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논란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벌써 6-7년은 되었나봅니다. 당시에 저는 광우병 논란으로 우리나라 쇠고기 소비량이 급격히 떨어질 때,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호주산 쇠고기의 issue communication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당시 팀원과 옛날을 회상할 때면, 가끔 떠올리는 프로젝트일 정도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광우병 논란을 들여다보는 느낌은 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쇠고기 협상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있지만, 이와 관련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제점 역시 많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좋은 지적들이 블로그에서도 있었습니다 (하나, 둘, 셋). 이 문제에 대해 써야 겠다...하며 마음만 먹다가, 몇몇 지인들이 옆구리 찌르시기에:) 오늘 맘잡고 도서관에 앉았습니다. 사실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르면서 "이렇게 했어야 했다"라는 말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오늘은, 그 동안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며 느낀 것 몇 가지 적어봅니다.
1. Issue Management is NOT about "Our Issues," but, "Their Issues."
이슈를 관리하는 주체(이 경우 청와대와 정부)의 이슈와 stakeholders(이 경우 대표적으로 국민)의 이슈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 차이가 있지요. 한겨레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언론, 네티즌 탓을 하면서 결국 국민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와 괴담은 정부쪽의 이슈이지만, 국민들의 이슈는 아닙니다. 정부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사태초기에서부터 국민의 이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국민의 이슈를 파악은 했으나, 커뮤니케이션은 자신들의 이슈인 언론 보도와 괴담에만 치우쳤다는 점입니다.
2. Real Issues?
그렇다면 뭐가 진짜 이슈(국민들의 이슈)일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민들에게는 3대 이슈가 있습니다: "찝찝함" "뻔뻔함" "쪽팔림"
2.1. "찝찝함": 먹거리와 관련된 이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심 이슈는 '찝찝함'으로 요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적으로는 그럴 가능성 거의 없다지만, '뇌슝슝' 따위의 소리를 들으면서, 고기를 맘편히 먹지 못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초기에 본 이슈를 광우병 이슈가 아니라 safety issue로 가져가야했고, 미국의 소비자가 먹는 쇠고기와 같은 것이라는 점을 커뮤니케이션해야 했는데, 광고등으로 이를 커뮤니케이션한 시점은 이미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2.2. "뻔뻔함": 어쩌면, 찝찝함의 이슈는 일정 부분 피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보다 더 심각한 실수는 정부가 뻔뻔함이라는 이슈를 더했다는 점입니다.
한 번 살펴보죠. 적어도 이번 논란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정부의 이번 협상이나, 협상 전후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서 잘한 점을 발견하기보다는 잘못한 점을 발견하는 것이 쉽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주도한 정부는 적어도 자신의 무능함을 공개적으로 탓하지는 않더라도, 네티즌이나 언론을 '때리는' 전략은 취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솔직히, 전 개인적으로 어제 저녁에도 식당에서 지인들과 소고기 먹었습니다. 그게 한우인지, 아닌지 모르면서. 묻지도 않았습니다.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쇠고기에 대해 찝찝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 커뮤니케이션은 쇠고기에 대한 찝찝함으로 모자랐던지, 정부의 '뻔뻔함'에 대한 '찝찝함'으로까지 이슈를 확장한 꼴이 되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슈가지고 눈사람 놀이를 했다고 볼 수 있지요.
2.3. "쪽팔림": 더 나아가, 국민들은 미국에게 검역 주권까지 빼앗기고, 뭐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쪽팔림을 '느끼고' 있습니다(정부에서는 '논리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더라도). 협상력 약한 '쪽팔린' 정부라는 인상만 준 것이지요.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을 정부는 애초에 어떤 맥락(context)에서 포지셔닝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쇠고기 협상에 타결할 수 밖에 없었는지, 무엇을 주고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 국민에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했는지 말입니다.
3. Lead First.
정부는 결국, safety communication을 하고 싶은 건데, 문제는 safety communication이 모두, unsafe한 논란에 대한 반응(reaction)으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또한, 정부는 결국, fact를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 건데, 모두 rumor가 퍼진 후에 반응으로서, fact를 커뮤니케이션했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된 이슈 커뮤니케이션이란 reaction이라기 보다는 action이 되어야 하고, 터진 이슈를 manage하기 전에, '터질 수 있는' 이슈를 lead해야 할 것입니다. 리드하고 나서, 터지는 것 막아내기도 힘들기 때문이지요. 이번에 정부는 이슈가 위기로 발전할 때 까지 기다렸다가, 관리로 막아내려한 꼴이 됬습니다. 초기에 이슈를 리드하고, 적극적으로 프레임하려는 액션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불안해하니까, 대비책을 어설프게 내 놓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쇠고기 수입 타결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안전도와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국제 기준과 같다는 점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프레임하고, 오늘에야 나온 대통령 차원의 국민 건강/위생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와 대비책을 벌써 이전에 커뮤니케이션해야 했을 것입니다. (정용민 부사장님의 관련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 "광우병에 걸린 소로 만든 등심 스테이크 먹어도 절대 안전하다"고 심재철 의원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반발이 커지자, 심의원측은 "절대"라는 말은 삭제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ABC를 심의원측이 알았다면, 애당초 이런 말은 안했어야 했겠지만, 그가 삭제해야 하는 말은 "절대"뿐만 아니라 "광우병에 걸린"도 해당됩니다:) (관련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 선거에서는 동영상도 뉴 미디어도 좀 쓰다 싶더니만, 왜, 이런 이슈를 접하면서는 동영상을 비롯한 뉴미디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을까요? 정부의 이슈관리 능력이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정도 일까요?
이번 이슈를 보면서, 새로운 정부의 이슈 관리 능력이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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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2008/05/07 21:40멀리서 저도 옆구리를 찔러 드린 셈이 되나요? ^^;
이슈에 대한 짧지만 강력한 표현(찝찝, 뻔뻔, 쪽팔림)이 마음에 와닿네요.
날씨가 상당히 '오락가락'합니다. 건강유의하세요. :)
네. 성권님. 연락 주셨는데, 얼굴 한 번 뵙지 못해 죄송해요. 건강 조심하시구요.
2008/05/08 14:00최근 기사나 블로거들의 포스팅들을 보면
2008/05/08 00:01주요 이슈가 정부의 홍보 및 위기 관리 대응의 미숙함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 언론 통제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구요..
일단 기사를 토대로 부족한 제 생각을 트래백 걸었습니다.
trackback감사합니다. 저도 들어가서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2008/05/08 14:00흠...광우병 논란에 대한 의견을 좀 구경하자고 했더니 그 시간에 쇠고기 시식을 하시고 계셨었군요. :) 그나마 이슈와 논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적인 리뷰들이 많아 진다는 것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이라는 관점이 정부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랫만에 좋은 글 구경했습니다. 종종 포스팅 좀 해주시죠...쇠고기도 좀 같이 드시구. :)
2008/05/08 09:15지도 교수님 생신이라:) 쇠고기는 정부사장님이 사주실거죠?:)
2008/05/08 14:01선생님! 요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광우병 논란을 보면서 이슈와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저도 가족들이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며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소문들을 논리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는데요.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한 시의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불안감이 더 크게 나타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그저 '안전할 것이다, 괜찮다'라는 식의 말은, 이미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믿기 힘든 것 같아요.
2008/05/08 13:30이번 사건을 보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참 궁금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금요일에 뵐게요~
네. 미래의 아나운서 지수는 어떻게 리포트를 할까요?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내일 뵈요.
2008/05/08 14:02역시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기지고 계셨군요.. 기사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청문회등을
2008/05/09 10:50보면서 정부측 인사들이 내뱉는 말들이 대부분 자기 무덤을 파는식의 답변하는 것을 보면서
이거 정말 오래 가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덕에 다른 사회이슈들이 유야무야되어가고 있더군여..
저는 기본적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협상을 진행한 사람이 前정부 출신의 담당관료들입니다. 즉, 말을 바꾸는 과정에서
의 신뢰성이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지요..(조중동은~~ 포기하죠)
국민들에게 前정부의 정책 중심과 現정부의 정책 중심이 바뀌면서 어느정도는
보여주고 갔어야 했는데 이벤트성 협상(어제는 또 협상이 아니라고 하데요..)으로 변질
되면서 한 개인을 위해 소고기 협상이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면서
문제가 커진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는 言.... 비상식적인 언행도 불을 지핀 것으로 생각됩니다)
5년동안 스트레스 안받고 살아가려면 수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형님..즐거운 주말 되시길....ㅋ
사는게 수도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권도 즐거운 주말 지내고 있기를.
2008/05/11 09:00찝찝, 뻔뻔, 쪽팔림! 간결하게 정곡을 찌르지는군요. 논란은 찝찝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아마도 뻔뻔함과 쪽팔림 때문에 찝찝함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2008/05/10 11:49반갑습니다. mu님. 네. 이슈는 뻔뻔함과 쪽팔림으로 키워져온것으로 보입니다. Brain Science를 전공하는 제 동료들에게 mu님의 블로그를 얼마전 소개했답니다. 흥미로워하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2008/05/11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