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연금'같은 것입니다. 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정말 생생한데, 어느 새 이십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그만큼의 세월이 또 흐르고 나면, 지금보다 체력도 떨어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활동도 줄어들겠지요.
집과 정원(네. 정원이 꼭 있으면 좋겠습니다!)을 즐기며, 미래보다는 과거를 그리며 살 때가 올 때, 블로그는 제게 아주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를 위해서라도 블로깅을 할 때,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느낀 것, 생각한 것들을 되도록 솔직하게 적어놓으려 합니다.
지난 4월 18일에 저는 대전에서 차를 몰아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로 향했습니다.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을 위한 특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1 Years, 11 Stories, and 11 Take-Away Messages"라는 제목을 가지고, 지난 98년부터 주로 PR Agency에서 일하며 느낀 것들을 편하게 풀어 놓았습니다.
특강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중앙대학교 부속 유치원을 찾았습니다. 74년 제가 다녔던 곳이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있던 자리에서 5분 정도 거리로 옮겼지만, 그래도, 제 기억으로는 졸업 후 처음 찾은 곳이기에, 잠시나마 저를 감상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경비원 아저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유치원을 둘러보고 찍은 딱 하나의 사진입니다.
어릴 때, 일기장이라도 열심히 썼다면 좋겠건만, 저는 불행히도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는 때론, 제게 나이 먹어 쓰는 일기장같은 역할을 하곤 합니다. 일기장은 비공개적이어야 하겠지만, 아마도, 제 약한 의지로는 비공개로 쓰면 며칠 쓰다 그만 둘 것 같습니다:)
그나마, 공책에 쓰던 일기장보다 사진이나 목소리도 쉽게 담을 수 있는 좋은 일기장을 가졌다는 마음으로 위로하며 이렇게 오늘도 추억을 하나 남겨봅니다.
유치원을 졸업한 지 60년쯤 되는 시점에, 오늘 처럼 비오는 날, 창가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수십년 전 찍은 사진과 블로그를 보며, "그래도, 30대에 블로그를 시작하길 잘했지..."하며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final paper 를 위해 에리히 프롬의 저서들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구석의 주석에서 아날로그의 뜻에 대해 읽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라는 말은 '유사하다(analogous)'란 뜻에서 왔다고 합니다. 마이크로 전달된 소리의 파형이나 마이크에서 흘러 나오는 전류의 파형이 시각적으로 보기에도 유사하다고 해서 아날로그 신호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기억만 남거나, 기억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저장해 놓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다가, 당시의 찍은 사람의 마음까지 담아주니 기억과 가장 유사한 기억을 남기게 되겠지요. 선생님의 블로그가 선생님의 기억과 유사할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존재와도 유사한 '분신'이 되기를 30년 후까지 늘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까지 좀 얻어가겠습니다 ; )
일기장은 자신만 볼 수 있어서 비밀은 유지될 지 언정
사람들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그야말로 개인적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등에서 나의 잘못을 누군가가 지적해주거나
혹은 조언해주면서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블로그가 주는 또다른 효익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대로 된 이론이나 제대로 된 지식이(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요)
정당화되고 참된 믿음으로 수렴해 가기 위해서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해가며 비판하고 디펜스하듯
일기를 스면서 종종 사람들의 조언들이 방향을 잃었을 때 무척 힘이되곤 합니다.
그러한 소통들이 올바른 길잡이 뿐아니라 더불어 추억을 공유하는
또다른 재미를 보너스로 주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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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paper 를 위해 에리히 프롬의 저서들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구석의 주석에서 아날로그의 뜻에 대해 읽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라는 말은 '유사하다(analogous)'란 뜻에서 왔다고 합니다. 마이크로 전달된 소리의 파형이나 마이크에서 흘러 나오는 전류의 파형이 시각적으로 보기에도 유사하다고 해서 아날로그 신호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2008/05/18 22:31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기억만 남거나, 기억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저장해 놓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다가, 당시의 찍은 사람의 마음까지 담아주니 기억과 가장 유사한 기억을 남기게 되겠지요. 선생님의 블로그가 선생님의 기억과 유사할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존재와도 유사한 '분신'이 되기를 30년 후까지 늘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까지 좀 얻어가겠습니다 ; )
흥미로운 이야기네. 비슷하다... 아날로그에 대해 생각하게하는 또 하나의 앵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공개된 일기장이라면, 그래도 독자가 있는게 낫겠지요? 30년 후,서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 저도 응원할께요.
2008/05/19 08:15일기장은 자신만 볼 수 있어서 비밀은 유지될 지 언정
2008/05/21 13:19사람들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그야말로 개인적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등에서 나의 잘못을 누군가가 지적해주거나
혹은 조언해주면서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블로그가 주는 또다른 효익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대로 된 이론이나 제대로 된 지식이(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요)
정당화되고 참된 믿음으로 수렴해 가기 위해서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해가며 비판하고 디펜스하듯
일기를 스면서 종종 사람들의 조언들이 방향을 잃었을 때 무척 힘이되곤 합니다.
그러한 소통들이 올바른 길잡이 뿐아니라 더불어 추억을 공유하는
또다른 재미를 보너스로 주기도 하고요.
어제 KAIST에 공지영작가가 와서 특강을 하는데, 블로그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이야기해서 반가웠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2008/05/22 09:05그 질문을 했던 사람입니다 ㅎ ㅎ 블로그가 아날로그적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인 제가 그럭저럭 블로그에 정을 쌓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ㅎ
2008/05/21 16:56하하. 임 기자님. 그날 반가웠습니다. 아날로그 블로그 동지를 만나 더 즐거운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8/05/22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