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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12일 koreapr.org에 올린 글입니다. <분식집과 호텔식당> 80년대 대학을 다닐 때, 학교앞의 “경양식집”(요즘 학생들도 이런 다소 “촌스런”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에 가면 점심 특선 돈까스 세트가 1,500원이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샐러드, 밥이나 빵과 함께 나오는 돈까스를 먹고나면, 콜라, 사이다, 커피중에 한 가지를 디저트로 먹을 수 있었지요. 뭐, 그 때 맛은 어째도 상관없었습니다. 젓가락이 아닌 “칼질”을 한다는 것에 왠지 좀 난 것 같은 “촌스런”느낌을 갖곤 했지요. 분식집은 거의 매일 가는 곳이었고, 그 곳에 가면 아주머니 한 분께서 라면에서부터(그것도 여러가지 종류의 라면) 돌솥 비빔밥, 각종 국수, 만두, 떡볶이, 육개장까지 못하시는 것이 없었습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분식집은 매일이 아니라 어쩌다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가는 곳이 되었고, 조금씩 입맛을 까다롭게 가져가게 됩니다. 분위기도 따지게 되고, 뭐는 어디가 잘 한다더라…하는 식으로 찾아가게 되지요. 분식집도 두루 맛있게 잘해서 유명한 곳이 있지만, 진짜로 유명한 식당은 보통 한가지 요리로 유명합니다. 양곱창은 시네하우스뒤에 가면 잘하는 곳이 있지요. 스테이크는 어디가 잘하고, 생선회는 어디가 잘하고…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미식가까지 안되더라도 입맛을 조금 따지는 사람이라면 보통 이렇게 한가지 요리를 특별나게 잘 하는 곳을 찾아다니게 마련입니다. 한 때 호텔의 유명한 주방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리란 분야는 발휘할 수 있는 creative가 무궁무진한 곳일거라는 생각이 있었지요. 하여튼, 유명한 주방장치고 이것 저것 잘해서 유명한 주방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식이면 일식, 양식이면 양식, 이태리음식이면 이태리 음식의 대가….하는 식으로 유명하게 되지요. 에이전시에 있을 때 업무 때문에 호주에서 온 스테이크 전문 주방장 옆에서 일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처럼 무식하게 앞뒤로 한 두번 뒤집어서 굽는 것이 아니라, 고기의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위해 앞, 뒤, 양사방을 거의 예술적으로 굽더군요. 참 professional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정용민 부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agency를 이런 음식점과 한 번 비교해보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agency란 분식집이보다는 <전문 요리집>이어야지 않을지요. 제대로 된 <종합 agency>란 여러 개의 전문요리식당을 보유한 호텔로 보면 안될까요? 혹은 상당한 수준의 음식들이 모여있는 최고급 호텔의 buffet식당이라든지. 좋은 주방장 없이 음식점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주방장뿐이겠습니까? 재료구입 및 보관, 관리등을 맡은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능력이 되지 않으면 되겠습니까? 웨이트리스나 웨이터도 교육이 잘되어야 하지요. 식당 관리를 맡은 지배인, 나아가서 호텔 총지배인이 제대로 경영해 나갈 때 또 좋은 식당, 좋은 호텔이 되지 않겠습니까. 설사 불경기에 사람들이 외식을 안한다고 쳐도, 최고의 식당, 최고의 주방장이 일자리 잃지는 않습니다. 저는 현재 미국 출장중입니다. 뉴저지에 있는 본사에서 orientation을 받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의 Anaheim이라는 곳 (디즈니랜드가 있어 유명합니다)에서 열리는 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컨퍼런스에 와있습니다. 본사에서 20명의 PR관련 업무담당자와 1:1로 training을 받으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예를들어, 천식 PR에 관련된 사람(이 사람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은 천식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어떻게 PR적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약회사의 PR담당자로서 책을 권해달라고하자 PR담당자가 알려준 책은 의학관련 논문을 어떻게 읽어햐 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의사나 Medical journalist를 상대해야하는 PR담당자가 의학논문을 쓸 정도의 지식은 필요없겠지만, 적어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의 관점에서 기본적으로 그들의 working document를 이해할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도 없이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저를 덜렁 보낸 것은 제가 여기 컨퍼런스에서 뭘 이해할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미국 최대의 의학관련 컨퍼런스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어떤 분위기에서 그들이 커뮤니케이션하는지를 보라는 뜻이었습니다. 사실, 수백개의 session들 중에 어제와 오늘 몇 개를 선택해서 들어가 보았지만, 세계에서 온 의학박사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첫인사와 끝인사정도였다고 하면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둠이 가득한 컨퍼런스 세션에서 제가 느낀 것은 의학 professional들이 자신들의 케이스를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PR업계는 언제 저런 것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나부터라도 저런 전문적인 발표를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곳 컨벤션 센터에서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컨퍼런스 책자를 뒤적이며 어디 가볼만한 곳이 없을까하다가, 미국에서 사망원인 1위라고 하는 심장병 예방을 위해 mass media가 어떤 영향을 끼치며,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하는 세션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가보았습니다. 의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언론, PR적 관점에서 그들의 일을 이해하여 풀어내는 것을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제가 묵고 있는 힐튼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힐튼 호텔은 이곳에서 그래도 꽤 괜찮은 호텔 중에 하나입니다. 하도 배가 고파 호텔 내에 어디 갈만한 식당이 없을까,하고 돌아보았습니다. 호텔 어디에도 분식집은 없었습니다. ### |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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