데, 제가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다소 쑥쓰럽고 주제넘게도 느껴집니다. 또한 회사마다의 조직적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 적는 글은 제 자신의 매우 제한된 클라이언트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것임을 밝혀둡니다.
저는, 언론, 조직내부공중, 홍보대행사와의 세가지 관계들을 놓고 클라이언트조직내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언론과의 관계
Agency에서 Client로 옮기면서 언론과의 관계, 좀 더 정확히 말해 기자와의 관계에도 좀 변화가 있었습니다.
1.1. 기자와의 만남: 횟수와 깊이
우선 기자와 만나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터인데, 클라이언트로 오고나니 회사로 찾아오는 기자분들도 많고, 꼭 이슈가 없어도 때되면 기자와 점심식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횟수와는 달리 만나는 기자의 폭은 좁아집니다. 저의 경우에는 주로 의학, 건강 담당 기자와 의학/약업계 전문지 기자분들과의 만남이 거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요약하면, 만나는 기자의 범위는 줄어들고, 대신 그 기자들과의 만남의 횟수나 친근도는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지요. 저의 경우를 놓고 보면 agency에 있을 때는 클라이언트의 폭만큼이나 폭넓은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게 되지만, 얼굴을 마주 하고 깊이있게 만나는 것보다는 전화나 이메일, 팩스등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쪽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는 저의 게으름과 함께 바쁜 agency생활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제 개인을 놓고 보면, agency생활하면서는 일 이외에(즉, 보도자료 있을 때 말고는) 기자와 평소에 만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가졌었습니다. 바쁜생활에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구요. 클라이언트 생활을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단순히 보도자료있을 때만 기자와 만나는 것보다는 평소에 만나면서 서로 정보나 의견도 교환하고 하는 것이 훨씬 media relations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클라이언트쪽에 와서 만난 agency분들은 이런 면에서 저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계셨고, 저도 반성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PR회사로 돌아가게 되면, 시간을 어느 정도는 할애해놓고, 많은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정보를 나누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2. 편집과 광고
클라이언트로 옮기고 나서는 종종 언론사로부터 광고게재에 대한 부탁을 직접, 간접적으로 받게 됩니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제 경우에는 제약회사이다보니 의대, 약대학생들로부터 동창회보다 명부다 행사다 하면서 광고부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koreapr에 PR의 윤리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면서 "광고와 기사를 바꾸지 마라"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였지만, 홍보매니저로 일하면서 그것이 실제에서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기자와는 광고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언론사 광고국 직원과는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라는 제 개인적 소견을 적었지만, "너 100% 잘 지켰냐?"하면 솔직하게 전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는 광고독촉하는 한 언론사 간부에게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시달리다가 광고를 "준" 적도 있습니다. 제 고집에 엉뚱하게 회사가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즈음의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PR인으로서의 갈등은 매우 큰 것이었습니다. 우리 언론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런 현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하루 빨리 진정 "독립언론"이 되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 봅니다.
한가지 최근에 와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이라는 말은 매우 신성한 것이며, 아무 매체에다가 "언론"이라는 말을 붙여서는 안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이라 호칭하기에는 수준함량미달인 경우에는, 저 개인적으로는 "음...그래 이건 언론이라기보다는 소식지...정도로 봐야지"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하게 기사로 밀어줄테니까 광고좀 내놓지..."하는 경우의 "기사"를 과연 정말 "기사"로 봐야 할 것인가...그런 기사로 가득한 종이뭉치를 과연 "언론"으로 봐야 할 것인가...
1.3. 미디어 모니터링의 깊이와 넓이
기자와의 관계가 폭은 좁아지고 깊이는 더해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클라이언트에 와서 한 인더스트리에 한정이 되고 나서는 미디어 모니터링 역시 의학, 건강면에 많이 집중하게 되고, agency에 있을 때보다는 아무래도 전문지를 보게 되는 비중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제약산업을 배워보겠다고 이렇게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했지만, 폭이 좁아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제약산업의 PR을 하는데에도 의학, 건강부분만 알아서도 되는 것이 아니고, 특히 creative한 media angle에 접근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글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2. Internal Audience와의 관계
PR회사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PR하는 사람이지만, 클라이언트 조직에 오게 되면, PR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PR을 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PR에 대해 이해가 거의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에도 직원은 400명이 넘지만 PR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은 4명뿐입니다. 클라이언트에 와서 가지게 되는 challenge중의 하나는 수많은 non-PR people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가이지요.
2.1. marketing & sales부서와의 관계
회사마다 PR부서와 마케팅/영업부서와의 관계는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 조직 구조상으로만 놓고보면, 1)특별한 홍보담당자가 없이 마케팅 담당자가 홍보까지 함께 담당하거나 아웃소싱하여 일하는 경우; 2)홍보담당자가 있지만 마케팅담당매니저 아래에 속하여 통제 받는 경우; 3)마케팅 담당팀과는 완전히 별도로 홍보팀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이외에도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의 경우에는 사장실 비서가 직접 홍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요.)
AE Forum에서도 에이스피알이라 밝히신 분이 홍보대행사 AE들이 클라이언트의 조직을 잘 이해하셔야 한다고 헀는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특히 corporate PR보다는 product PR을 담당하는 AE들은 클라이언트 조직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저도 그랬습니다...), 이는 그 제품의 홍보와 관련된 decision making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PR에 대한 접근측면에서도 제품의 생산에서 판매, 마케팅까지 이르는 조직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홍보담당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위로 돌아가서, 홍보부서/담당자와 마케팅부서/담당자의 관계를 파악할 때 중요한 것은 돈(money)이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홍보부서가 조직구조상으로는 독립적으로 되어있어도, 예산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마케팅/영업부서가 예산을 가지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decision making process도 이해가 되지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기업PR예산과는 달리 product PR예산은 모두 마케팅부서에서 나오게 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데, 즉 PR을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부서 사람들에게 PR을 왜 해야 하는지, 다시 말해서 왜 PR활동에 예산을 투자(invest, not spend)해야 하는지, 그리고 PR활동을 통해 어떤 benefit을 예상할 수 있는지, 그리고 PR활동을 하고 나서는 어떤 results가 나왔는지, 이를 어떻게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숙제가 나오게 됩니다.
PR회사에서는 모두들 PR만 하는 사람들이고, PR이 최고이고, PR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클라이언트라는 조직은 그렇지 않지요. 자연스럽게 모두들 자기가 하는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겠지요)...하지만, 클라이언트 조직내에서 PR은 마케팅의 보조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PR매니저로서 이렇게 non-PR people들에게 PR에 대한 internal selling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됩니다. 즉, 종종 PR을 어떻게(HOW)할 것이냐,라는 것보다 PR을 왜(WHY)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PR에 대해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PR을 쉽고, 와닿게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해서 보여줄 수 있는 도구들은 그리 쉽게 구해지지는 않았습니다.
2.2. Management와의 관계
한 회사내에서 PR이 어느정도 힘을 받고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것으로는 PR의 reporting line을 따져 보는 것입니다. 즉 PR manager로부터 최고경영책임자까지 reporting line상에 몇 사람이나 있는지를 보면 되지요. 제 생각에는 사장을 포함해서 2사람 이상 거치게 되면, 그 힘은 많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그 리포팅의 숫자 만큼이나 PR reporting line에 있는 사람들이: 1) 얼마나 PR에 대해 호의적인가 (how favorable?); 2) 얼마나 PR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how knowledgeable?)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고 경영자가 PR manager나 director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상의를 하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이는 단순히 홍보담당자가 힘좀 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PR이 그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러한 점은 클라이언트조직내의 홍보 매니저로 자리를 옮기려는 사람이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홍보매니저만 홍보 열심히 한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내에서의 역학관계나 support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홍보매니저의 입장에서 조직내의 support를 이끌어내는데 가장 좋은 것은 역시 홍보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겪게 되는 또 하나의 도전은 조직내의 많은 사람들은 역시 "홍보의 힘" = "기사의 크기"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도 매체 중심 PR과 message중심 PR의 문제가 대두되지요. 아울러 PR이 public relations이냐 press relations이냐라는 문제도 대두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간단히 제가 느낀 점은 PR이 press relations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PR manager가 publicity expert로서만 일하는 것보다는 communication expert로서 전문성을 먼저 갖고, 이를 활용하여 조직내의 다양한 communication problem에 대한 counseling을 해 줄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PR매니저가 그래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3. PR Agency와의 관계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다가 클라이언트로 왔을 때, 가장 어색한 것중의 하나가 PR agency와의 미팅이었습니다. 얼마전만해도 내가 저 자리에 있었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클라이언트쪽으로 와서 바라본 홍보대행사에 대한 생각은 저번에 어느 정도 밝힌바 있었기에 여기서는 좀 더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그동안 접한 한정된 문헌이나 글들을 보면 Client-Agency relationship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agency가 될 수 있을까,하는데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 드는 생각은 과연 어떤 client가 되면 agency로부터 더 좋은 performance와 commitment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즉 best agency가 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best client가 되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best client란 돈을 많이 주는 클라이언트도, agency에 대해 아무런 "쪼임"도 없이 그냥 go하는 클라이언트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agency와의 best partnership을 이끌어 내어 best PR performance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client는 agency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무작정 agency쪼는 클라이언트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라 생각이 되는데, PR agency가 무슨 요즘은 쓰지도 않는 용어인 "하청업체"쯤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클라이언트들에 대해서는 PR agency차원에서도 적절하게 대처를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무조건 클라이언트이니까, 예예를 남발하기 보다는 우선은 PR professional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consulting service에 대해서 상응하는 재정적, 정서적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dream이라구요? 글쎄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생각해볼때도 무조건 agency를 쫀다고 agency의 performance가 올라갈 것이냐 하면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진정한 partner로 대하고 PR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수반될 때, 정작 그 이득은 클라이언트가 갖게 되는 것이라 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우선 PR agency입장에서 how to manage your clients 못지않게 client입장에서 how to manage your agency도 함께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는 점만 이야기하고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휴, 어느새 월요일이네요. 어서 불끄고 잠자고 한 주를 다시 시작해야 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남다른 PR의 세상을 꿈꾸며...
2002/05/13 00:00
2002/05/13 00:0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