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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06 이건희 수사학 감상기: "이젠 마누라와 자식, 그리고..." (4)
요즘 토요일이면, 제가 늘 듣는 말입니다.
작년이었습니다. 90년대 초반에 군대 생활할때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갑자기 궁금해서 수소문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 선배가 책을 번역한 것이 있어서, 몇 번을 연락해서 어렵게 만났습니다. 그 선배는 정치학을 공부하고 연구소 생활을 하다가 마흔 가까운 나이에 모두 다 때려치고, 미국으로 가서 영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이제 영화 프로듀서와 동화작가로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즐겁게 식사와 술을 하고 나서 며칠 있다가, 불쑥 그 선배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함 중위님(저는 그 선배를 늘 그렇게 부릅니다), 연극가르쳐줄 사람, 한 분 소개해주세요." 한국에서도 연극영화과 대학원을 다녔던 선배라 누군가 좋은 선생님을 소개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올해 초, 처음으로 저는 제 연극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나이는 저와 같았고, 연극 연출가이면서, 배우들의 트레이닝을 전공한 권영준이라는 분이었습니다. (희곡작품으로 립명과 에께오모를 쓰기도 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뭔가 포스가 있고, 저와는 참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로의 커피숍에서 첫 만남을 갖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로 생각해주시고, 맡길터이니, 저를 위한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서 진행해주십시오." 예전부터, 언젠가 한 번 연극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늘 마음에만 가졌던 것을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겨울부터, 동숭동의 한 소극장에서, 공연이 없는 아침 시간을 이용해서, 난로를 피우고, 제 연극 수업은 시작을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이면, 가방에 츄리닝을 싸들고, 동숭동으로 향했고, 선생님은 자신의 제자를 제 파트너로 세우고 레슨을 해주었습니다.
빈 무대에 상대방을 마주 보고 서서, 맨 몸만으로, 때론 거울이 되어보기도 하고, 야구선수가 되기도 하고, 권투선수가 되기도 하고, 꽃이 되어보기도 하고, 분노하는 사람, 주저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마지막 종합 레슨을 한 번 하고 나면 제 평생 첫번째 연극 수업은 마칩니다. 연극(아주 초보적인 연극)을 배우며 느낀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참으로 서툴다는 것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직업으로 하면서, 말(메시지)로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익숙할지 모르나,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제게는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주, KAIST의 한 수업에서, 텍스트로 쓰고 있는 "생각의 탄생" 중 공감(empathizing)이라는 장을 선택해서 발표했습니다. 연극에 대한 비유와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결론은,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온전히 그 대상을 공감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상대 배우와 마주 서서, 나의 역할에 신경쓰기 전에, 상대방의 호흡과 표정, 몸짓에 집중하고, 공감과 반응을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연극이 제게 가르쳐준 것. 그것은, 제가 직업으로 삼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저는 반쪽만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었던 제 연극 선생님과 파트너 선생님께 오늘따라 더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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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구...참...죽겠네요...연극이라. 나이가 드셔감에 따라 더욱더 자유로와지시는 거 같아요...바쁘실텐데도. 쩝. 대단하십니다. :)
2008/04/20 00:18 -
Seojin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 수업을 진행해나가시듯이, "상대 배우와 마주 서서, 나의 역할에 신경쓰기 전에, 상대방의 호흡과 표정, 몸짓에 집중하고, 공감과 반응을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금세 해내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 ) 연극을 통해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어 변화시켜 나가시는 모습이 참 멋지십니다. 멋진 주말 되세요 : )
2008/04/20 0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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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질투날라 하네요...ㅋㅋ
2008/04/20 22:37
너무 진지하게 삶을 살아가시는 것 같아여... 멋지십니다..(한편 부럽고요~~)
형님의 무대에서 땀 흘리며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기대하겠습니다.
형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지금 생각났습니다.. 문자로 보내드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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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수정/삭제
우리 선생님이 보면 피식 웃겠다. 정말로 기본 동작만 배운 과정이었어요. 작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연극의 기초 중의 기초 과정! 그래도 마음에 감사!
2008/04/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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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찾아왔습니다. 아카데미 6기 윤호진입니다. ^^
2008/04/21 17:25
우와~ 연극까지...
당최 김코치님의 스펙트럼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ㅎㅎㅎ -
jisoo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번째 시간이었던가요?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해 보았던 일이 생각나요~^^ 사실 저도 1학년 때 잠시 연극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큰 비중의 역할이 아니라 대사가 많이 없었어요), 그 때 처음으로 캐릭터를 분석하고 그 캐릭터가 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걸 알았어요. 대사가 없을 때에도 계속해서 몸짓과 반응,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것도.^^ 무대 뒤의 세상을 알았고 그 때문에 더욱 빠져들어갔던 것 같아요~^^ 선생님 덕분에 저도 잠시 그 때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연극 얘기 또 들려주세요~^^
2008/04/21 23:33 -
mingging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에 pt울렁증에 대해 생각하다가, 소심함과 작은 목소리를 극복하기 위해 연극같은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호사장님은 저는 생각만 하는 것을 action으로 옮기시는군요:) 참으로 대단하시옵니다.. 직장생활 9년차인 제가 아직도 pt할때 떠는게 요즘은 더더욱 스트레스가 되고 있답니다..ㅠㅠ
2008/04/22 16:17
잘 지내고계시죠? 간혹 들러서 유용한 정보 많이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용한 블로그가 있어서 pr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자극도 되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언제 한 번 얼굴뵈요~-
Hoh 수정/삭제
밍깅. 신혼생활은 행복하고? 누구나 울렁증이 있지요. you're not the only one! 벌써 9년이군요. 일관된 방향으로(헬스케어) 균형잡히고(두 에이전시, 두 인하우스) 좋은 커리어 쌓아가고 있는 밍깅이 대단하다 싶습니다. 잘 지내고, 조만간 뵐 기회가 있을 듯!
2008/04/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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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뭐를 하셨군요~
2008/04/22 13:10
형은 참...
이권아! 도형아!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다.
형봐라! 나이든 형도 꿈틀꿈틀 하시는데~~~ (--)(__)-
권도형 수정/삭제
하하.. 그러게
2008/04/24 16:23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생물학적 나이는
중요한게 아니지 !!
호형님, 총선때 교보문고에서 뵙고.. 무척 반가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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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공감합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해는 공감으로 나온다는 말에 꽂혔습니다~~ㅎ
2008/05/02 11:36
그리고 연극을 통해 컨설턴트로서 훈련을 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레이건을 'Great Communicator' 라고 한다죠? ㅎㅎ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가 점점 건강해진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때입니다. 대학 캠퍼스를 가보면, 동성애자들의 목소리를 대자보등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남녀가 캠퍼스에서 손 잡고 다니는 것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건강한 변화이지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미약하지만, 그리고 오늘 저녁 진보진영에게는 실망스러운 선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진보의 목소리는 10년, 20년전에 비해서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제 경우엔 그 동안의 투표 성향을 보면, 주욱 보수였으나, 지난 대선에서야 처음으로 보수가 아닌 문국현 후보에게 투표를 했습니다 (그가, 저같은 小기업인에게 가장 좋은 정책을 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였지요).
오늘 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선거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진보의 상징인 민주노동당의 선거 결과가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읽으며, 민주노동당에서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 역시 진보주의자입니다. 그의 책은 결국 미국내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보다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서 프레임 효과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7시에 민주 노동당은 박승흡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총선 예측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고, 8시 5분에는 천영세 대표가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발표문 중 주요 문구를 보면 "최악의 선거, 정당정치의 후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고 또 다른 피해자는 민노당," "정치 불신이 가중된 책임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있다,"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민생은 뒷전이 됐다," "민생이 외면되고 정책이 실종된 최악의 선거,"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과 실천을 앞세운 민노당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등입니다.
민주노동당은 과연 얼마나 자신들의 아젠다를 효율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프레임해나가고 있을까요? 프레임을 고민하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세밀하게 눈여겨 보아온 것은 아니나, 그 동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노당의 메시지를 볼 때, 그들의 뜻을 그다지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과연, "실종된 정책" "뒷전이 된 민생" "정치에 대한 불신" "외면된 민생"이라는 프레임에서 민노당이 선점하고 있거나,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그저, 보수진영의 프레임을 부정하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입니다.(그럼, 민노당이 어떤 프레임을 써야할까,라는 문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코끼리는 보수 세력인 미국내 공화당의 상징입니다. 진보세력들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외치면 외칠수록, 사람들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이 제목의 뜻입니다. 제가 지난 번 <모나미 더 이상 볼펜회사 아닙니다>에서 말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진보 세력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한 번 꼭 읽었으면 하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공부하고 싶은 진보세력에게는, 보수진영의 프랭크 런츠가 지은 것이지만, <Words that work(단숨에 꽂히는 언어의 기술>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직 민주노동당을 지지해본 적은 없지만, 우리 사회의 건강한 진보세력으로 지속적 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지금 막 강기갑 후보가 이방호 후보에 182표차로 극적으로 승리했다고 기사가 나오네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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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jin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정적 표현보다는 긍정적 표현을 써야한다는 선생님 수업내용이
2008/04/10 10:03
정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네요 : )
당나귀가 코끼리를 힘차게 앞서고 있는 미국 진보세력의 화법도 살펴봐야겠는걸요! -
꼬날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와 선거 성향에 있어 같으시군요. 저는 아직도 우리 사회엔 너무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고민이 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수많은 좋은 음악인들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든가.. :-)
2008/04/10 15:16-
꼬날 수정/삭제
피아노로 해결하기 쉬운 멜로디 위주의 대중음악을 좋아합니다. http://blog.naver.com/kkonal <== 여기에 많이 모아 두었어요. 호사장님도 멋진 주말 보내세요.
2008/04/1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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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도형형으로 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광화문 교보에서 책 고르고 있는데 뵈었다고요~~ 어제 아침부터 젊은이 4인방(성은,현수,도형,이권)이 강남토즈에서 하반기 경제운용에 대한 정책예측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었습니다..ㅋㅋ (너무 거창하네여..)
2008/04/10 16:28
광화문 교보에 갈까 하다가...비도 올 것 같아서 그냥 버스를 집어타고 왔는데 그 문자를
받고 많이 아쉬웠습니다.. 형님 얼굴뵙기 참 힘든 분인데..ㅋㅋ
새로운 진보적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보다 정책적인 진보세력으로 결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날이 오기를 많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김호 수정/삭제
그래. 나도 다들 만났다는 이야기 듣고 얼굴 봤었으면 했었다. 이권이 원하는 세상을 조금씩 앞당기는 역할을 해보길. 무엇을 통해서든지 말이야.
2008/04/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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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수정/삭제
글쎄요. 좀 더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텐데(혹은 국민들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을 합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2008/04/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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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 안녕하시죠? ^^
2008/04/16 22:43
미디어트레이닝.
장인께서 아주 좋아하셨습니다.(실은, 부산MBC 보도국장 역임하셨거든요)
PR. 기업을 이루고 싶은 제게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계기를 만들어준 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__)
개인적으로 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니, 그간 그가 삼성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가끔씩 아젠다를 던지는 그 만의 메시지 전달에 관심을 갖고 보아왔습니다. 질(質) 중시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 보자'라고 메시지를 던진다든지, 도쿄에 까마귀들이 광섬유 케이블을 부리로 쪼아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 출장 중 "도쿄 까마귀가 몇 마리있나?"라고 일본 주재원에게 선문답과 같은 이야기를 하여 일본 주재원을 당황시켰다는 이야기는 언론들도 그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주재원의 현지상황파악능력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상상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등등의 해석을 내놓곤 했습니다. 또한, 95년 당시 이기태 사장이 이끌던 삼성전자에서 15만대의 애니콜을 불태워, 불량률 제로 도전에 대한 전환점을 만들었다든지, "5-10년뒤 먹고 살 것을 찾아야"한다고 이야기해서, 잘 나가는 성장 속에서도 긍정적 위기감을 고조시킨다든지... 그의 수사학은 제가 강의할 때, 가끔씩 예로 들기도 합니다.
그는 어눌한 말투를 가졌지만, 위와 같은 예에서 보듯, 리더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수사학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2. 그런, 그가 최근의 삼성사태를 두고 어떤 수사학을 펼칠지는 제 직업적 관심사였습니다. 물론, 그의 수사학은 그가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그가 지난 주 검찰에 출두한다고 했을 때, 그가 포토라인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아래는 한겨레 기사 중, 이건희 회장이 한 이야기만 옮겨 놓은 것입니다.
(청사를 들어서면서)
“그런 기억 없어요. 그런 기억 없다고.”
“잘 모르겠네요.”
“한 적 없어요.”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그것을 옮긴 여러분(언론사를 지칭)들이 문제가 있지 않으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청사를 나서면서)
"그 전에 국민 여러분들에게 할 말씀을 잊어버렸습니다. 그것부터 합시다.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삼성 문제로 이런 소란을 피워서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특검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 불찰이고, 모든 것이 제 책임이고, 제가 책임져야 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건수에 따라서 다 100% 인정은 안되고."
"내가 지시한 건 없어요."
3. 여기에서 그가 엉뚱하게도 언론사를 탓하는 모습을 지적하는 것은 이미 많이 다루어졌으니 그만 하겠습니다. 그보다 이 포스팅에서는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스토리텔링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리더가 자신이 처한 위기상황을 하나의 스토리로 바라보는 관점은 때때로 자신이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위기 상황이란 우리가 읽는 소설이나 동화에서 갈등 구조에 해당합니다. 삼성은 최근 그들의 역사상 가장 커다란 '갈등 구조'속에 놓여져 있습니다. 이 갈등 구조에서 위기를 극복하는가, 못하는가에 열쇠를 쥐고 있는 주인공(hero)은 일정 시점까지는 누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주인공보다 더 큰 역할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바로 작가(author)의 역할이지요. 작가는 자기 자신을 (위기 극복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도 있는 파워풀한 역할입니다. 중요한 점은,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CEO가 작가의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시점상 한정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한 번 아니면 두 번이지요. 그것도, 이야기가 늘어지고 난 다음에는 그 기회는 보통 사라집니다.
4. '작가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첫번째 중요한 기회인 지난 주를 그는 위와 같은 스토리로 만들었습니다(물론, 그는 첫번째 '작가의 기회'를 보다 더 일찍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작가의 역할을 포기하고, 스토리의 흐름을 언론, 여론에 맡긴 듯 합니다. 당연히 보다 깔끔하게 갈 수 있는 스토리가 좀 지저분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작가로서 적극적으로 스토리의 흐름을 주도하려 했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주말에 제 친구와 이 점을 놓고 잠시 대화를 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 스토리에서 주인공이자 작가로서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잡고 나가야 한다고. 그리고, 그가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15년전, 제가 삼성의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꾸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도움으로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국민의 대표기업인 삼성이 앞으로도 더욱 큰 기업이 되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최근 여러가지 삼성 관련 사태로 인해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처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제 이렇게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이젠 마누라와 자식, 그리고 제 자신이 바뀔 때라고...
결국, 지난 주 그가 보여준 드라마는 싱거웠고,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물론, 나와 같은 일반인이 상상도 못할 상황이 그에게 있었을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글로벌 리더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반전시켰을까요? 적어도 지난 주와 같은 스토리는 피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난 세월 동안 보여 준 그만의 철학과 성취, 그에 따른 의미있는 수사학을 믿기에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가 아직 스토리 속에서 주인공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한 번은 더 남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다시 한 번 펼쳐질지도 모를 그의 수사학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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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인터뷰를 바라보면서
Tracked from Communications as Ikor 삭제미디어 트레이닝을 하다보면 '과연 한두개의 표현에 대한 디테일 한 관심이 얼마나 위기의 큰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게 되곤 합니다. 반대로 우리는 사소해 보이는 표현과 포지션으로 단순한 위기를 국민적인 논란의 중심으로 올려 놓는 무지의 소치를 목격하기도 합니다.삼성 회장의 특검출두 인터뷰를 바라보면서, 삼성과 같은 '초대형' 기업 리더에게도 과연 기존의 미디어 트레이닝이 필요한가? 같은 의구심이 또 듭니다. 물론 오늘 이야기..
2008/04/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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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평소에 하루빨리 PR계 선배님들의 이야기들이 취합이 되고 정리가 되어서 밑의 후배들에게 공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승봉 이사님의 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역사들이 사라지기 전에 하나라도 더 기록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8/04/28 13:33네. 업계의 발전에 선배의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2008/04/29 07:55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04/29 21:28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 앞선 인물로 성장해가시길!
2008/04/30 06:54제 생애 잊지 못할 특강이었어요! 나는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바탕으로 한 Idenntity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식시키고, 이미지를 창출하여 신뢰와 명성을 획득하는 과정. 너무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의 PR 트렌드에 있어서 해외홍보의 중요성과 방법, 그 포인트들을 insider의 시각으로 재미있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신 이승봉 위원님과 자리를 마련해 주신 Hoh선생님~너무 감사합니다.^^
2008/04/30 20:15지수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나도 보람이 있네. 지수도 나중에 후배들에게 특강을 통해 멋진 INSIGHT를 전해줄 수 있길.
2008/05/01 12:50우연히 찾아온 길에 멋지신 목소리의 교수님과 이승봉위원님을 다시 만나뵙네요^^ ㅋ
2008/04/30 20:51지난 주 특강에서의 위원님과 수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ㅋㅋ
꼭 라디오 듣고 있는 기분입니다~ ㅋㅋ
그나저나 교수님 .. ㅋ 목소리 너무 멋지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승봉 위원님께서 그 날은 우리를 위해 참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셨지요. 저도 그 날 흥미로운 내용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2008/05/01 12:51정말 잊지 못할 강연이었습니다. 이승봉 위원님의 잔잔한 목소리와 200여 페이지의 PPT 가 넘어가던 그 순간 순간들을 정말 잊지 못할거 같아요.. 한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가운데 참 많은 분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맺혀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고, PR의 소중함 역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아!! 글고 교수님 저 왔어요 ㅋㅋㅋ 매번 눈팅만 하고 갔는데 이제는 이승봉 위원님 말씀처럼 댓글도 꼭꼭 남기겠습니다 ㅋㅋㅋ 낼 수업때 뵈요^---------^
2008/05/01 21:36:) 감사. 그래요. 12시간 있다가 봐요~
2008/05/02 03:25포스팅의 일부를 인용해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2008/05/02 21:10트랙백 대신, 이렇게 알려드립니다 : )
네. 잘 보았어요. 감사. 주말 잘 보내고.
2008/05/03 12:41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05/06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