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신임원내대표인 홍준표의원이 25일 "스핀닥터(Spin Doctor)제"를 도입하여 당정책 메시지의 혼선을 줄이고,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과연 홍준표 의원이나 한나라당이 "spin doctor"의 뜻을 제대로 알고나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Spin doctor란 영어이고, 이러한 용어를 빌려쓸 때에는, 그 용어가 쓰이는 맥락을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Spin doctor라는 용어가 쓰이는 맥락을 이용해 굳이 번역하자면, 이는 "여론 조작 전문가" 정도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물론, 작년에 정용민 부사장님이 쓴 "스핀닥터좀 예쁘게 봐주세요"에서처럼, spin doctor를 큰 맥락에서 framing이나, positioning, message control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이런 맥락에서,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라는 것과, 이를 자신의 새로운 홍보정책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한나라당이 "스핀닥터"에 대한 부정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예쁘게 봐달라는 의미에서 이 용어를 선택했을까요? 한나라당이 국민과 더 소통하고자 하는 새로운 홍보정책의 네이밍(naming)으로서는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홍준표 의원이 미국의 언론을 만나서 "내가 신임원내대표되고나서 우리 당이 '스핀닥터제'를 도입했다"라고 할 때, 문제가 없는 용어의 선택이냐,라는 말입니다. 이 기회에, 오늘은 "스핀닥터"에 대한 뜻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Spin Doctor"는 기본적으로 홍보전문가를 부정적으로 가르키는 용어입니다. Wikipedia는 Spin을 "PR분야에서, 스핀은 보통 경멸조의 용어로서,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자신의 입맛에 맛게 심한 편견을 가지고 전달하는 의미(In public relations, spin is a usually pejorative term signifying a heavily biased portrayal in one's own favor of an event or situation)"라고 정의 합니다. PR분야의 거의 유일하며, 정통한 용어집이라 할 수 있는 Encyclopedia of Public Relations는 spin doctors라는 용어를 sandbaggers, flacks, propaganda machines와 함께 PR을 칭하는 negative terms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2004년 한겨레는 미국대선을 다루면서, 용어해설의 하나로, 연합뉴스를 인용 보도하면서, 스핀닥터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스핀 닥터(spin doctor)= 보도매체와 정책적 문제를 맡는 선거 전문가로 후보에게 다중을 향한 최선의 보도.홍보전략을 짜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후보들간의 TV토론이 끝난뒤 양측의 스핀닥터는 언론매체에 상대 후보의 결점을 들춰내거나 자기 후보의 정치적 장점을 치켜세워 서로 `승리자'라고 주장하기 마련이다.
2. 따라서, spin doctor란 기본적으로 홍보전문가를 부정적인 맥락에서 언론이 지칭하는 용어이지, 기업이 자신들의 홍보담당자를, 혹은 홍보전문가가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데 "스핀닥터"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한나라당이 추구한다고 발표한 "제대로 된"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명함에 나 "spin doctor"라고 쓰고 다닐 일은 없다는 말이지요.
비슷한 맥락에서, PR전문가인 Robert Dilenschneider는 "Spin을 PR이라 부르는 것은, 포르노를 예술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Spin is to public relations what pornography is to art"라고까지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Encyclopedia of Public Relations, Vol. 2, p. 801)
3. 홍준표 의원의 발표를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소송전문 변호사를 비하하는 뜻으로 "ambulance chaser"라는 용어가 있지요. 사고를 쫓아다니며, 사건의뢰를 받기 위해 앰뷸런스를 쫓아다닌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지요. 결국, 이번 한나라당의 발표를 비유하자면, 마치 어느 로펌(Law Firm)에서 소송전문변호사팀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ambulance chaser를 보다 선발, 팀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상식선에서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한나라당은 "Spin Doctor모델을 지양하고, 진정한 대국민 커뮤니케이터로 나서겠다"라고 이야기했어야 하는 것이지요. (좀 멋있는 용어가 필요했다 하더라도, 스핀 닥터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Integrated Communication System이라 했다면 어땠을까요)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정책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스핀닥터제 도입"이라는 용어로 규정한 한나라당의 홍보에 대한 상식수준과 메시지 개발 능력을 심히 우려한다고 이야기하면, 제가 지나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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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ct code of conduct...이 부분에서 잠깐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부분이 우리가 Spin doctor 또는 Flack이라고 불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이면서, 동시에 그렇게 불리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검의 양날과 같이... :)
2008/06/01 09:29어느 professional industry에게나 마찬가지로 양면이 있지요. PR실무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standard를 지켜가려는 노력이 있는가를 반성할 필요가 당연히 있으며, 그러한 용어를 불러들인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별개로, 이번 이슈의 경우, 포커스는 용어에 대한 무지에서 어설프게 네이밍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08/06/01 10:19